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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올려도 교육의 질은 제자리”
“적립금은 수천억 원씩 쌓아놓고 왜 올리는지…” 불만 토로

[2030유권자의 목소리를 정책으로] ⑥대학 등록금

“빚만 잔뜩 안고 시작할 사회생활이 두렵다.”

중산·서민층의 대학생들과 학부모가 지난 14일 충무로 KYC 사무실에서 만나 대학 등록금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참석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치솟는 대학 등록금이 두렵다고 했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갚아가고 있는 한 참석자는 “아르바이트 급여를 받으면 학자금 이자와 휴대전화 비용으로 다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이자만 내기도 버거운데, 졸업 후 원금을 갚아야 할 것을 생각하면 까마득하다는 것.

학부모는 “자녀가 대학에 갈 때쯤이면, 부모는 오륙도나 사오정의 나이에 접어들어 직장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대학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 중 상당수가 신용불량자가 되기도 한단다.

참석자들은 반면 학교가 등록금을 끊임없이 인상하는 배경을 제대로 알고 싶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학교가 등록금은 꾸준히 인상하면서 왜 적립금은 수천억씩 쌓아놓는지, 왜 그 돈을 학교와 학생을 위해 쓰지 않는지, 재단 전입금은 왜 잘 들어오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가가 개입해서라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성남

이성남

사회(권수현): 홈쇼핑 보험상품 중에 ‘대학등록금 저축보험’이 등장했다고 한다. 대학 등록금에 대한 일반인들의 불안이 크다는 걸 보여준다. 1년 등록금이 1000만 원이 넘는 사례(고려대 의대)도 나왔다.

조정식: 지난해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등록금과 생활비 등 명목으로 돈을 빌린 학생들의 부모 중 신용불량자가 된 비율이 19.5%(한쪽), 8.8%(양쪽 다)라고 한다.

이성남: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쯤, 부모는 ‘사오정’ ‘오륙도’의 나이가 되어 상당수가 일자리를 잃는다. 그러다 보니 그 또래의 신용불량자가 양산된다.

김수관

김수관

조정식: 이화여대는 적립금이 5421억(2006년)으로 전교생이 몇 년간 공짜로 대학을 다닐 수 있는 돈이라고 들었다. 한쪽에서는 치솟는 등록금 때문에 허리가 휘는데, 왜 학교에서는 마냥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학이 쌓아두고 있는 ‘목적성 적립금’의 경우, 법률적으로 ‘목적’의 범위에 대해 명시한 바가 없다. 이대가 적립금으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두고 좋은 방법이라고 추켜세운 한 월간지 기사를 읽고 씁쓸했다. 돈을 불려서 과연 어디에 쓰려는 것인지.

이승빈: 대학 스스로 그걸 내놓을 수 있을까.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재단 전입금도 문제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김수관: 등록금이 올라도 교육의 질은 그대로인 것 같다. 입학 후 매년 등록금이 10% 인상했다. 하지만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증가했고, 도서관에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안 되는 책이 많다. 열람실도 부족해 시험기간이면 새벽 6시부터 나와야 한다. 학교 규모가 커지고 겉모습은 깔끔해진 것 같아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개선은 별로 없다.

의사 결정 구조도 문제다. 학생회 활동을 하고 있어, 등록금을 협의하는 자리에 나가곤 한다. 학교 측에서는 일방적인 통보만 하더라. 결국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투쟁밖에 없다. 나라와 학교가 시위를 부추기는 꼴이다.

박현

박현

조정식: 사실 학생들은 덮어놓고 동결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인상하는 원인부터 들어보자는 건데 말이다.

제가 다닌 학교의 전 총장님이 한국의 대학이 세계 최고 대학에 들지 않는 이유는 ‘등록금이 낮아서’라고 하시더라. 제가 조사한 바로는 세계 우수대학 100여 개 중 무상교육 혹은 그에 가까운 대학이 80개 대학이 넘었는데 말이다.

사회(권수현): 등록금 무이자 대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최정훈: 학자금 (2학년 1학기) 대출을 세번 받아 그 이자를 제가 부담하고 있다. 이자율이 전혀 낮지 않다. 돈 장사를 하는 것 같다.

이승빈

이승빈

이승빈: 왜 정책은 늘 ‘대출’에서 맴도는지 모르겠다. ‘돈이라도 쉽게 빌려가세요’ 하는 식인가. 근본적으로 (등록금 자체를)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권수현): 교수노조에서는 ‘등록금 후불제’를 제안한 바 있다. 졸업 뒤 돈을 내되 소득 수준에 따라 달리 내는 것이다. 수입이 없다면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최정훈: 당장 등록금을 낮추기 힘들다면, ‘지불방법’을 개선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아니다.

사회(권수현): 기여입학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박현: 그거야말로 교육을 상품화하자는 것 같다. 돈 있는 사람은 대학에 마음껏 들어갈 수 있게 하자는 거 아니냐.

최정훈

최정훈

김수관: 단지 돈 때문에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면, 학벌로 사회 지위가 결정되는 우리 사회에서 결국 부가 대물림되는 거 아닌가.

사회(권수현): 일부 정당에서는 반값 등록금도 주장하는데.

박현: 가능할 것 같긴 한데 솔직히 못 믿겠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GDP(국내총생산) 대비 6%를 교육예산으로 확보한다고 약속해놓고, 실제 4.9%를 넘긴 적이 없다던데.

이성남: 정부와 정치인들이 배고픈 사람의 입장에서 헤아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막노동해야 하는 사람, 좌판을 벌여야 사는 사람들 말이다.

사회(권수현):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조정식

조정식

조정식: 저는 무상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한국 경제 수준에서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서구 국가들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무상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다. 의지의 문제다.

이성남: 학자금 대출 때문에, 아이는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보태줄 능력이 없어 그저 보고 있어야만 한다는 게 암담할 뿐이다.

박현: 등록금 문제가 심화된다면, 사회계층을 나누는 또 다른 도구가 되지 않을까.

제 친구가 등록금을 못 내, 자퇴할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의 미래에 대해 술자리에서 얘기해봤는데 당장 생산직 정도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정말 한정적이더라.

참석자
이성남 ▶ 남·53·직장인·서울 도봉구·학부모
이승빈 ▶ 남·22·학생·서울 용산구·상명대
박현 ▶ 남·21·학생·경기 동두천시·상명대
조정식 ▶ 남·25·학생·서울 성북구·고려대 중퇴
김수관 ▶ 남·25·학생·경북 청도시·한국외대
최정훈 ▶ 남·21·학생·서울 용산구·동국대

진행·권수현
<정리·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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