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다시 평양서 만남 아쉬워”
![[직격인터뷰]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https://img.khan.co.kr/newsmaker/738/interview-1.jpg)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지던 8월 9일, 친노 대권주자인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을 여의도 대하빌딩 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소 피곤한 기색인데도 눈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의 얼굴에선 대권행보의 고단한 여정보다 정치적 목표를 향한 결의 같은 것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단지 진보세력이 대통합의 가닥을 잡고, 남북정상회담으로 진보세력이 결집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대권주자로서 나름대로 중량감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 남북정상회담이 7년 만에 재개됐다. 만일 정상회담에서 김두관 전 장관이 북한 지도자를 만나면 뭐라고 첫마디를 하고 싶은가.
“초대하려면 왜 조금 빨리 하지 않았느냐.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고 말하고 싶다.”
- 서울답방에 관한 얘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1차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서울에서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는데 우리 대통령이 다시 평양을 방문하게 돼 다소 아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 남북관계도 결국 국제흐름 속에서 개선해야 한다. 미국이 정상회담에 대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인 것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데.
“결국은 한국의 역량에 달린 문제가 아닌가. 북·미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6자회담과 곧 열릴 수밖에 없는 4대강국 정상회담, 한반도 주변 6국 정상회담 등에 대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생각도 깔려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북의 정상회담 추진 과정은 미국 정보망이나 외교채널을 통해 감지했을 것이다. 한반도의 안녕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미국과 중국의 역할이 크지만 문제 해결의 당사자인 남북이 소통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민족문제에 대해 남북이 함께 풀어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 범여권의 후보들이 모두 ‘평화의 대통령론’을 주장하고 있는데 김 전 장관은 그렇지 않다. 이유가 있는가.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역할을 한 것은 아니다.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평화번영 정책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로드맵의 일환이다.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해왔다. 7년 만에 정상회담이 이뤄져 감회가 새롭다. 경제공동체 구성, 비핵화와 관련한 확실한 답변을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신당합류를 선언했는데 신당의 정체성에 동의하는가.
“열린우리당의 정체는 중도, 개혁, 당원 중심이었다. 통합신당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일 대 일로 만든 것이다. 이 때문에 ‘잡탕정당’이라는 비판도 있는 게 사실이다. 통합신당은 역시 열린우리당 창당정신과 정체성을 살려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좋게 말하면 외연 확대라고 할 수 있다. 통합신당에 합류하면서 열린우리당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참여정부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했다. 잡탕정당을 개혁정당으로 바꾸는 데 앞장설 생각이다.”
-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의 선거 전적인 ‘40 대 0’도 승계하는 것인가.
“대선은 총선·재보궐선거와 다르다. 대선은 미래세력을 위한 선거다. 국민은 과거지향적이 아니라 미래지향적 투표성향을 보이는 게 보통이다. 한나라당은 평화를 관리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 능력도 마인드도 없다. 한나라당은 과거 세력이다. ‘잡탕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진보세력이 힘을 합친 것은 미래지향적 대통합을 위한 것이다. 그렇게 될 때 대선은 한나라당 대(對) 반(反) 한나라당 구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좋은 후보를 만들어내면 해볼 만하다.”
-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정체성에 대한 반성을 요구한 것처럼 열린우리당도 패배에 대한 자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정권 10년의 성과가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 완성이다. 국민은 구체적 삶의 질, 행복지수가 높아지길 원한다. 이 문제를 참여정부가 잘 해결했느냐는 자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이것이 과제다.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완성해야 국민의 삶의 질도 국민 행복지수도 높아진다. 차기 정부의 목표는 이를 위해서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구체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 아무런 기득권이 없는 김두관이어야 가능하다. 이게 당당하게 대선에 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 범여권 대선주자들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제3지대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체인 가칭 ‘미래창조대통합민주신당’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에서 손을 잡고 대통합을 다짐하고 있다. 김혁규 의원, 한명숙 전 총리, 천정배 의원, 손학규 전 경기지사,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정동영 전 의장(왼쪽부터).
- 손학규 전 지사가 합류하면서 경선과정에서 신당의 정체성 공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다. 손 전 지사가 평화와 개혁, 중도의 승리를 위해 헌신하고 밑자리를 깔 역할을 한다면 환영한다. 그러나 통합신당의 ‘대표주자’가 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손 전 지사가 후보가 되려면, 한나라당의 탈당이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하고 또 본인이 국민과 소통과정에서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선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다.”
- 그렇다면 김 전 장관과 같은 정체성을 가진 많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손 전 지사를 돕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는가.
“경향신문에 386세력의 대세편승을 기회주의자로 표현했던데….”(침묵)
- 김 전 장관의 생각은 어떤가.
“줄을 잘 서야지요. 김두관에게….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386의원들의 수준이 저 정도밖에 안 되느냐에 대해 회의적이다.”(인터뷰에 배석한 한 인사가 방금 들어온 소식이라며 우상호 의원이 손학규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고 거들었다.)
- 그렇다면 손학규 전 지사가 통합신당의 후보가 되면 그와 함께 할 수 없다는 뜻인가.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손 전 지사를 지지하고 있어 약간 (손 전 지사에게)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반(反) 한나라당 연합의 경선이 이뤄지면 (그에게) 지지를 보낼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 아직도 민주당과 통합문제가 숙제로 남아 있다.
“일 대 일 대선구도를 만들지 못하면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민주당이 큰 흐름을 정확히 봤으면 좋겠다. 민주당과의 통합과정에서 내 역할을 다 하겠다.”
- 당장 민주세력 대통합을 하는 것이나, 대선에 임박해서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이나 결과는 같지 않은가.
“2002년 대선에선 강력한 정치집단이 뒷받침했다. 지금은 범여권이 분열되어서 환경이 좋지 않다. (여러 정당으로) 나뉘어 각자 독자 후보를 선출하는 것보다 대통합으로 나가는 게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얘기다.”
-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처럼 극적 효과를 낳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럴수도 있지만….”
- 언제 대권 출마의 뜻을 세웠나.
“지난해 12월 19일 ‘민부정책연구원’을 개원한 뒤 대선 참여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 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것은 아닌가.
“심정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지만 돈은 100만 원도 받은 일이 없다.(웃음) 노 대통령은 영남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헌신해왔다. 나도 정치발전의 걸림돌이 지역주의라고 생각하고 싸워왔기 때문에 나에 대한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 대선 출마에 대해 노 대통령의 권유를 받지 않았나.
“노 대통령은 나의 출마를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다. 지난해 노 대통령을 만날 때마다 ‘꿈이 있다’고 얘기해왔다. 기회가 오면 (정치적 성취를 위해) 당당히 싸우는 데 동의해오셨다. 이심전심으로 출마 의지를 알고 있고 또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노 대통령이 지나치게 친노 후보들을 감싸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럴 리 있겠는가. 정치행태를 보고 일반적인 얘기를 한 것이다.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무게 때문에 그렇게 해석되고 있는 면이 있다. 대통령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이 없다.”
- 자신의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나 자신을 ‘신선한 유기농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풀뿌리 현장에서 살았다. 현장성이 강한 후보다.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은 게 나의 강점이다. 새로운 역사는 변방에서 온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구조 개혁이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 기득권에 물들지 않은 내가 필요하다.”
- 한명숙 전 총리가 친노 후보들의 후보 단일화를 제안했다.
“링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후보들의 노선도 아직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단일화의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고 시기도 적절치 않다. 예비경선과정에서 우열이 가려지면서 자연스럽게 후보가 단일화될 것이다.”
<글·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