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통신 풍속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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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커뮤니케이션 UC, 통화·e메일·영상회의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 종합 지원

시스코의 UC 솔루션 중 ‘퍼스널 커뮤니케이터’ 를 사용하는 장면.

시스코의 UC 솔루션 중 ‘퍼스널 커뮤니케이터’ 를 사용하는 장면.

미국이 위험에 빠졌다. 미국 내 어딘가에서 핵폭탄이 터진단다. 가상의 테러진압 조직 CTU(Counter Terrorist Unit)는 24시간 안에 핵폭탄을 찾아내 제거해야 한다. 군 부대, 각 행정기관이 모두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지만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어떻게 산지사방에 흩어져 있는 각 기관 수장들과 한꺼번에 대책을 논의할 것인가. CTU는 결국 UC(Unified Communication, 통합 커뮤니케이션)를 구동한다. 군에서 제공한 지도와 정보, 각종 자료화면이 영상통화를 하는 도중에 CTU 컴퓨터에 그대로 나타난다. 설명하는 도중에 자료를 조작하면 다른 쪽도 즉시 변화한다. 외부에서 받은 데이터는 바로 관련 인물과 기관에 전송된다. 긴박하게 대처 방안이 결정되자 내용이 즉각 이동 중인 예하부대에 전달된다.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라 폭스TV의 인기 드라마 ‘24’의 한 장면이다. 하지만 UC만은 시스코시스템스가 막대한 돈을 투입해 PPL로 집어넣은 것으로 기업에서도 그대로 사용한다. 이것이 바로 지난해 말, 올해 초부터 기업용 통신의 새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UC의 대표적인 활용 방법이다.

UC는 기존 통신의 융합

UC는 인터넷 프로토콜(IP)을 기반으로 해 개별적으로 제공했던 음성전화, e메일 등 각종 데이터 관련 서비스, 영상회의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통합적으로(Unify) 지원하는 개념이다. 김중원 시스코코리아 전략기획 및 마케팅본부장은 UC의 취지를 “상대방의 위치나 상태 정보를 확인해 상황에 가장 적절한 통신 수단으로 연락을 시도함으로써 좀 더 편리하게 의사소통을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하나하나 개별 장치로 사용했던 각 서비스를 데스크톱PC나 노트북PC, PDA나 스마트폰 등 별도의 단말기에서 한 번에 사용하게 된다. 모두 IP 기반이라 데이터도 자유롭게 호환된다. 부재 중에 온 메시지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국내외 지사가 있는 기업도 IP망으로 저렴하게 통신할 수 있으며 거리가 멀어 본사와 연락이 늦어지는 일도 현격하게 줄어든다. 기업이나 가정을 불문하고 유무선 IP망이 구현된 곳이면 어디서든 회사와 똑같은 업무를 볼 수 있게 해 업무장소의 구분도 없앨 것이다.

기업 업무시간 및 소요경비를 감소시켜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높인다는 게 최근 UC가 각광받는 이유다.

각 진영 사업자들 합종연횡

이에 전통적인 IP네트워크 장비 업체들과 웹 애플리케이션 솔루션 업체들이 속속 관련 제품을 내놓으며 UC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UC영역에 먼저 나선 것은 전통적인 IP 네트워크 강자인 시스코시스템스, LG-노텔, 알카텔-루슨트, 어바이어 등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연계해주는 게이트웨이나 IP-PBX(사설교환기) 등 다양한 IP 네트워크 장비·단말기를 갖추고 통합메시징, 영상회의(콘퍼런싱) 등 애플리케이션을 추가하는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기존 기업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강자들도 UC 대열에 합류했지만 접근 방법은 IP 네트워크 진영과는 반대다. 충분한 노하우를 갖춘 애플리케이션에서의 UC 유용성을 강조하며 IP 네트워크 및 장비 영역을 추가해 가는 형국이다. MS가 대표적인 케이스로 메신저, 아웃룩 등 이미 충분한 시장을 갖춘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UC를 통합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여기에 IP 네트워크 장비와 단말기를 추가·강화하고 있다.

각 기업은 아직 기업 간 전면전은 벌이고 있지 않다. 초기 시장이 이제 열리고 있는 상황인데다 각 진영의 현재 장점만으론 UC 제공에 한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IP 네트워크 기업은 MS, IBM만큼의 애플리케이션 관련 노하우 및 기술이 없다. MS, IBM 등은 ‘통신’ 영역에 진출하면서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선 접하지 못한 ‘서비스품질(QoS)’ 보장이라는 과제와 맞닥뜨리게 됐다. 그렇기 때문에 양 진영 간엔 광범위하고도 전방위적인 제휴가 일어나는 중이다.

어바이어가 대표적인 사례로 MS, IBM와 제휴해 2008년 말까지 양사 애플리케이션을 자사 장비와 모두 연동시킬 계획이다. LG-노텔도 IBM, MS와 직·간접적인 전략적 제휴를 맺고 양사 애플리케이션이 자사 네트워크 장비에서 안정적으로 구동하도록 지원한다. SAP와도 UC 관련 개발을 공동 진행한다. 시스코, 알카텔-루슨트도 IBM, MS 등과 역시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엔 애초 출신 성분을 무시한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 뻔하다. MS가 올해부터 하드웨어(HW) 형태의 IP텔레포니와 IP-PBX 기능의 ‘익스체인지 서버 2007’을 내놓고 시스코가 ‘퍼스널 커뮤니케이터’ 등 자체 애플리케이션을 강화하는 것 등을 고려하면 1∼2년 내 그런 상황이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IT월드]기업용 통신 풍속도 바꾼다

시장은 파란불이지만

최근 시장조사업체 인포네틱스리서치가 발표한 ‘통합 커뮤니케이션 및 IP 콘택트센터 시장 전망’에 따르면 UC 애플리케이션의 전 세계 매출은 2005년에서 2006년 사이 21% 증가해 3억6300만 달러 규모에 이르렀다. 애플리케이션이 아닌 IP 사설교환기 등 하드웨어 장비까지 더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국내 시장도 성장할 전망이다. 더모니터서울은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 UC 시장이 2006년 5551억 원에서 2010년 7422억 원으로 33.7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국내 UC가 확산되려면 이동통신과 IP텔레포니를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단말기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무선랜(Wi-Fi)과 와이브로, HSDPA 등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전화와 이동통신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듀얼폰이 필요하다. 무선랜 등 IP망에 접속할 수 있는 곳에선 UC를 이용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선 기존 이동통신망을 이용해야 UC의 효용성이 늘어난다. 유선 IP망에서만 이용하는 UC는 반쪽자리다. 홍콩 등 Wi-Fi 듀얼폰이 활성화한 곳에선 유무선 환경이 통합된, 진정한 의미의 UC를 사용하고 있다.

그간 이통사업자는 ▲이동전화 통화량 감소와 ▲이통사 무선인터넷 시장을 잠식할 우려 때문에 무선랜 듀얼폰의 기술적 검증에만 나섰지 상용제품을 출시하는 데는 유보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SK텔레콤이 인터넷전화와 이동전화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블랙잭’을 출시했다. KTF도 7월 말, 늦어도 8월 초까지 블랙잭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MS 등 UC 관련 업체들은 이 단말기를 자사 솔루션과 연계해 기업용 UC 단말기로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기업의 관심 증가와 듀얼폰 제공이 맞물리면서 국내의 UC 활성화가 본격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순욱〈전자신문 u미디어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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