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뉴턴은 물체에 힘을 주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말해주는 운동방정식을 만들어낸 위대한 물리학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일상생활에서 모두 쓰고 있고 그런 뜻에서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이 본인도 모르게 물리의 전문가이기도 하다. 많은 국민이 물리의 전문가라는 말이 정말이냐고 반문할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국민 가운데 자동차 운전을 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그들은 10m 앞의 차를 따라가면서 필요할 때마다 적당히 힘을 주어 브레이크를 밟는다. 어느 정도의 힘을 주면 얼만큼 속도가 느려지고 어디쯤에서 설 수 있을지 본능적으로 알아서 브레이크를 밟는다. 그런데 속도를 줄여 자동차가 어느 거리에서 서는지는 ‘뉴턴의 운동방정식’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는 이렇게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풀지 않고도 그 해답을 본능적으로 아는 물리 전문가이기도 하다.

영국 과학자 맥스웰은 뉴턴에 버금가는 위대한 물리학자이다. 그의 업적을 보면 이 말이 수긍이 간다. 맥스웰은 힘과 물체의 운동법칙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전기와 자기의 법칙을 완성한 과학자다. 맥스웰은 전기가 도선을 따라 이동하면 전류가 흐르는 것뿐만 아니라 전기가 없는 공간에서도 전기를 띤 물체에 영향을 주는 전기장이 변하면 역시 전류가 흐르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선 생소할 수 있는 전문용어 전기장이 나온다. 전기장을 설명하기 전에 우리가 경험하는 자기장부터 설명해보자. 종이 위에 철가루를 뿌리고 말굽자석을 그 밑에 가져가면 남극과 북극을 잇는 모양새가 생긴다. 즉 쇳가루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받아서 줄을 선다. 이럴 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쇳가루에 힘을 주어 줄을 서게 하는 것을 ‘자기장’이라고 한다. 지구의 자기장에 의하여 나침판의 바늘이 북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도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전기장 역시 전기를 띤 물체들에 같은 역할을 한다. 유리막대를 문질러서 머리 쪽으로 가져가면 머리털이 선다. 유리막대가 만든 전기장의 영향 때문에 머리털이 선 것이다. 아무것도 없게 보이는 빈 공간은 전기장과 자기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다시 맥스웰의 이야기로 돌아가자.

전파 속도와 빛의 속도는 같아

세계 최초 레이더의 마이크로퍼 발생장치.

세계 최초 레이더의 마이크로퍼 발생장치.

전류는 도선을 따라서도 흐르지만 빈 공간에서 전기장이 시간적으로 변할 때 역시 전류가 흐르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 착안한 맥스웰은 이런 전기와 자기의 장이 전파라는 파동을 만들어내어 물의 파동이 연못이나 바다에서 퍼져나가듯이 빈 공간에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알아냈다. 공교롭게도 전기와 자기의 파동은 그 전파하는 속도가 빛의 속도와 같다는 것도 ‘맥스웰의 방정식’ 속에 들어 있었다.

좀 어렵고 골치 아픈 말들을 정리하면 물의 파동이란 물이란 매질을 통해서 퍼져나가고 ‘전파’라는 파동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공간이란 매질을 통해서 퍼져나가는 전기와 자기의 파동이란 말이 되겠다. 이러한 이론을 실제로 확인한 사람은 헤르츠(Herz)였다.

MBC 문화방송을 들으려면 85.9㎒에 맞춘다. 이럴 때 쓰는 전파의 진동수는 헤르츠의 이름을 딴 것이다. 연못에다 돌을 던지면 물의 파동이 퍼져나간다. 해변에서 먼 바다를 보면 파도가 밀려온다. 그런데 바다에 떠 있는 돛단배는 파도와 같이 밀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자리에서 울렁거린다. 파도란 물 자체가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물을 매질로 써서 에너지가 전파된다.

마르코니, 전파이용 통신망 실용화

전파란 물이 출렁거리는 대신 빈 공간에서 전기장과 자기장이 출렁거리고 이것이 퍼져나가는 것이다. 전기장의 변화와 자기장의 변화가 서로 유도하면서 퍼져나가는 것이다. 이런 전파를 처음 활용한 사람은 이탈리아인 마르코니다. 마르코니는 처음으로 전파를 이용하여 통신망을 실용화하였다.

그렇지만 인류는 옛날부터 전파를 이용했다. 불을 켜면 빛이 나와서 밤에도 사물을 볼 수 있게 하였다. 물질을 태우면 타는 에너지가 원자 속의 전자를 흔들고 궤도를 바꾸면서 ‘전파’를 내놓는다. 빛은 원자가 만들어내는 전파고 원자는 방송국의 안테나에 비하면 엄청 작기에 그 파장 역시 엄청 짧다.

블랙홀에 빛(정보)이 들어가는 장면을 형상화한 그래픽.

블랙홀에 빛(정보)이 들어가는 장면을 형상화한 그래픽.

사실상 우리는 여러 파장의 전파를 이용한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짧은 파장영역의 X선은 그 파장이 100만분의 1㎝ 정도이고 이는 우리 체내의 뼈를 볼 수 있게 할 정도로 파장이 짧아서 느슨한 살결과 근육은 거의 걸리지 않고 지나간다. 자외선은 X선보다 긴 파장이고 파장이 좀 더 길어지면 보라색 빛이 되며 파장이 그보다 더 길어지면 붉은 쪽으로 이동한다. 더 길어지면 적외선이 되고 좀 더 길어지면 마이크로파가 된다.

빛, 즉 가시광선은 전파의 영역 가운데서 극히 일부지만, 인간이 대상물을 보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좀 더 길어지면 마이크로파가 되고 마이크로파는 아침, 저녁으로 주방에서 간편하게 음식을 데우는 데 쓰인다. 파장이 좀 더 길어져서 몇m 정도가 되면 방송국에서 쓰는 전파가 된다. 이처럼 전파는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통신수단과 생활 현장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전파는 우주를 관측하는 수단으로도 쓰인다. 별을 보는 보통망원경으로부터 우주공간을 90분마다 도는 허블망원경, 그리고 세계 최대의 켁 망원경 등은 가시광선을 이용하고 있고 외계인을 찾아보는 작은 전파망원경부터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로 표현되는 벨연구소의 전파망원경과 푸에르토리코에 설치된 가장 큰 규모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등은 우주 깊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핵무기를 감시하기 위해 그 폭발 실험에서 나오는 X선보다 훨씬 짧은 감마선을 포착하는 감마선 망원경이 우연히도 우주 깊숙한 곳에서 생기는 블랙홀 생성 과정에서 뿜어내는 감마선을 보았다. 주기적인 전파를 내는 ‘펄서’ 역시 전파망원경을 통해 발견했다. 이렇게 전파는 하늘과 땅 그리고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20세기는 전파시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빛이란 극히 작은 전파영역 중 하나다.

<김제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과학문화진흥회 회장>

과학이야기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