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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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포화 받은 ‘언론운동 투사’

[1000자 인물비평]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지난 11월 중순. 일부 신문이 최민희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을 집중 공격했다. 소위 방송위원회의 지상파 중간광고 허용과 관련해 최 부위원장이 결정 과정을 ‘비민주적으로’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한 신문은 ‘두 얼굴의 언론운동 투사 최민희씨’라는 제목의 사설까지 냈다. “거리의 시민운동가 행세를 하던 최씨가 하루아침에 고급 승용차를 타는 고위 공직자로 권력을 받아먹는 것이 적절한 처신인지, 업무능력은 있는지를 두고….” 사설 중 눈길을 끄는 내용이다.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자리가 차관급 공인(公人)이라지만 인신 공격성 목소리를 담는 것이 적절한지는 아리송하다.

사설만으론 모자랐던지 이 신문은 최 부위원장의 수첩에 망원렌즈를 들이댔다. ‘열 받은 방송위 최민희 부위원장의 메모’라는 제목의 포토 기사 속에는 “앞으로 나도 ‘성질을 부리기’로 마음을 정했다”는 글씨가 눈에 띈다. 신문들이 원색적인 목소리를 담는 이유는 뚜렷하다. 바로 언론광고시장 때문이다.

아닌 게 아니라 2000년대 초반, 최민희라는 이름은 언론개혁운동과 거의 동격이었다. 그가 사무총장으로 있던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개혁운동의 모태였다. 기자가 보아온 최 부위원장의 성격은 직설적이다.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그의 답은 “이것은 맞고 저것은 틀렸다”였다.

그리고 수첩. 항상 그는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었다. 한편으로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정치권에 들어간 386세대에 대한 글을-최 부위원장은 소설이라고 정정했다-언젠가는 쓸 것이라고. 최 부위원장은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1985년 ‘말’지 수습기자로 언론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최 부위원장은 “자신에 대한 비난 글을 읽어보지 않았다”고 말한다. “정말로 바빠서”란다. 그는 인권 침해로 수첩사진을 게재한 신문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최 부위원장은 개인적·공적 이메일에 mother로 시작하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 그는 “언론운동을 할 때도 제일 중요한 가치는 여자가 아이를 낳아 기를 때 건강하고 편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방송위에 들어가 경험과 사고의 폭이 넓어졌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현재 방송위원 중 언론시민단체 출신은 그가 유일하다. 그래서 더 집중적인 포화를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는 “여기에 들어와 보니 보수냐 진보냐를 재단하여 평가하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은 내년쯤으로 예정된 방송과 통신의 통합기구 출범까지를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있다. 그 후는? 아마도 언론운동은 아니겠지만 시민운동으로 돌아가 자신의 일을 찾을 것이다. 그동안 손을 놓고 있었지만 소설도 쓸 참이다. 386 정치인들에다 아마 그가 겪은 공직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추가될 듯싶다. 어떤 내용이 담길지 자못 궁금하다.

<정용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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