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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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부터 기름기 빼고 슬림화해야”

[직격인터뷰]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다. 삼성비자금 특검이 시작되고, 민노당의 진로를 놓고 당내 분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자리에 그가 서 있다. 지역구 출마 지역(서울 노원 병)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사무실에서 1월 10일 오후 그를 만났다. 인터뷰 도중 ‘이명박 특검’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소식이 들려왔다. 전화로 동행명령제만 위헌이라는 결정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은 노 의원은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노 의원은 “국회에서 청문회나 국정감사를 할 때 참고인에게 출석하라고 요구하고, 나오지 않으면 영장을 발부하지 않고 동행 명령을 내린다”며 “영장을 법관만 내릴 수 있다면 국회의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도 위헌이 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특검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특검이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기간이 너무 짧고 큰 성과가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삼성특검법은 발의 때부터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
“대한변협에서 특별검사를 추천했다. 거기서부터 근본적인 삼성 특검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앞으로 특검이 어떤 의지를 갖고 있느냐가 문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삼성특검이 제대로 수사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삼성이 워낙 강력한 힘을 갖고 있는 집단이기도 하고, 삼성의 전직 주요 임원들이 이명박 후보의 캠프 일을 도왔고 인수위에서도 마찬가지로 전면 배치됐다. 이명박 정부는 역대 어느 정권보다 친 삼성 정부가 될 것이라고 본다. 새롭게 출범하는 이명박 정부가 특검 수사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17대 국회에서 법사위에 줄곧 있었는데 검찰에 대한 평가는 어떻게 내릴 수 있나.
“검찰의 문제는 검찰의 힘이 너무 비대해졌다는 것이다. 그 비대해진 힘을 자신의 기득권을 방어하는 데 쓰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거대한 권력이 대단히 정치적으로 쓰이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하나의 정치 권력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우리 사회의 위험성을 높이는 근원이다. 이승만 정권이 경찰에 의존했고, 그뒤 정보기관이나 군부에 의존했다면 문민정부 이후에는 검찰에 의존했다. 검찰에 차관급 직책만 50여 개다. 다른 조직 위에 있다. 검찰에 의존한 정치권력이 검찰 권력을 키워준 것이다.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정부 조직 개편 이야기를 하는데 검찰부터 기름기를 빼고 슬림화해야 한다. 검찰은 본연의 업무만 해야 한다. 이것이 검찰이 살 길이고, 우리가 검찰과 더불어 살 길이다.”

인수위에서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이명박 정부는 1980년대식 재벌 체제를 재건하려고 한다.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구악의 부활이다. 특히 금산분리 완화는 오직 삼성을 위한 정책이다. 은행을 가지려는 몇몇 기업이 있긴 하지만, 삼성이 가장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삼성증권 하나만 가지고 불법 비자금 창구로 사용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은행을 맡길 경우 산업자본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은행이라는 공적 금융기관을 사적인 이윤 추구의 도구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굉장히 위험한 것이다. 국회에서 강력하게 막아내야 한다.”

[직격인터뷰]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런 정책을 쓴다는 여론이 있다.
“금산분리가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은행 하나가 부도가 나면 국가 경제가 거덜난다. 예를 들어 삼성이 은행을 갖고 있다가 삼성자동차처럼 망가뜨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도 마찬가지다.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고 산업 안정성을 해친다. 독점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의 투명성을 해치는 위험한 시도라고 본다. 경제를 위해서 이를 완화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논리다.”

새 정부의 노동정책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새 정부는 노동계에 준법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노사문제에서 어느 쪽이 강자인지는 이견이 없다. 사용자가 강자다. 약자가 먼저 도발하는 일은 없다. 강자가 너무 억압적으로 나올 때 약자가 반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약자에 대한 대책을 국가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잘못됐다. 왜 강자에 대한 대책은 없나. 준법을 이야기하는데,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를 허용하지 않는 삼성그룹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준법을 이야기하려면 사용자부터 지켜야 한다. 한국타이어를 봐라. 그것은 조직적인 폭력이고 살인이다. 자기 사돈부터 법을 지키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타이어가 근로기준법, 산업시설·산재와 관련한 법을 제대로 지켰다면 거기서 나쁜 환경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방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부당한 억압에 반발하는 사람에게 법의 잣대를 들이댄다면 반발하는 세력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민노당이 여러 가지 분란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노 의원은 ‘제2의 창당’을 이야기했다.
“민주노동당은 창당 때 모든 것을 갖춘 게 아니다. 지난 3∼4년간 채운 내용은 잘못됐다.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가서 노선을 재정립해야 한다. 전면적인 리모델링이라고 보면 된다. 분당을 이야기한 쪽의 심정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감정에 치우쳐서 할 일은 아니다. 국민들이 과연 두 개의 진보정당을 요구하고 있는가, 분당을 합리화할 만큼 당을 위해 처절하게 노력했는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 환골탈태를 위한 자성과 새로운 극복의 의지가 필요하다.”

종북주의에 대한 논란은 어떻게 보는가.
“종북주의는 민노당의 노선도 아니고 당 강령에서도 부정하고 있다. 북한식 사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것은 반칙이다. 민노당이 종북주의에 휘둘린 것도 아니다. 그런 일부 언행이 있었다면 그걸 엄격하게 처리하면 된다. 본인이 종북주의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 논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민노당이 그것 하나 때문에 심판 받은 거 아니다. 민노당이 국민에게서 쇄신하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쇄신에 집중해야 한다.”

이번 대선으로 진보의 위기가 거론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도우파가 집권했다. 정치개혁은 중도좌파와 같이 하고, 경제는 우파와 뜻을 같이했다. 사회양극화를 조장한 정책을 썼다. 국민들은 정치개혁 때문에 중도우파를 좌파로 본 거다. 경제는 우파와 함께했는데, 중도우파로 경제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우파를 선택한 거다. 사실 노 정부의 경제 노선은 이명박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새정부는 노 정부보다 더 많은 어려운 상황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에 대해 지지자들은 더 빠르게 실망을 느낄 것이다. 인수위가 들어서면서 친 기업정책을 펼치고 있다. 양극화 심화로 고통받는 서민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 노 정부와 다른 것을 기대했던 사람은 더 실망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노당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본다. 대안은 있다. 가진 자에게 양보를 요구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런 길이 있음에도 이명박 후보를 선출했다. 그 길이 싫어서 선택하지 않은 것이다.”

민노당의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비례대표에서 지역구에 도전하는 데 어려움이 없나.
“먼저 국민에게 다가서면 된다고 본다. 나를 잘 알고 호감도가 높다. 물론 당의 지지율 같은 것도 영향을 미치지만 서울에도 민노당 의원이 당선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고, 그럼으로써 당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된다.”

노 의원이 당선하길 꺼리는 쪽이 많을 것 같아 표적공천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면 더 좋다. 오히려 집중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고… 강한 상대와 붙길 원한다. 지난번 총선에 비례대표에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붙지 않았나.”

촌철살인의 어록이 줄어들었다.
“살인업계에서 떠난 걸로 봐야 한다. 당시는 개혁이 공세적일 때였다. 나의 말은 공세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합리화하는 말이 아니다. 내가 말이 적어진 것은 진보와 개혁이 수세적으로 몰릴 때였다. 아무래도 공세적인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지금 진보의 위기상황에서 재건을 위해 공세적으로 간다. 어록이 목표가 아니라 공세적으로 가다 보면 어록이 많아지지 않을까 예상된다.”

<글·윤호우 기자 hou@kyunghyang.com>
<사진·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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