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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주도한 수입차 가격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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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리즈 새모델 1900만 원 내려… 다른 업체들도 일부 품목에 적용

지난 5월 22일 BMW코리아는 기존 모델에 비해 최고 1900만 원 인하한 가격으로 BMW5시리즈를 출시했다.

지난 5월 22일 BMW코리아는 기존 모델에 비해 최고 1900만 원 인하한 가격으로 BMW5시리즈를 출시했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수입차의 가격인하 바람이 거셀 조짐을 보인다. 수입차 업체들은 그동안 국내에서 판매하는 수입차가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고가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성능 대비 합리적 가격’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해왔다. 이 때문에 ‘한국 소비자는 수입차 업체의 봉’이라는 말도 나왔다.

무수한 비난에도 꿈쩍도 하지 않던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잇따라 차량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BMW코리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포드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등 수입차 업체들은 일부 모델이기는 하지만 기존 모델보다 싼 가격에 새 차를 출시하거나 프로모션을 실시해 다양한 혜택을 적용, 사실상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까닭은 일단 국내의 비난여론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BMW코리아가 5시리즈의 새 모델들을 이전 모델에서 대폭 인하한 가격에 출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격을 1900만 원이나 인하해 출시한 BMW 528i는 7월 전체 수입차 판매 1위를 달성했다.

7월 전체 수입차 판매 1위 달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발표한 ‘수입차 7월 등록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출시한 BMW 528i는 7월 한 달간 305대가 팔려 오랫동안 판매 1위 자리를 지키던 혼다의 CR-V를 제치고 판매 1위를 차지했다. BMW의 선전이 다른 수입차 업체에도 큰 자극이 되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SK네트웍스의 수입차 병행수입 방침도 수입차 업체의 가격인하를 부추긴다. 병행수입이란 국내의 공식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수입하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유통과정을 줄일 수 있고 공식 수입업체가 찻값에 반영시키는 인건비, 광고홍보비, A/S비용 등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어 가격이 싸질 수밖에 없다.

SK네트웍스는 우선 9월쯤 비공식 수입업체 자격으로 벤츠 S 500L 모델을 400~500대 수입, 벤츠코리아가 판매하는 가격보다 5000만 원 정도 싸게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코리아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2억 원을 넘기 때문에 만일 SK네트웍스의 병행수입 계획이 성사할 경우, SK네트웍스가 판매하는 벤츠 S 500L의 가격은 약 1억5000만 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의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9월에 성사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BMW, 렉서스 등 수입차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 것도 수입차 가격인하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정위는 현재 같은 모델인데도 국내에서 외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한 혐의로 수입차 업체들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경우, ‘각 딜러에게 판매가격을 강제했다’는 이유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데 이어 세무조사를 받음으로써 앞으로 가격인하가 불가피할 듯하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진출한 후 처음으로 가격할인 행사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공정위의 세무조사가 결국 수입차 가격을 하락시키는 한 요인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 세무조사도 가격하락 부추겨

수입차 업체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BMW코리아,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포드코리아 등은 아예 신차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BMW코리아는 528i를 기존 525i보다 1900만 원 인하한 가격으로 출시했으며,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는 최대 500만 원 낮춰 고급 세단 300C를 선보였다. 포드코리아도 이전 모델보다 싼 가격을 책정해 뉴 이스케이프를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S-Class

메르세데스-벤츠 The new S-Class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처럼 할인행사를 통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을 판매하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볼보자동차코리아처럼 취득세·등록세 등을 지원해 구입 비용을 낮추는 업체도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고급 브랜드로 이름 나 있는 업체들이 가격 인하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의든 타의든 고급 브랜드들이 가격 인하에 앞장서는 것은 전체 수입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수입 중고차 시장의 경직, 브랜드 가치의 하락 등 부정적 측면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가격 인하를 망설이는 업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격 인하의 중심에 서 있는 BMW코리아 측 역시 “이번 가격 인하가 앞으로 무조건 가격을 인하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신차가 출시될 때의 시장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힌다.

대기업의 수입차 병행수입도 문제점은 있다. 공식 수입업체를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품 조달이 어렵고 의무보증기간을 보장할 수 없다. 이는 곧 소비자가 A/S를 받는 데 매우 곤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SK네트웍스 측은 병행수입이 성공할 경우 정비망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다소 부정적 측면과 단점이 있다 해도 소비자로서 가격 인하만큼 더 반가운 희소식은 없을 것이다. 더욱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시장점유율 5%를 넘어 10%를 바라볼 만큼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이제 ‘한국 소비자는 수입차 업체의 봉’이라는 소리가 더는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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