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영 대선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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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공약으로 인터넷 달군 ‘허본좌’

[1000자 인물비평]허경영 대선 후보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놀라운’ 득표율을 얻은 인물이 있다. 기호 8번 경제공화당 허경영 후보는 10만 표에 가까운 9만6756표를 얻어 전체 0.4%의 득표율을 올렸다. 물론 대통령에 당선된 이명박 당선자에 비하면 미미한 득표율이지만, 그의 이름에 비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와는 불과 0.28%의 득표율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인제 후보는 0.68%의 득표율로, 모두 16만708표를 얻는 데 그쳤다. 새로운 진보를 내세웠던 한국사회당의 금민 후보조차 1만8223표(0.07%)로 그의 득표율과 차이가 많이 났다. 특히 허 후보는 전국에 걸쳐 골고루 득표했으며, 이인제 후보와 비교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이인제 후보보다 표를 더 많이 얻었다.

이번 대선은 2002년 ‘인터넷 선거혁명’에 이어 ‘동영상 UCC 선거혁명’이 예고됐다. 하지만 선거법 규제 탓인지 ‘동영상 UCC’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동영상 포털 사이트인 프리챌이 집계한 대선 후보에서 1위는 허경영 후보였고, 2위가 이명박 당선자였다. 네티즌들이 허경영 후보의 동영상을 가장 많이 보았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인 인물 검색 순위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등 네티즌들의 관심사가 됐다.

그의 동영상은 ‘허경영 어록’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에 올려져 있다. 그는 동영상에서 ‘국가 예산을 절약하여 국민 1인당 평생 15억 원을 돌려주겠다’ ‘60세 이상 노인에게 건국 수당으로 매년 70만 원을 지급하겠다’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겠다’ ‘유엔 본부를 판문점으로 옮기겠다’ ‘새만금을 세계 제일의 금융도시로 만들겠다’라는 공약을 소개했다.

그의 공약은 다른 후보의 공약과 달리 엉뚱하고 황당하다. 그러나 믿을 수 없는 황당한 공약이 오히려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정도 ‘톡톡 튀는’ 공약은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다. TV토론회에서 ‘IQ가 430’ ‘토론회 방영 후 지지율이 15%, 며칠 후에는 30%가 되고, 나중에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 ‘산삼뉴딜정책으로 1000만 자리 일자리 창출’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시청자들은 마치 개그 프로그램을 보는 듯했을 것이다.

허경영 후보는 선거 광고에서도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다. 판문점에서 남북한 군인들이 함께 춤추는 장면을 선보였다. 네티즌들은 허 후보를 ‘허본좌’라고 불렀다. 여기에다 ‘허경영 신드롬’ ‘허경영 팬픽’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그에 대한 네티즌들의 ‘엉뚱한’ 지지에는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기존 정치인의 공약이 실제로 약간의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었다면, 허 후보의 공약은 그 비현실적인 측면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이다.

네거티브로 점철된 17대 대선 과정에서 네티즌들이 허 후보를 통해 약간의 위안을 삼았다고 하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만하다. 하지만 그가 실제로 10만 표에 가까운 표를 얻으면서 우리는 정치 허무주의의 한 단면을 확인했다.

<윤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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