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표·팩스·계약서 등 ‘전자문서’로 대체… 기업도 비용절감·보관 편리해 환영
![전자문서상품 시연회에서 업계 직원들이 문서전자화서비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https://img.khan.co.kr/newsmaker/737/it.jpg)
전자문서상품 시연회에서 업계 직원들이 문서전자화서비스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매달 세금계산서를 작성해 우편으로 송부하고 각종 서류를 쌓아놓고 스트레스를 받아온 김 과장. 최근 김 과장의 업무는 크게 달라졌다. 종이로 된 세금계산서 대신 전자세금계산서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세금계산서 덕분에 김 과장은 좀 더 생산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사무실의 막내인 신입사원 박씨도 저절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협력업체와 고객사 등에서 하루에도 수십 장씩 쏟아지는 팩스 문서를 하나하나 담당자에게 전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팩스 문서들은 이미 전자팩스를 통해 담당자의 이메일에 저장이 된 상태다.
사무실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팩스문서, 각종 전표, 계약서 등 종이문서가 직원들의 책상과 사무기기 여기저기 널려 있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종이 없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동안 종이는 IT기술에 많은 자리를 내주었다. 편지는 이메일에 밀려났으며 종이의 ‘대명사’인 각종 책들도 e-북에 그 영역을 조금씩 빼앗기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자문서가 ‘법적 효력’을 획득하면서 종이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전자문서도 앞으론 ‘법적 효력’
지금까지 종이가 자리를 내준 분야는 이메일, e-북 등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분야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법적 효력’은 종이문서만이 지닌 특권이기도 했다. 기업들은 업무 편의를 위해 전자문서와 전자전표를 사용하면서도 법적 효력을 위해 종이문서를 따로 고이 모셔둬야 했다. 하지만 ‘법적 효력’은 더는 종이문서만의 특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달 스캐닝한 문서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는 ‘작성절차와 방법’을 고시했다. 지난 5월 개정한 전자거래기본법에 따라 전자문서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전자문서에 법적 효력을 주는 것에 대해 매우 고심해왔다. 스캐닝한 문서는 위조와 변형이 쉽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계약서 등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났을 때 위조되거나 변조된 전자문서 때문에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는 언제까지 불편한 종이문서에 ‘손’을 들어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법적 효력을 부여, 전자문서가 살 길을 터준 것이다.
물론 스캐닝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전자문서가 법적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고시한 절차와 방법을 따라야 하며 보관도 전자문서를 전문으로 보관해주는 전자문서보관소에 맡겨야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많은 기업이 전자문서 시대를 반기고 있다. 창고 속에서 늘어만 가던 각종 부동산 매매 계약서, 가입신청서 등 종이문서들이 사라져도 상관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전자문서가 정착되면 연간 93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종이문서를 많이 발행해야 하는 기업들이 이를 환영하고 나서는 것이 당연하다. 또 전자문서를 보관하면 기업, 기관들은 종이문서가 분실되거나 화재로 사라질 위험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종이 없는’ 시대의 개막은 기업의 비용을 줄여줄 뿐 아니라 직원들의 업무도 좀 더 편리하게 만들 전망이다. 앞서 묘사한 사무실의 모습처럼 팩스문서를 보내고 받는 수고를 줄일 수 있고 계약서나 서류를 우편으로 보내는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스캐닝 문서보다 앞서 ‘법적 효력’을 갖춘 전자세금계산서는 이미 회계 담당 직원들의 수고를 덜어주며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01년 국세청 고시를 통해 전자세금계산서의 법적 효력이 인정된 후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많은 기업이 이 전자세금계산서를 도입하고 있다. 종이가 당연히 필요하다고 여겨지던 팩스에서도 종이는 ‘설 자리’를 잃었다. ‘전자팩스’를 이용하면 자신의 PC로 작성한 문서를 바로 상대방의 팩스로 보낼 수 있고 내 팩스로 수신되는 문서를 이메일로 직접 받아볼 수도 있다. 이렇게 받은 팩스는 이메일 그대로 동료 혹은 상사에게 바로 전달할 수 있어 협업도 쉬워진다.
자료 찾기 위해 서류 뒤지는 일 없어
전자문서가 주는 가장 큰 편리함은 ‘보관’과 ‘검색’이 쉽다는 것이다. 자료를 찾기 위해 종이더미를 뒤져야 할 필요 없이 간단한 검색만으로 원하는 문서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인전자문서보관소에 저장된 전자문서도 마찬가지다.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서류나 계약서를 열람하고 이를 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송할 수도 있다. 업무 부담과 시간이 주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반 소비자들도 전자문서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전자문서가 개화하는 초기에는 많은 종이를 보관하는 대기업들이 전자문서보관소의 주 이용고객이지만 전자문서보관소의 이용이 활성화되면 일반 소비자들도 부동산 매매 계약서나 가입서 등을 좀 더 편리하게 보관할 수 있다.
‘종이 없는’ 시대는 더 많은 사업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이에 대기업 대부분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전자문서보관소 사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수많은 전자문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자문서는 보관과 사용이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킹, 정전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역량을 갖춘 대기업만이 공인전자문서보관소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
프린트, 스캐너 등을 제조하는 하드웨어 업체들도 전자문서 시대에 대비한 새로운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후지제록스는 이미 종이문서를 스캔만 하면 자동으로 규정에 맞는 전자문서가 만들어지고 전자문서보관소에 자동 저장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전자문서 시대에 발맞추기 위한 재빠른 모습을 보인 한국후지제록스는 이 같은 서비스를 먼저 체험해볼 수 있도록 전자문서 체험관도 오픈했다. 종이문서가 전자문서로 변하고 공인전자문서보관소에 저장되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문서 시대의 개막은 위와 같은 대기업 외에도 많은 중소기업, 그리고 개인에게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한 전자세금계산서 업체에 따르면 올해 고객 수와 매출은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전자세금계산서 업체 대부분이 이 같은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전자팩스’ 역시 수요가 늘어나면서 사업자 수도 증가했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이들은 관련 솔루션을 개발, 막대한 자본 없이도 시장에 안착했다. 또 특허청에 따르면 전자문서와 관련된 특허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종이문서를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만 바꿔도 사업에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전문가들은 전자문서 역시 아직 보완해야 할 문제점들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과 아이디어가 ‘종이 없는’ 시대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함정선〈아이뉴스24 기자〉 min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