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후보 지지 위해 사표 낸 김경진 검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이명박 후보, BBK 관련 의심할 여지 있다”

[직격인터뷰]문국현 후보 지지 위해 사표 낸  김경진 검사

김경진 광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가 지난 10월 11일 사표를 내고, 창조한국당(가칭) 제17대 대통령 후보인 문국현 후보를 돕기 위해 캠프에 합류했다. 현직 판·검사가 특정 대선 후보의 선거활동을 돕기 위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범여권에서는 2002년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박범계 당시 대전지방법원 판사의 사례가 유일하다. 김 전 검사가 검사 자리를 내던지면서 문국현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10월 23일 여의도 문국현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 문국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검사직을 사직한 이유는.

“밖에서는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검사들은 범죄와 싸우며 열심히 일해왔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범죄가 줄어들지 않았고 세상도 좋아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 전체의 인격적·지적·윤리적 수준이 같이 올라가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추세선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법이나 검찰의 역할보다 정치·교육·종교 등이 사회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올해가 대선이 있는 해인데 대선 후보군 중 누가 우리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나. 이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후보로서 문국현 후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일조하고자 검사직을 그만뒀다.”

- 문국현 후보의 매력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등에서도 중소기업 또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조찬 강연회를 자주 개최한다. 이와 관련해 기업 쪽에서는 상당히 많은 돈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들은 사장이나 회장의 강연 비용에 회사 돈을 쓸 것이 아니라 종업원에 대한 학습이나 교양 강의에 사용하는 것이 훨씬 투자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제품의 품질도 좋아지고 산업 재해도 줄어든다. 문국현 후보는 기업에서 이런 것을 손수 실천한 사람이다. 우리 사회와 국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에 대한 교육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문 후보가 대통령으로 가장 적당한 인물이다.”

- 문국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사직했을 때 주위의 반응은.

“(웃음) 주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반대가 많았다. 아내도 문국현 후보를 2~3년 전 부터 알았다. 인터넷을 통해 문국현 후보가 강연하는 것을 가족들이 같이 보곤 했다. 내 성격이 한 번 한다면 하는 스타일이라서 가족들도 흔쾌히 승낙해줬다.”

- 문국현 후보 또는 문국현 후보 캠프 측 관계자들과 사전에 협의했나.

“사직원을 제출하고 캠프 쪽에 아는 사람(고향 선배)을 통해 가도 되느냐고 의사를 피력했다. 캠프 쪽에서 나에 대해 알아보고 좋다고 했다.”

- 문국현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희망을 심는 것이다.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희망을 싣고 간다. 사실 객관적으로 현재는 안 될 수도 있지만 그와 상관없이 희망을 갖고 2~3년 가면 그 추세는 분명히 그 곳(대통령 당선)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 문국현 후보 법률 특보로서 무슨 일을 하나.

“지금 창당 작업을 하고 문국현 후보가 대통령 선거 예비 후보로 활약하는 데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 많다. 시민단체였던 창조한국이 창조한국당으로 설립되는 과정에서도 정당법상 문제가 없는지, 문 후보는 선거비용을 어떤 방식으로 조달해 쓰는지, 지지자들이 문 후보 홈페이지에 올리는 사진 등 여러 콘텐츠와 관련해 삭제할 것인지 말 것인지 등을 결정한다. 현재 나는 변호사 활동을 거의 하지 않기에 여기서 주로 상근하며 돕고 있다.”

- 현직 검사의 정치 입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인 생각은 사회가 진보해 나가려면 개개인의 의식이 진보해야 한다. 사법적 행위를 하는 것은 개별적 행위이고, 정치는 큰 틀에서의 종합적 행위다. 우리 사회는 검사도 필요하고 정치도 필요하다. 검사를 하다가 정치를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나의 사직을 놓고 검찰에서 두 가지 얘기가 있었는데 하나는 안 좋은 영역(정치)으로 가고 있다는 얘기고 다른 하나는 권력을 쫓아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서 위임한 정치권력이 사법이나 행정 권력을 견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검찰에서 나오면서 내부 전산망에 하고 싶은 얘기를 다하고 나왔다.”

- 내년에 총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나.

“상황을 두고 볼 것이다. 지금 뭐라고 얘기할 수 없다. 문국현 후보가 주창하는 것이 미래사회 비전과 상관관계가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개인보다 당이 내세운 이념과 가치를 보고 총선에서 투표한다. 문 후보의 이념가치가 우리 사회의 주류적 이념으로 떠오르지 않으면 내년에 어떻게 될 것인지 염려도 된다. 대선 흐름을 지켜보고 그때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 이명박 후보는 선거법을 위반하는 등 많은 송사에 휘말렸다.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명박 후보를 평가한다면.

“이명박 후보가 과거에 잘 살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시비에 걸리지 않았다면 지금 서 있는 대선 후보라는 위치가 떳떳하고 당당했을 텐데 여러 가지로 덜 당당해 보인다.”

[직격인터뷰]문국현 후보 지지 위해 사표 낸  김경진 검사

- BBK 주가 조작사건과 이명박 후보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나.

“충분히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 과거 기사를 살펴보면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제 경영주인 것처럼 얘기하는 등 충분한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 BBK, 도곡동 사건 등 검찰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수사에 대해 평가한다면.

“검찰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당시 검찰 발표 내용이 모호하게 나온 것은 확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후보가 해명한 것은 명확한 해명도 아닌 것 같다. 실제 수사를 담당한 수사 검사나 부장이 정확히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데, 검찰총장 중앙지검장 등은 여러 단계를 통해 들으니까 지난 수사발표과정에서 미미한 착오가 있었을 것 같다.”

- BBK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경준씨가 귀국하면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만약 11월 말 김경준 씨가 돌아온다면 오는 즉시 구속된다고 볼 수 있다. 주가조작이나 횡령 액수가 300억 이상이기 때문이다. 검찰이 구속된 사람을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이 20일이니까 김경준씨가 언제 들어오느냐에 따라 수사 발표가 대선 전에 날 수도 있고,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검찰총장이 바뀐다 해도 수사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중요한 사건일수록 위에서 특별한 주문을 하지 않는다. 주문 자체가 여러 가지로 의심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주임검사의 수사 의지에 달려 있다.”

- 최근 광주고검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처남인 민준기씨 등을 통해 비자금으로 코스닥 기업의 주가 조작을 했다는 사건을 직접 수사했다고 하는데.

“2002년 전주지검 검사를 했는데, 그때 그 사건을 담당했다. 당시에는 민씨가 정동영 후보 처남이라는 것을 몰랐다. 금감위에서 수사 의뢰를 전주지검에 해서 전주지검 수사과에서 조사했다. 당시에 관련자들이 구속 기소된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도 기억하는 것이 전주지검에서 근무할 당시 주가조작 사건을 맡은 것은 그때 한 건밖에 없었다.”

- 문국현 후보를 비롯한 정동영 후보, 이인제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견해는.

“그 부분은 잘 모르겠다. 단기적으로 후보 단일화나 연합을 할 것인지, 후보 단일화를 안 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 것인지, 그 부분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온 것 같다.”

- 검사 시절에 특히 기억에 남은 사건을 말해준다면.

“서울중앙지검에서 있을 때 세녹스 등 유사 휘발유 사건을 담당했다. 그 당시에 첨가제 문제로 세녹스와 관련해 법리 논쟁이 많았다. 처음에 광주에서 터졌는데 판사가 영장을 기각해서 힘들었다. 결국은 대법원까지 가서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그 사람들이 3년인가 실형을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직격인터뷰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