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지방대 경쟁력 확실히 높여달라”
“단순히 공기업·대기업 이전만으로 문제 해결 안 돼” 지적

대구 KYC사무실에서 대구·경북지역의 시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YC 제공>

대구 KYC사무실에서 대구·경북지역의 시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역기업조차 지방대생을 쳐다보지 않더라.”
한국사회에서 ‘지방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은 어떤 것일까. 지난 8월 27일 대구 KYC 사무실에 대구·경북지역의 자영업자, 지역대학 재학생, 취업준비생 등이 모여 지역균형발전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주현덕

주현덕

참석자들은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그나마 남아 있는 ‘좋은 일자리’마저도 ‘서울 출신’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지방기업 사무직을 알아봤지만 지방대생이라 힘들다는 말을 여러차례 들었다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방대생으로서 떳떳하게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방대의 경쟁력을 확실히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지역 자영업자, 유통업자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마트가 들어서면, 상권은 죽다시피 한다는 것.

참석자들은 그래도 참여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단순히 공기업·대기업을 이전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역에 잘 맞는 알짜 기업이 정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상일

박상일

사회(조광진): 지역에서 겪는 문제들을 이야기해달라.

조준식: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다. 그 때문에 자영업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유통마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그나마 근근히 살아가던 자영업자, 유통업자들은 죽을 지경이다.

우성덕: 대구의 지역경제가 죽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대구는 ‘공무원 도시’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두 집 건너 한 집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현실 때문에 생긴 말이다. 다른 직업은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의 비율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박미화

박미화

주현덕: 공감한다. 지방대를 나온 주변 사람들을 보니, 십중팔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더라. 그것도 아니면 서울권 대학으로 편입할 준비를 한다. 나도 지방대 인문계열을 나와서 취직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우성덕: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지방대생들은 수도권 대학 졸업생들보다 몇 배 더 힘들다. 원서 내고 서울에서 필기시험을 치거나 면접을 보기 위해서는 한 사람당 15만 원에서 25만 원이나 든다고 하더라. KTX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시험 전날 여관이나 찜질방에서 자야 하고, 때맞춰 끼니도 챙겨야 하니 말이다. 지방대생들은 보통 원서를 100개씩 넣는다고 하는데, 그중에 열 곳만 필기시험을 치르고 면접을 본다고 생각해보라. 지방대생들은 너무나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장진우: 솔직히 자기소개를 할 때 은근슬쩍 학교 이름을 빼버리는 경우가 많다. 지방대학 출신인 걸 알면 (무엇에든) 불리할 거라는 생각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공정한 기회를 주는 사회라고 하지만, 현실은 ‘용이 있는 집안’에서만 용이 나온다. 기회균등을 위한 적극적인 정부의 역할이 극대화돼야 한다.

우성덕

우성덕

조준식: 그렇다. 경북대도 예전에는 명문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서울에 있는 대학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 아닌가. 지역대학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더욱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박상일: 지역 기업들은 지방대학 출신들을 원치 않는다. 저는 목포에서 대구로 왔는데, 여기 오기 전 목포에서 중소기업 사무직을 찾아봤다. “넌 지방대학을 나와서 안 되겠다”고들 하더라. 목포지역에 있는 기업이 어떻게 같은 지역 사람을 배척할 수 있나. 고향에 버림받았다는 실망이 매우 컸다. 목포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다. 지역사회와 기업은 같은 지역대학 젊은이들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결국 지방대학을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승렬

이승렬

사회: 대구 경북지역 대학 졸업생이 한 해 3만~4만 명은 될 텐데 그럼 다들 어디로 가나?

우성덕: 20~30대는 서울이나 울산, 창원 등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난다. 대구에 남아 있는 젊은이들은 대부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박상일: 이런 일은 비단 대구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가 살던 전라도는 (대구 등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낙후한 곳이다.

박미화: 다만 집값 면에서는 지역이 더 좋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니던 예비 신랑이 서울로 (직장을) 옮겨 다들 부러워하더라. 하지만 집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녀 보니 대구에서는 집을 살 수 있는 돈으로 서울에서는 전세를 구하기도 어렵더라.

장진우

장진우

조준식: 대구에서 1000만 원 오를 때 서울서는 1억씩 집값이 오른다고 하더라. 그런 점을 생각하면 지역이 살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승렬: 문화적인 혜택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사회: 현 정부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공기업과 대기업이 지역에 온다고 해도 (가족 단위로 오지 않아) 기러기 아빠만 늘어나고, 땅값만 올라가 본래 살고 있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내몰릴 거라는 얘기가 있다.

우성덕: 사실 그런 우려가 많지만, 교육 인프라를 개선하거나 주변 환경을 홍보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보완하면 되지 않겠나. 희망은 있다고 생각한다.

조준식

조준식

조준식: 하지만 단순히 대기업을 유치하는 게 답은 아니다. 지역의 사정에 잘 맞는 ‘지속 가능한 알짜기업’이 늘어나는 게 중요하다.

참석자
박미화 ▶ 여·24·강사·대구 서구
박상일 ▶ 남·22·대학생·경북 경산시
주현덕 ▶ 남·23·대학생·경북 포항시
장진우 ▶ 남·26·대학원생·경북 경산시
우성덕 ▶ 남·29·지역신문 기자·대구 수성구
조준식 ▶ 남·38·유통업·대구 수성구
이승렬 ▶ 여·27·취업준비 중·대구 달서구

진행·조광진<대구KYC 대표〉
<정리·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관련기사

2030유권자의 목소리를 정책으로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용산의 역경루
오늘을 생각한다
용산의 역경루
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