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노무현 대통령 내외가 직접 걸어서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는 점에서도 과거에 비해 많이 달라진 남북관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친노 사이트로 유명한 서프라이즈(www.seoprise.com)에 ‘싸랑해여’란 네티즌이 ‘방북… 김대중과 노무현 그리고 정주영’이라는 포스트를 올렸다. <朱>
(전략) 두고두고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바로 지난 1998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이었다. 소싯적에 고향에서 아버지가 소를 판 돈을 장롱에서 훔쳐내 달아난 청년, 그 청년이 타향에서 엄청난 재산을 일구고 과거 아버지에게서 훔쳤던 그 돈을 아버지 대신 고향땅에 갚는다, 게다가 그 고향땅은 과거와 달리 엄청난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 소 한 마리는 이제 500마리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드라마틱하다. (중략) 나는 당시 정주영 명예회장이 소떼를 몰고 방북한다는 기사와 또 정주영 회장의 개인적인 스토리를 접하고 정 회장의 방북에서 엄청나게 감동적인 해프닝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광경이 바로 정 회장이 500마리의 소 가운데 한 마리를 골라 그 고삐를 잡고 군사분계선을 건너는 모습이었다. 그 상징성에 저절로 가슴이 뛰지 않는가. 정 회장의 옷차림은 한복 두루마기에 중절모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 하지만 실제 소떼는 그냥 대형 트럭에 실려서 별다른 이벤트 없이 북으로 사라졌다. 가슴이 아팠다. 만일 내가 상상한 것 같은 모습이 펼쳐졌다면 아마 그 모습은 세계적인 특종 사진이 되지 않았을까? 그 사진은 아마 한반도 분단의 비극과 전쟁과 냉전과 햇볕정책과 남북간의 만남과 화해를 집약해서 표현하는 상징이 되지 않았을까? 그 사진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되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사진 하나가 바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역사적·문화적 코드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무미건조하게 그런 역사적 이벤트를 그냥 흘려보내고 말았다. 이유가 뭘까? 그 이유를 나는 잘 모른다. 국내외적인 정치적 환경에 따른 제약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하게 현대그룹이나 우리 정부 관계자들의 기획력 부족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 우리의 오랜 분단과 전쟁의 비극이 우리의 상상력 자체를 억압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의 질곡은 그리 쉽게 해소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사람의 몸도 상처가 아물어도 그 생채기는 오랫동안, 어쩌면 평생 남는 것처럼… 그런 것 아닐까? 그만큼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새로운 시대, 미래로 서두르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