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생활화’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창간했던 단행본 성격의 계간지 emotion이 두 번째로 겨울호를 출간했다. ‘미술, 돈을 밝히다’라는 표제로 출간한 이번 호에서는 2007년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술과 돈의 관계를 샅샅이 파헤친다.
미술과 돈의 관계는 비단 2007년 터진 사건에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미술작품으로 재테크를 한다느니, 진정한 부자는 미술작품을 산다느니 하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미술과 돈의 관계는 오늘날에 부각된 것은 아니다. emotion 02는 미술과 돈이 오래전부터 끈끈하게 관계를 맺어왔음을 보여준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부터 ‘패트런’ ‘컬렉터’ ‘화상’ 등이 존재해왔다. 이들이 존재했다는 것은 예술을 둘러싸고 ‘시장’이 형성됐다는 것을 뜻한다.
유럽 역사상 내로라하는 부자 가문인 메디치 가문은 막강한 경제력으로 화가들을 지원했다.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 미술이 찬란하게 꽃피우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메디치 가문이 순수하게 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화가들을 지원한 것은 아니다. emotion 02는 이미 우리나라에서 900년 전부터 미술이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었다는 것을 밝힌다. 정선, 김홍도 같은 화가들의 작품은 당시에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고 한다.
emotion 02는 이에 그치지 않고 투자·경제전문가가 바라보는 미술을 이야기한다. 미술을 작품이 아닌 상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미술을 상품으로 봤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도 짚어본다.
이번 호에서 주목한 화가는 네덜란드의 비밀스러운 화가 베르메르다. 그의 삶에 대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으며, 그가 남긴 작품은 신비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렘브란트 못지않게 그의 작품에는 평화롭고 신성한 빛이 넘친다.
‘우유 따르는 여인’ ‘레이스 뜨는 여인’ ‘진주 귀고리 소녀’ 등 그의 작품은 평범해 보이지만 보는 이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다. 그의 작품 중 압권은 ‘회화의 알레고리’다. 이 작품은 베르메르의 역량을 압축한 것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만큼 이 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양하다. 이 작품에 대한 의견은 350년이 지난 지금도 분분하다. 쉽게 만나지 못하는 베르메르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밖에 emotion 02는 2007년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을 결산하고 2008년 미술시장을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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