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중소기업 일자리 늘려라”
대기업과 격차 커 무조건 눈높이 낮추라는 지적엔 공감 못해
“매력적인 일자리가 별로 없는데, ‘눈이 높다’고만 하더라.”
구직자들과 대학생들은 “요즘 청년실업자들이 눈이 높다”는 비판에 할 말이 많다. 최근 실업극복국민재단에서 진행한 ‘청년실업’ 집담회에서 이들은 대기업 등에 몰리는 구직자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가 받는 대우가 현저하게 다르기 때문.
참석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매력적인 중소기업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람 있고 가치 있지만 근로조건이 열악한 사회복지사 등의 직업군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실히 해달라고 주문했다.
구직자들과 대학생들은 또 “고민은 많은데 좋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멘토링’ 서비스 지원 제안이 나왔다. 한 참석자는 “졸업 후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위해 방황한 시간이 막상 이력서상으로는 ‘놀아버린 시간’으로만 남는다”며 ‘대학 졸업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정부의 구직준비제도’ 아이디어도 내놨다.
사회(정보연):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이 없을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도 좋다.
이새롬: 청년들을 위한 ‘직업 멘토링 서비스’가 있었으면 한다. 어떻게 미래를 헤쳐나가야 하는지 잘 몰라 갈팡질팡하는 청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싶어도 주변 환경의 영향으로 한정된 직업밖에 못 본다.
주덕한: 공감한다. 먼저 정책을 세우는 사람들이 청년실업자들의 실태를 잘 파악해야 한다. 담당자들도 3개월 이상 백수생활을 하게 하면 어떨까(웃음). 청년실업자들처럼 느끼고 겪어보면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청년실업자들의 생활을 밀착 연구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청년실업상담센터를 따로 마련해보면 어떨까. 청년실업자들은 마음놓고 고민을 상담할 곳이 필요하다.
사회: 일자리는 많은데 청년실업자들이 “눈이 높아서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주덕한: 무조건 눈높이를 낮추라는 데는 공감할 수 없다. 대기업 직장인과 중소기업 직장인에 대한 사회 인식부터 다르지 않나. 미팅을 나가도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대기업 계열사의 ‘알바생’이 더 인기 있다. 물론 가족들도 대기업 가는 걸 더 좋아한다.
이새롬: 매력적인 중소기업을 많이 만든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중소기업 근무자에게 지원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에서 5년 근무하면 대기업으로 옮길 때 가산점을 준다든지…. 이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크게 벌어졌는데 눈높이만 낮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정부는 격차를 줄이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김승택: 좋은 중소기업을 많이 만들어 청년실업 문제를 풀어가는 것은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중소기업을 꺼리는 추세지만 그래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력을 쌓아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더 좋은 근로조건을 갖춘 직장으로 찾아가는 고용시장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그러나 더 빠르고 확실한 변화를 위해서는 힘의 논리로만 좌우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거래 관행을 없애야 한다. 그런 후 일관된 고용정책을 펴나가야 한다.
정소미: 논의를 확대한다면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알려주고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 결국은 좋은 근로조건을 갖춘 직장(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등)에 사람이 몰리는 게 문제 아닌가. 그건 자기 적성에 맞는 괜찮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생긴 일이다.
우리의 경우, 어린시절부터 획일적으로 일부 과목 수업에만 치중하는데, 이제부터는 예·체능, 기술·기능 관련 경험을 할 기회를 많이 주자. 그러면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전문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기관(특수고등학교 등)을 선택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또 보람 있고 좋은 일이지만 ‘돈이 안 되는’ 일자리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사의 경우 체계적인 과정을 도입해 매력적인 전문직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하자.
정혜진: 취업이 어렵다 보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 인턴십을 모색하는 친구가 많더라. 그러나 지자체나 노동부에서 보내주는 해외 인턴십은 취업으로 잘 연결되지 않는 반면, 대기업의 해외 인턴십은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것을 많이 봐 왔다. 지자체와 노동부의 해외 인턴십을 다녀올 경우에도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홍상혁: 청년들을 위한 창업전문기관을 설립하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 예정자와 투자자를 이어주는 역할을 정부가 하면 어떨지.
김승택: IMF 외환위기 직후 우수한 인력들이 직장을 나와 할 수 있는 게 창업밖에 없었다. 그때 너무 많은 사람이 창업해, 이미 시장은 포화상태다. 미래지향적인 ‘신업종’을 찾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다운: 지원서를 쓰다 보면 졸업 연도를 쓰는 난이 있는데, 사실 그건 ‘얼마나 놀았나’를 검증하고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차라리 졸업 후 1년 정도는 직업을 탐색하는 기간으로 간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 그렇다면 취업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 정부가 1년 정도 교육비와 구직활동비를 직접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어떨지.
이다운: 여성들은 취업 때 차별을 겪는 경우도 많다. 차별이 개선될 때까지 당분간만이라도 이력서에 성별 표시를 금지하는 건 어떨까.
사회: 남성 대 여성 비율이 균형적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법도 있을 것 같다. 대학도 바뀌어야 한다. 기업이 커리큘럼을 만드는 비즈니스 클래스를 운영하고 그 비용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참석자
홍상혁 ▶ 남·31·자영업
정혜진 ▶ 여·27·대학원 재학
이다운 ▶ 여·23·대학 4학년 재학·취업준비중
정소미 ▶ 여·20·대학 2학년 재학
이새롬 ▶ 여·19·대학 2학년 재학
주덕한 ▶ 남·38·전국백수연대 대표
김승택 ▶ 남·한국노동연구원
진행·정보연
<정리·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