공주·부여에 못지않은 볼거리들, 관광 잠재력 뛰어나
지난 1월 17일 사학계는 전북 익산에서 날아온 낭보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전북 익산 왕궁리 유적에 대한 2007년 발굴조사 결과, 백제시대 궁성 정원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는 조경시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익산 왕궁리 유적은 백제 무왕(600~641년)대에 조성됐다. 1989년부터 지금까지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2006년 왕궁 정원의 중심시설이 확인됐다. 특히 왕궁리 정원의 특징은 ‘자연친화적 구성’으로 꼽힌다. 왕궁성이 구릉지대에 있어 자연스러운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물을 흐르게 한 점이 가장 눈에 띄기 때문이다. 사학자 정무연씨는 “궁성 정원은 당시 궁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왕궁 정원의 발굴로 익산이 다시 세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익산은 한때 ‘뜬’ 일이 있다. 2005년 한 TV방송에서 ‘서동요’라는 드라마를 촬영하고 반영한 게 계기가 됐다. 이 드라마를 통해 세인들이 익산이 서동요의 본고장이고 백제문화의 본고장임을 알게 된 것이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서동이 바로 왕궁 정원의 주인이다.
서동요는 백제 무왕이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를 사모한 나머지 신라 서울에 와서 노래를 지어 성 안의 아이들에게 부르게 했다는 고대 설화다. 내용은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훗날 백제 무왕이 된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이 노래가 대권 안에까지 퍼지자 진평왕은 마침내 공주를 귀양 보낸다. 백제 무왕은 이를 기다렸다가 선화공주와 함께 백제로 돌아가 임금과 왕비로 잘 살았다는 이야기다.
1000년의 뛰어나고 독특한 문화유산 지녀
익산은 인구가 33만 명 남짓한 중소도시다. 지금까지 한 번도 자연재해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없는 축복의 땅이다. 상대적이긴 하지만 문화유적이 풍부하고 잘 보존되어 있다는 얘기다. 독립운동기념사업회 황성근 대표는 한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익산은 구석기 문화부터 신석기 그리고 중세사와 근·현대사까지 한강 이남에 있는 다른 지역에 비해 독특하고 뛰어난 문화유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사실 뿌리 깊은 마한·백제 문화 유적과 마를 캐며 익산 금마에서 성장한 서동이 백제 30대 무왕으로 등극하면서 미륵사를 창건하고 왕궁을 건설한 익산에는 숨은 볼거리가 많다. 백제 말기 무왕이 익산 천도 과정에서 건립한, 현존하는 유일한 백제왕궁터인 왕궁리 유적지, 찬란한 백제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미륵사지,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오래된 미륵사지석탑(국보 11호), 왕궁리 5층 석탑(국보 제289호), 당간(幢竿·절에서 기도나 법회 등이 있을 때 당(幢)을 달아두는 기둥) 지주, 금강경판과 사라장엄(국보 제123호), 무왕릉과 무왕비릉, 완전한 입체불상인 연동리 석불좌상, 백제사를 알 수 있는 고분군이 분포된 입점리 고분 등이 대표적 백제유적이다.
이런 문화유산은 ‘천년고도(古都) 익산’이라는 칭송에 걸맞다. ‘고도’라는 칭호는 단지 오래된 도시라는 뜻이 아니다. 정부로부터 고도라는 칭호를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왕이 태어난 곳이어야 하고 궁궐의 흔적이 있어야 한다. 또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산성 같은 방어시설이 있어야 한다. 사찰도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주, 부여, 공주 그리고 익산이 ‘고도’로 불린다.
국제 관광도시로 도약 위한 기지개
익산의 역사성과 문화적 우수성이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유수한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익산이 관광명소로 부상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익산에는 나름대로 이름 있는 축제가 여러 개 있다. 익산보석축제, 익산국화축제, 익산돌축제, 서동축제 등이 그것이다. 이런 행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관광객은 184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도 2006년에 비해 관광객이 45% 증가한 것이다. 이 수치는 1000만 명을 훌쩍 넘는 경주와 비교도 할 수 없다. 2006년 아시아 태평양 도시관광진흥기구인 TPO에 가입하고 익산 역사문화 지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현저히 늘어난 것이다.
이한수 익산시장도 “문화유적과 연계한 관광인프라가 부족할 뿐 아니라 역사·문화적 자긍심과 자부심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 “이는 역사문화 유적에 대한 실체화 작업이 미진했고 문화유적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게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문화유적과 연계한 관광인프라가 부족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익산은 문화관광자원을 단장하는 등 본격적인 상품화 작업에 나선다. 미륵사지, 미륵산성, 왕궁리 유적, 제석사지 등 백제문화 유적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총 231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미륵사지지구 관광지를 조성하고, 185억 원을 들여 함라한옥체험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또 왕궁리 유적지, 쌍릉테마공원, 보석박물관, 옹포관광권을 연계한 관광지도 개발하고 있다. 특히 웅포곰개나루, 최북단 자생차밭, 베어리버 골프장 등 레저와 휴양관관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익산 브랜드’ 작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백제 무왕과 선화공주의 천년지애를 재현하는 서동축제를 중심으로 국화축제를 통합하고 보석축제와 돌문화축제를 연계 개최하여 수려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