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설 줄 모르는 ‘돌격대장’
‘돌격대장’은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걸맞은 별명이다. 그는 늘 앞에 있다. 조금이라도 한 발 뒤로 물러서는 법이 없다. 그를 보면 전쟁영화에서 고지탈환의 명령을 받고, 소대원을 이끌고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나서는 소대장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적의 기관총 사격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숙이지 않고 항상 앞장 서서 소대원을 이끌어 나간다. 그러나 그는 일개 전투소대의 지휘장교일 뿐, 명예는 언제나 작전명령을 내린 지휘관에게 돌아간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이 최고위원은 10월 28일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후보를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경선 중인 걸로 착각하는 세력이 당 내에 있는데 이런 이들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설과 함께 박근혜 전 대표 측과의 연계설이 퍼지는 데 대한 이 후보 측의 불만을 이 최고위원이 총대를 메고 나서 발언한 것이다.
이 발언에 대해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오만의 극치’라는 표현을 썼다. 유승민 의원은 “이재오 최고위원이야말로 당 화합의 걸림돌”이라고 반격했다. 박 전 대표 측은 이 최고위원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는 2선 후퇴에는 뜻이 없는 듯하다. 아직 대선이라는 고지 탈환 임무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최고위원과 뜻을 같이하는 박계동 의원은 “경선 이후에는 당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민주주의적 원칙론을 이 최고위원이 언급한 만큼 이 최고위원을 당 내에서 흔든다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길을 나섰다. 호남 운하 물길을 답사하는 것이다. 11월 3일부터 1박 2일 동안 호남-충청 물길 243㎞를 자전거로 탐방했다. 이 후보의 당 내 후보 경선 승리 이후 경부 운하에 대한 당 내의 재고 움직임이 일자, 그는 경부 운하 물길을 자전거로 답사했다. 당 내의 반대 움직임을 앞장 서서 가라앉히겠다는 것이다.
당 내 경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뒷자리에 물러나 있지 않았다. 도곡동 땅 문제로 검찰 수사가 한창이던 8월 중순 그는 검찰청 앞에서 철야농성을 주도했다.
2004년 총선 이후 당 내의 대다수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선 출마에 심정적으로 지지를 보낼 때 그는 이 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앞장 섰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던 정두언 의원, 이 후보의 형인 이상득 의원 외에 그의 지원세력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직접 앞장 서서 이 후보의 지지를 이끌어내, 끝내 당 내 경선에서 이 후보가 한나라당의 후보가 되도록 됐다.
하지만 그는 1인자를 꿈꾸는 것 같지는 않다. 돌격대장은 사실 1인자가 아니다. 1인자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돌격하는 2인자일 뿐이다. 일단 그는 고지를 향해 돌격하고 소대원을 지휘하는 일에 전념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진정한 2인자가 될 수 있는지는 고지를 향한 전투에서가 아니라, 이후 그의 행적에서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윤호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