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세대’ 가라사대 “내가 최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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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아도취형’ 2030 고소득 전문직… 자신이 행복하면 ‘투쟁’ 따윈 필요 없어~

‘이 세상의 중심은 바로 나’

지금 중국에서는 정치·사회 문제는 뒷전으로 하고 자신의 행복을 인생의 가장 큰 가치로 여기는 새로운 젊은이들이 떠오르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른바 ‘미 세대(Me Generation)’의 등장이다.

Me 세대의 표준은 대도시에 사는 2030 고소득 전문직 젊은이다. 이들은 좋은 학력과 번듯한 직장, 탁월한 경제력으로 취미와 여가를 즐기는 데 집중한다. 해외여행은 기본이고 서양 문화나 상품에도 거부감이 없다.

이들이 친구들과 만났을 때 하는 대화의 주제는 스노보드나 아이팟, 해외여행 에피소드 같은 여가와 관련된 것이나 연봉, 신용카드, 온라인 쇼핑 등 경제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정치·사회 문제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풍족한 생활 미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에 따르면 Me 세대의 등장은 중국의 개방개혁에 따른 경제 성장과 1978년 성립한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덕분이다.

중국의 Me세대를 상징하는 여배우 리우윤(23)이 베이징의 댄스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임지 제공>

중국의 Me세대를 상징하는 여배우 리우윤(23)이 베이징의 댄스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타임지 제공>

Me 세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빈곤과 궁핍을 모르고 자란 세대다. 정부의 인구억제정책으로 가정마다 어린이가 점점 귀해지면서 부모, 조부모, 친척들의 귀한 대접을 받고 자란 ‘소황제’들인 것.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아 본인의 능력도 탄탄하다. 문화대혁명을 몸으로 겪으며 자란 부모 세대의 교육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에서 멈췄다. 하지만 지금은 20대의 4분의 1 이상이 대학 졸업장을 보유하거나 대학에 다니고 있다.

‘크레딧스위스 퍼스트보스턴(CSFB)’의 조사 결과 20~29세의 중국 신세대의 수입은 지난 3년간 34% 상승했다. 그 어느 세대보다도 높은 증가율이다.

자본주의, 소비주의가 몸에 밴 생활은 전통적 가치관 대신 서구식의 개인주의를 불러왔다. 이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터넷과 비디오 게임, 첨단 IT 역시 공동체보다 ‘나’를 파고들게 만든다.

개방정책으로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견문을 넓힌 것도 Me 세대가 부모세대와 다른 세계관·인생관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

Me 세대인 마리아 장씨(27·여)는 “우리는 부모 세대와 전혀 다르며 더 큰 욕망이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Me 세대 물론 이런 ‘자아도취’형 신세대가 갈수록 늘어나는 현상은 비단 중국만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최근 미국에서도 자신을 중요한 존재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표현하길 좋아하는 Me 세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샌디에이고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 대학생 1만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이상의 자아도취 지수를 보인 학생이 25년 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이들은 ‘나는 중요한 존재다’ ‘나는 세상의 중심에 서 있다’는 생각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인도에서는 Me 세대가 중요한 경제 소비 주체로 등장했다. 이들은 주로 정보통신(IT), 금융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20~30대 젊은이다. 이전 세대가 같은 돈이면 저가의 상품을 구입해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소비 행태를 보였다면 Me 세대는 자신이 원하는 고가의 상품에 철저히 집중한다. 또 저축보다는 여가 활동을 위한 소비에 만족감을 느낀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정부에 ‘불만 제로’ 그렇지만 다른 여느 나라보다도 중국의 Me 세대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이들의 탈정치화가 어느 나라의 젊은이들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것이 중국의 정치 지형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할 것이라는 점에서다.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는 비키 양씨(29·여)는 “내 생활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식당에서 부당한 서비스를 받는다거나 상품에 문제가 있다면 내 권리를 위해 싸우겠지만 정치나 민주주의 문제라면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문화대혁명이나 톈안먼 사태 같은 치열한 투쟁은 따분한 과거지사일 뿐이다.
라이프스타일 관련 잡지 편집장인 홍 후앙은 “그들이 선물받고 싶은 목록에는 닌텐도의 게임기가 민주주의보다 더 앞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e 세대는 최근 중국의 폭발적 경제 성장의 가장 큰 수혜자다. 그 때문에 정부에 대해서도 특별히 불만을 표출하는 움직임이 없다.

상하이의 직소인터내셔널 마케팅 책임자인 P.T. 블랙은 “중국 젊은 세대들은 중국이 달성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으며 정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다”라고 말했다.

탈정치화가 부르는 나비효과 현재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간이 갈수록 보수화될가능성이 높다. 또 이들은 농촌 개혁과 민주주의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대도시 육성에 집중하는 포퓰리스트(인기영합주의자) 정치인을 선택할 여지가 많다.

중국 정치 지도자들도 이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우선 목표가 될 수밖에 없다. 2015년쯤 중국의 30세 이하 인구는 전체 61% 수준인 5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되는 것. 따라서 중국 정부가 Me 세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례로 베이징 시에서는 새로이 유입한 주민들 때문에 자동차가 하루 1000대씩 팔리고 있다. 현재 베이징의 전체 등록 차량은 300만 대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시의 차량이 200만 대인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다. 열악한 도로는 엄청난 혼잡을 부르고 있으며 대기 오염도 심각한 상태다.

하지만 중앙 정부에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내년에 개최할 올림픽 게임을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지만 Me 세대의 눈치를 보기 때문에 전전긍긍할 뿐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적 노력마저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차이나 판타지’의 저자 제임스 만은 “미국은 중국의 중산층이 성장함에 따라 중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을 기초로 중국에 친화정책을 계속 펴고 있지만 이는 미국의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국제부|박지희 기자 viole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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