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고성능의 스포츠카, 수입차시장 팽창으로 공식업체서 속속 들여와

지난 11월 6일 선보인 페라리599 GTB 피오라노.
국내에서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지 20년이 됐다. 최초로 개방한 1987년 당시 수입차의 판매량은 고작 10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수입차는 연간 5만 대 이상 판매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로 따지면 5%에 달한다.
수입차 시장이 급속히 성장함에 따라 수입차의 모델도 꽤 다양해졌다. 초창기에는 세단 위주였지만(1987년 최초로 판매된 수입차는 벤츠의 구형 S클래스다) 지금은 SUV, 스포츠카, 쿠페, 컨버터블 등 수많은 모델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여기서 빠진 것이 있다면, 이른바 ‘슈퍼카’로 불리는 고가·고성능의 스포츠카다.
페라리·람보르기니·루프 등 상륙

루프 3400K
슈퍼카는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꿈꾸는 선망의 대상이다. ‘꿈의 차’로도 불리는 슈퍼카는 일반인들은 감히 엄두도 못낼 정도로 비싼 가격 때문에 일부 부유층에서만 구입해왔고 판매량 역시 연간 10대 안팎일 정도로 미비했다. 국내 수요가 극소수였던 것이다. 이 때문에 슈퍼카는 그 동안 개인적으로 들여오거나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일반 수입업자가 병행수입 형태로 들어왔다. 국내에서 슈퍼카에 대한 개념도 아직까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단순히 고가·고성능·한정판매 등으로 규정지을 뿐이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대부분 슈퍼카를 공식 수입업체가 들여오고 있으며, 슈퍼카에 대한 개념도 서서히 정립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10월 말 아우디가 R8을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11월에는 이탈리아의 3대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 마세라티, 람보르기니가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매장을 열고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국내에 슈퍼카 바람을 몰고왔다. 11월 27일에는 국내에서 다소 생소한 브랜드인 독일의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 루프(RUF)가 한국 진출을 공식적으로 알리며 한꺼번에 4개 차종을 쏟아냈다. 또 12월 중순에는 포르쉐의 대표적인 고가 스포츠카인 911 GT2가 들어올 예정이다.
슈퍼카 업체들의 공세가 갑작스레 거센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로 수입차 시장이 갈수록 팽창한다는 점, 소득 수준이 높아진 점 등을 들 수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슈퍼카는 어느 정도 시장이 형성돼야 들어오는 것”이라며 “슈퍼카가 들어온다는 것은 그만큼 업체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의 규모가 커졌으며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한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이 명실상부하게 글로벌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정 생산으로 10억 넘는 차종도
국내에 들어온 슈퍼카는 대부분 배기량이 4000~6000cc이며 최고출력은 500마력 이상이다. 최고속도는 모두 시속 300㎞가 넘으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시간)이 3~4초에 불과할 만큼 놀라운 힘과 성능을 자랑한다. 또 ‘1년에 몇 대 생산’식으로 한정 판매하기 때문에 희소성에서도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격은 모두 수억 원대이며 10억 원이 넘는 차종도 있다.
국내에 슈퍼카가 속속 들어오면서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국내의 도로 여건과 정책에 맞지 않고, 애프터 서비스나 기술 지원에 어려움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 등이 그것이다.
김필수 교수는 “국내의 교통 정책과 도로 여건에 슈퍼카가 맞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면서 “진정 자동차 선진국을 자부한다면 정책과 도로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소비자들이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현재 슈퍼카를 구입하는 사람은 성능을 즐기기 위해서 구입하기보다 과시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올바른 자동차문화를 정립하려면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애프터 서비스와 기술 지원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국내 기술자들이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해당 수입업체들이 크게 신경 써야 한다. 자칫 슈퍼카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수리 비용은 ‘부르는 게 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루프를 공식 수입·판매하는 디렌모터스의 전대식 홍보과장은 “직접 고객과 차량을 관리하고 있고 앞으로 애프터 서비스 지원 공장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슈퍼카의 국내 상륙이 부정적인 영향보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보는 사람이 많다.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고, 모터스포츠의 활성화를 가져올 것이며, 튜닝산업을 비롯해 국내 자동차산업이 발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다. 김필수 교수는 “장기적으로 볼 때 위화감 조성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며 “슈퍼카가 단편적이고 획일적인 우리나라 자동차문화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쏘나타 트랜스폼 시승기-넓어진 실내, 조용한 출발![]()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새롭게 출시한 쏘나타 트랜스폼을 만났다. 외관은 이전 쏘나타보다 한결 고급스럽다. 쏘나타 트랜스폼은 이전 쏘나타와 크기(전장·전폭·전고)가 같다. 그런데도 이전 쏘나타보다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써라운드 크롬 몰딩을 적용한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더 커진 헤드램프와 전면 범퍼, 크게 보이게 꾸민 휠 등의 덕분이다. 배기량도 1998cc로 이전 쏘나타와 같다. 하지만 최고출력(163마력), 최고토크(21.4㎏.m)는 향상됐다. 새로 장착한 2세대 세타2 엔진 덕택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실내가 꽤 넓게 느껴진다. 불필요한 장식이나 돌출 부분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 덕분이다. 서로 색을 맞춘 가죽시트와 센터페시아의 조화가 부드럽고 안락한 기분을 준다. 시동을 걸면 쏘나타 트랜스폼은 짧고 조용하게 기지개를 켠다. 국내 업체의 신차가 대부분 그렇듯 쏘나타 트랜스폼의 출발 역시 부드럽고 가볍다. 쏘나타 트랜스폼에 탑재한 엔진은 현대차가 개발한 ‘2세대 세타 2 엔진’. 기존의 세타 엔진보다 동력 성능과 연비를 개선한 엔진이다. 가속페달을 밟자 이 엔진이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했다. 속도가 올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다. 운전 미숙으로 가속페달을 순간적으로 확 밟지 않는 이상, RPM이 급격하게 치솟는 경우가 없이 속도가 짧은 시간 내에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RPM이 급격하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장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정숙성이다. 엔진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 그만큼 소음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소음은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정숙성은 국내 운전자들이 유독 중시하는 것 중 하나다. 따라서 국내 업체는 물론, 수입차 업체도 소음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대차는 쏘나타 트랜스폼의 정숙성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를 변경하고 흡음·방음재를 다양하게 활용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