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전 법무장관 “검찰, 국민 신뢰 못 받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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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인터뷰]강금실 전 법무장관 “검찰, 국민 신뢰 못 받아  유감”

강금실 전 법무장관이 침묵을 깨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정동영 후보 캠프는 대중성과 참신성을 함께 갖춘 ‘스타형 정치인’인 강 전 장관의 영입으로 잔뜩 고무되어 있다. 강 전 장관은 정동영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그는 신당 경선 과정에서 휴대전화 투표를 홍보하는 ‘엄지클럽’ 활동을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2030세대 유권자들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가 역대 여당 대선 후보 중 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정동영 후보를 지원하는 데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정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이번 대선에 임하는 강 전 장관의 속내는 어떨까. 12월 7일 오전 그를 만났다.

그동안 미루다 정동영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한 이유는.
“대통합민주신당 경선 때부터 여권이 반드시 단일화되면 나도 뛰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같은 가치를 지향하고 같은 진영에 있는 정치 세력이 합심해서 선거를 치르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범여권의 후보들이 전국을 함께 다니며 같이 우리가 무슨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지 토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론조사와 모바일 선거도 해서 단일화를 이뤄야 했다. 그랬으면 국민들이 보기에 그나마 흥미진진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후보가 누구인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을 것이다. 경선 이후 정동영·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도 단일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설득했다. 그러다가 후보등록일을 넘겼다. 후보등록일까지 단일화하지 못했고, 단일화의 가능성이 없다 보니 내가 이 중요한 선거에서 뭔가 기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이미 정치권에 진입해 있는 사람으로서 그냥 지나가는 것은 죄라고 생각했다. 고민한 끝에 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지난 경선 때와 이번 대선 모두 여당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고생을 자처한 이유는.
“이번 대선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김대중 정부는 50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뤘다. 그 말은 반민주적 정치 세력에서 비로소 국민이 선택하는 민주정부로 정권이 넘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 진영은 ‘잃어버린 10년’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이 한국의 민주화 성숙에 중요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국가 위기 사태인 IMF 외환위기 때 민주정부가 들어와 잘 했기 때문에 그나마 여기까지 왔다. 그러므로 민주주의 정통성을 갖는 정부가 정권을 잡아야 한다. 그 이유는 아직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삼성 특검’이나 대선 후보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는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한 기업의 돈다발이 공직자에게 전해지는 비리를 글로벌 기업이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외형상으로 선진국을 지향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부패와 검은 돈으로 움직이는 후진국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민주정부가 들어와서 부패를 청산하고 공정경쟁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하는데 그게 안 됐다. ‘삼성 특검’도 민주세력이 여당이 되었으니까 가능했다. 또 하나는 경제문제다. 단순 성장으로는 양극화 문제를 풀 수 없다. 고용 없는 성장 시대에 양극화 문제는 내부 수익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만 해결할 수 있다.

검찰의 BBK 수사 발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검찰의 수사발표를 신뢰하나.
“개인적인 평가 이전에 국민평가가 중요한 것 같다. 어느 일간지 국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절반 이상이 ‘검찰의 수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으며,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답도 많았다.이번 수사에서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못 받아 매우 유감스럽다. 앞으로 대선에서 검찰 수사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벗어났으면 좋겠다. 지난 대선에서는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아서 비난받았는데 이번에는 결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정동영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의 검찰 규탄과 촛불집회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서는.
“신당 내부 분위기는 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정략적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같은 검찰 수사가 왜 나왔는지, 지금의 상황에 대해 엄중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도 검찰 수사를 못 믿는 분위기가 팽배하지 않은가.

대통합민주신당은 ‘BBK 특검’을 추진하고 있다. 특검을 하면 검찰 수사 결과 발표와 다른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나.
“지금으로선 단정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이 후보가 다스 소유자가 아니라는 게 아니라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수사할 여지는 있다고 봐야 한다. 지난 8월 도곡동 땅 문제와 관련해서도 참고인의 비협조로 수사가 안 됐다고 발표했다. 다스 소유자 문제도 도곡동 땅이 누구의 것이냐가 중요한데, 검찰은 적극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인정할 증거가 없는 것)이다.”

검찰이 삼성 수사에 대해 강도를 높이고 있고, 국회에서 특검법도 발의됐다. 그동안 성역으로 일컬어졌던 삼성을 수사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보나.
“국민 모두 삼성에 애정을 갖고 있다. 이참에 삼성 자신이 과거의 그늘지고 비합법적인 방식을 청산하고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미래로 나가는 데 기여하는 조사·수사가 철저히 이뤄졌으면 한다.”

이번 대선에서의 역할은.
“이번 대선에서 내 역할은 남은 동안 소규모 엄지유세단을 구성해서 동료 의원들과 같이 지역을 다니며 정동영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알리는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유세에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대선에는 왜 출마하지 않았나.
“작년 서울시장 선거를 치르며 2개월 동안 많은 정치 체험을 했다. 선거라는 게 어떻게 치러지는지 등 정치 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시장선거 경험과 이번 대선을 보면서 느낀 것은 정치가는 정치 철학을 바탕으로 정치 영역에서 일체성을 갖고 행위 하나하나를 축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선거 때 나와서 정책을 만드는 것은 이미 늦다. 정치인은 평소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아쉬운 건 우리 정당 정치가 제대로 확립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정당을 통해 정치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돼야 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나서는 것은 안 된다. 그동안 대선 후보 여론조사 리스트에 꾸준히 올랐는데 지금 이 상태에서 나가는 건 국민에 대한 바른 태도가 아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예정인가.
“현재 대선이 워낙 어려운 상황이다. 대선 이후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대선에 집중해야 할 때다. 앞으로 어떤 정치활동으로 이어질지는 상황을 보고 판단해봐야 한다.”

강 위원장의 합류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얼마나 더 오를 것 같나.
“내가 참여했다고 곧바로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이라도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면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정성이 모여야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번 대선은 정당 정치와 정책 선거가 실종된 ‘이상한 선거’라는 말이 있다. 이 같은 말이 나온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 이명박 후보의 비리와 도덕성 여부가 야당 경선 때 부터 계속 나왔다. 도덕성 검증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대선에 출마하면서 정책선거 흐름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후보의 도덕성 검증은 아주 중요하다. 정치가에게 자질, 도덕성 및 정치철학과 정책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정책만 중요하고 사람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하거나 반대로 하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 대선 후보는 그동안 정치 경력 속에서 어떤 정치를 해왔고 어떤 정책을 내놨는지, 그것이 일치해야 한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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