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인도, 지는 파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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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분리 독립한 두 나라 명암… 신흥 경제강국 vs 정치·사회 혼란

파키스탄과 인도가 각각 14일과 15일 나란히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6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21세기 현재 두 나라의 운명은 엇갈리고 있다. 인도는 눈부신 경제 성장을 통해 무시할 수 없는 ‘슈퍼파워’로 떠올랐지만 파키스탄은 정정 불안 속에 ‘실패한 국가’로 무너지고 있다.

식민 지배에서 분리 독립까지 17세기 동인도회사가 설립된 이래 대영제국의 영향 하에 있던 인도는 1857년 무굴 제국의 멸망으로 영국의 본격적인 식민 통치를 받게 된다. 영국은 모슬렘이 대부분인 파키스탄 지역과 힌두교가 지배하는 인도 지역을 분리 지배하는 정책을 200년 이상 이어갔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모슬렘과 힌두교도 사이의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졌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전 후 영국은 인도의 독립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모슬렘들은 분리 독립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약 20만~100만 명이 숨지는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마하트마 간디는 강하게 반대했지만 결국 분리 독립안은 1947년 현실화됐다. 독립 1년 후 간디는 극우 힌두교도에게 암살됐다.

이 같은 종교·역사적 배경에서 보듯 양측의 관계는 매우 좋지 않다. 특히 이슬람권인 인도령 카슈미르 주(州)를 둘러싸고 3차례나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독립 50주년인 1997년부터는 나란히 핵실험을 강행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독립 60주년인 올해는 양측이 억류하고 있는 어부와 수감자 100명을 맞교환하기로 합의하는 등 평화적인 몸짓을 보내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12일 어린이 28명을 포함한 인도 어부 100명을 석방했으며 인도는 수일 내로 파키스탄인 수감자 100명을 석방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

AP통신은 “세계에서 가장 긴장이 높은 지역의 두 라이벌이 드디어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헐뜯고 싸우기보다 상대국의 열망과 장애물을 견제하며 경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눈부신 성장 하지만 현재 드러난 성적표는 인도의 압승이다. AFP통신은 “인도 국민들이 ‘신흥 강국’이라는 자부심을 지닌 채 독립기념일을 맞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성장의 출발은 늦었지만 가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독립 이후 인도의 경제 성장률은 한동안 3%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1980년대 들어서야 겨우 5%대에 들어선 정도다. 하지만 1991년 영국 옥스퍼드대 출신 경제학자인 만모한 싱 금융장관이 경제 개혁을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라섰다. 네루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버린 인도는 이제 연평균 성장률 8~9%를 기록하며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다.

특히 첨단 정보기술(IT) 분야에 집중한 교육·산업 정책은 오늘의 인도를 이끄는 데 핵심적인 요소가 됐다.
올해 초 골드만 삭스는 인도가 지금 추세대로 성장을 계속할 경우 총 경제 규모에서 2025년 일본을 추월하고 2042년 미국을 제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에 이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인도에 대해 “비전을 지닌 기업가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력으로 역동적인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경제 성장의 기반에는 정치적 안정이 자리하고 있다.

인도의 민주화는 독립과 동시에 빠르게 진행됐다. 선거는 정기적으로 질서 있게 치러지고 있으며 쿠데타도 없다. 힌두교, 시크교, 불교 등 여러 종교가 섞인 다종교 국가지만 세속주의를 채택, 종교 갈등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인도가 ‘장밋빛 미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풀어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우선 극심한 소득 격차 해소는 미래로 나아가는 데 걸림돌이다. 전체 인구 11억 명의 3분의 1이 하루 1달러 미만의 극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폭발하는 인구 역시 소비 붐을 이끌어내고 있지만 일자리 창출의 고민을 안겨주는 양날의 칼이다.
열악한 인프라도 발목을 잡고 있다. 풍부한 노동인력을 활용할 제조업의 발전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IT를 비롯한 서비스 산업만의 고성장은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제조업 기반과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실패한 국가’로 전락한 파키스탄 화려한 인도의 발전상에 비해 파키스탄의 60주년은 우울하기만 하다.

1999년 집권한 페르베스 무샤라프 대통령은 집권 연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국민적 반발에 봉착했고,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연이은 테러로 하루도 잠잠할 날이 없다.

파키스탄의 경제 분야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다. 파키스탄은 지난해까지 4년간 매년 7%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며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제는 정치·사회적 불안이다.
스스로 힌두세력의 탄압에서 분리 독립한 파키스탄은 동파키스탄 벵골족을 탄압, 방글라데시의 분리를 불러왔다. 게다가 아프간과의 접경 지역을 극단주의 세력의 손에 맡기면서 탈레반, 알카에다 등 테러 집단의 배후기지로 키운 꼴이 됐다. 이들은 혼란한 틈을 타 파키스탄 내에서 점점 세력을 넓혀가고 있다. 파키스탄 정치평론가 탈라트 마수드는 “이슬람 극단주의가 파키스탄 도처에 뿌리내리는 탈레반화(化)가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이슬람주의와 서구식 선거제도를 어설프게 뒤섞은 불안정한 정치구조도 정정 불안의 원인이 됐다. 파키스탄의 독립 이래 약 10년을 주기로 민간 정부와 군정이 교대하며 파키스탄을 통치했다.

미국은 소련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1950년대 아유브 칸과 1977년 지아 울 하크 장군의 정권, 1999년부터 집권한 현 무샤라프 정권 등 민간 정부를 뒤집어 엎고 집권한 쿠데타 세력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영국 BBC방송은 “정치 지도자의 실책과 미국의 개입 탓에 파키스탄은 법치 실패, 국민통합 실패, 시민사회 몰락이 이어지며 ‘실패한 국가’로 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정치 혼란과 치안 불안이 진정된 뒤 내년 초 치를 총선에서 어떤 정권이 집권하느냐가 향후 파키스탄의 미래를 가름할 관건이라고 AFP통신은 분석했다.

<국제부|박지희 기자 violet@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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