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삼재 전 한나라당 부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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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인물비평]강삼재 전 한나라당 부총재

‘총재’ 곁으로 간 ‘사무총장’

이회창 전 총재에게 ‘총재’라는 직함이 늘 따라다니는 것처럼 강삼재 한나라당 전 부총재에게는 늘 ‘사무총장’이라는 직함이 붙어다닌다. 하지만 강 전 의원의 정치 이력을 들여다보면 그는 1995∼1997년 사이에 두 번에 걸쳐 사무총장직을 역임했다. 고작 2년 동안 사무총장직에 있었던 것을 두고 5선 국회의원에게 왜 ‘사무총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까.

그의 정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 그는 집권당의 사무총장이었다. 1996년 15대 총선 당시 그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선거자금을 관리하는 사무총장이었다. 이때 선거자금으로 사용한 1100여억 원의 출처가 문제였다. 안기부의 자금이 집권당의 선거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혐의로 그는 2001년 기소됐다. 세칭 ‘안풍사건’의 주역으로 그는 2003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법정에서 그 자금이 안기부가 아니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받았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그 결과 자신의 정치적 대부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을 배신했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는 나중에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는 43세의 나이에 집권 여당의 사무총장에 올라 최연소 집권여당 사무총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중요한 시기에 민주자유당·신한국당 사무총장에 오른 것도 그를 사무총장의 대명사로 인식케 하는 이유다. 지난해 라디오에 출연해 언급한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저는 대한민국의 사무총장이 아니라, 신한국당의 사무총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이지만 강 전 부총재의 이미지를 다시금 떠올릴 만한 답변이다.

그가 다시 정치의 전면에 섰다. 그의 임무는 ‘이회창 전 총재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 것’이다. 사무총장직은 아니지만 다른 당의 선대위원장에 해당하는 전략기획팀장을 맡았다. 이 전 총재 측은 조직을 단출하게 하려는 의미로 선대위라는 조직 자체를 꾸리지 않았다. 이렇다 할 거물 인사가 없는 상황에서 강 전 부총재는 이 전 총재의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총재란 직함이 따라다니는 ‘이회창 후보’와 사무총장이란 직함이 따라붙는 ‘강삼재 전략기획팀장’의 만남 또한 예사롭지 않다. 정치적 인연을 거슬러올라가 보면 1997년 이 전 총재의 첫 번째 대권 도전 시절, 이 전 총재가 대통령 후보였고 강 전 부총재가 당의 사무총장이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그때는 집권 여당이었지만 지금 그들에게는 정당도 존재하지 않고 단지 무소속이라는 명찰만 붙었다.

강 전 부총재는 11월 8일 남대문 단암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전 총재에게 출마를 권유할 형편도 못 되고, 다만 이 전 총재가 결심하면 뜻을 같이하겠다고 말했다”며 최근의 정황을 설명했다. 그는 또 “이 전 총재의 출마 뜻을 밑바탕으로 최소한 인력으로 일당백의 정신으로 오늘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윤호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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