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 작업들 “책읽기는 내가 자청한 위리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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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장석주의 작업들 “책읽기는 내가 자청한 위리안치”

장석주, 그가 하는 일은 무척 많다. 그의 ‘직업’을 보면 그가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시인, 소설가, 문학평론가, 출판기획자, 대학교수, 방송진행자… 여기에 본지에도 연재하듯, 다양한 지면을 통해 ‘독서일기’를 쓰는 북칼럼니스트라는 직업도 있다. ‘읽고 쓰는 것이 일상이자 일’이라고 표현하는 그는 천성적으로 책과 함께 해야 할 사람이다.

장석주가 정식으로 등단한 때는 1975년이다(이 해에 ‘월간문학’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했다). 습작에 매달렸던 문학청년 시절을 제외하고도 어느덧 30년이 넘는 세월을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쓰고, 발표하고, 책으로 묶었다. 등단 이후 출간한 책이 50권이 넘는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삼다(다독·다작·다상량)의 작가인지 알 수 있다.

그가 또 다시 세 권의 책을 펴냈다. 시집 ‘절벽’(세계사, 6000원), 북리뷰집 ‘장석주의 느린 책읽기-만보객 책 속을 거닐다’(예담, 1만5000원), 경기도 문학지리 ‘장소의 기억을 꺼내다’(사회평론, 1만3000원)가 그것이다. 한꺼번에 책 세 권을 출간한 것도 놀랍지만, 세 권의 성격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 더욱 놀랍다. 성격이 다르다는 것은 곧 문체가 다르고, 감정이 다르고, 느낌이 다르고, 전달하는 지식이 다르다는 것을 뜻한다. 책과 글에 관한 한 그는 종횡무진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세 권을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으니, 그것은 ‘문학’이다.

시집 ‘절벽’은 장석주의 ‘본업’(굳이 말하자면)을 드러낸다. 시인으로서 문단에 정식으로 이름과 얼굴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여러 분야에서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궁극의 마음은 시에 있을 것이다. 작가들이 대부분 시에서 문학의 연원을 찾고 특히 시로 데뷔한 작가들은 평생 시에 구속돼 있다. 장석주에게 시는, 그의 말을 빌리면 “욕망이 아니라 욕망에 대한 욕망이며, 꿈이 아니라 꿈에 대한 꿈이다.” 그에게 시는 뿌리칠 수 없는 욕망이자 영원히 달성하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도 늘 꾸는 꿈이다. 장석주 역시 “시에의 숭고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의 치명적 중독”에 몸부림쳐왔다. 그렇지만 단언컨대 그는 앞으로도 평생 ‘치명적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것이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걱정이자 기대다.

최근 장석주가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 중 하나가 ‘독서일기’다. 책 한 권을 읽고 그것에 대해 쓰는 식의 북리뷰는 사실 오래전부터 유행했다. 한때는 이름깨나 있는 작가들의 독서일기라는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심심찮게 오른 적도 있다. 그럼에도 독서일기에 대한 장석주의 사랑과 애착은 대단히 강렬하다. 글쓴이가 남다르고 각별한 애정을 쏟아붓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 됐든 남에게 특별하게 다가간다. ‘만보객 책 속을 거닐다’가 그렇다.

이 책 서문에서 그는 책을 읽느라 제대로 놀지도 못했고 연애도 못했지만 결코 억울해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몹시 행복하기에 그는 “책읽기는 내가 기꺼이 자청한 위리안치”라고 표현한다. 대체 얼마나 뿌듯하기에 그는 스스로 유배되기를 원하는가. ‘만보객 책 속을 거닐다’에서 갈라놓은 여섯 개의 길을 그와 함께 천천히 거닐다 보면 그가 왜 책읽기에 빠져 있고 그것이 행복하다고 되뇌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학지리학’이라는 생소한 범주에 속하는 또 하나의 책 ‘장소의 기억을 꺼내다’는 경기도의 내력과 운명, 경기도 내의 곳곳에 스며 있는 작가들의 추억과 냄새를 전해준다. 따분하게 인식되는 지리학을 작가는 문학과 접목시켜 맛깔나게 내놓았다. 그가 한곳에 틀어박혀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많이 돌아다니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해내느라 기진맥진할 법한데 그의 얼굴은 되레 환하다. 천성적으로 그는 책과 문학, 독자와 함께할 때 가장 즐거운 사람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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