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e북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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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잉크로 책 읽는 실감 높여… 국내 단말기·콘텐츠도 다양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e북’을 읽고 있다. <백종민 기자>

한 여성이 지하철에서 ‘e북’을 읽고 있다. <백종민 기자>

종이로 만든 책 대신 수십 권의 책을 수첩만한 기기에 담아 언제든 휴대하며 볼 수 있는 ‘e북’이 독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e북이란 종이가 아닌 전자방식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디지털화한 책을 읽는 콘텐츠와 기기를 총칭한다. e북의 개념은 디지털 시대의 개막과 함께 일찌감치 등장했지만 막상 상용화 과정에서 큰 장벽을 만난다.

바로 우리의 눈이다. 브라운관, LCD, PDP와 같은 기존 디스플레이 방식은 장시간 e북을 읽어야 하는 사람의 눈에 적지 않은 피로감을 준다. 자체적으로 빛을 내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눈 피로 덜하고 전력소모 적어

PDA나 PMP, 노트북 등의 디스플레이는 오래 보면 눈이 피로한데다 배터리 용량이 한정되어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전원이 꺼지는 사례도 있다. 동영상 감상이나 일정관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책의 기능에서는 낙제점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최근 마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전자잉크가 등장하며 e북 시장이 점차 활기를 찾고 있다. 전자잉크는 전기적 충격을 받으면 색을 내는 마이크로캡슐로 구성된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수백 만 개의 전자잉크를 전극판 사이에 넣고 전기적 충격을 가하면 같은 색의 연료들끼리 몰려 문자를 조합하는 방식이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기존 LCD 디스플레이에 비해 눈에 잘 띄고 전력 소비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잉크 e북은 미국의 전자종이 생산업체 이잉크(e-ink)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사용할 때만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에 항시 빛을 발광해야 하는 LCD에 비해 전력소모가 적고 눈의 피로도 덜하다.

화면전환 속도도 나아져, 기존 제품들은 화면을 전환하는 데 보통 1.2초가량 걸린 데 비해 비즈플렉스 기술을 적용한 최신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는 0.7초 만에 화면 전환이 가능하다. 또 어느 각도에서 봐도 글이 잘 보인다. LCD는 시야각에서 벗어나면 글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실제 전자잉크를 사용한 e북 단말기를 써보면 책장을 넘기며 책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런 e북 단말기는 지금까지는 일본 소니 같은 해외업체가 주로 판매하다 보니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었다.

그런데 최근 국내 기술로 제작한 e북이 속속 등장하면서 앞으로는 저렴한 가격에 디지털 도서인 e북을 즐길 수 있다. 네오럭스는 최근 ‘누트(NUUT)’라는 e북을 출시했다. 디지나루도 ‘소리북(Soribook)’이라는 e북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이러한 e북 단말기는 보기에만 편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하여 이전보다 똑똑한 책이다. 네오럭스의 누트는 국내 주요 e북 공급사가 채용하는 e북 문서표기 기준인 XML을 채택했다. 일반 텍스트뿐 아니라 표, 사진, 음성 등 다양한 형식의 멀티미디어도 볼 수 있다. 텍스트와 MP3 파일을 동시에 볼 수 있어 토익교재를 비롯한 어학용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제공한다.

소니가 최근 선보인 ‘e북’. <경향신문>

소니가 최근 선보인 ‘e북’. <경향신문>

디지나루의 소리북은 ‘학습용’을 표방한다. HTML·PDF·CHM·TXT·DOC·PPT·XLS·RTF 등 다양한 e북 파일 포맷을 지원하며,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는 내장된 전자사전에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책의 내용을 읽어주는 TTS(Text to Speach) 서비스를 제공해 어학용 기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도서본문 검색 기능을 제공, 책 내용을 키워드별로 검색할 수도 있다.

MP3플레이어 업체로 유명한 레인콤도 연초 미국에서 열린 CES(디지털 가전 전시회)에 이어 최근 국내 전시회를 통해서도 e북 시제품을 선보이고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셈. e북 단말기가 있다고 해서 e북 콘텐츠가 없다면 문제다.

e북 콘텐츠 업체들도 다양한 단말기 출시를 환영하고 있다. 전용 단말기가 나오면 가독성과 휴대성 문제를 해결하고, 관련 콘텐츠 시장 확대에도 일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말기 업체 네오럭스는 자체 홈페이지에서도 e북 콘텐츠를 판매 중이다.

지난 해 825억 원 정도였던 e북 콘텐츠 시장은 2009년에는 3000억 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전체 종이책 시장의 10% 수준이다.

비싼 단말기가 대중화 걸림돌

e북 확대의 걸림돌은 역시 가격이다. 비싸면 50만 원, 싸도 20만~30만 원대인 가격은 이 단말기의 대중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단말기 제조사와 콘텐츠 제공업체들은 공동 프로모션 행사도 준비했다.

네오럭스의 제휴업체인 ‘북토피아’는 전용 단말기 출시에 맞춰 일정액 이상의 e북 콘텐츠를 구매하면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디지나루와 제휴한 교보문고의 e북 사이트 ‘제노마드’ 역시 얼리어답터들을 겨냥한 이벤트를 검토 중이다.

북토피아의 이상수 대외사업국 팀장은 “단말기 가격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만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얼리어답터들을 통한 입소문 마케팅으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는다면 대중적으로도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e북 독자들 중 마니아가 많기 때문에 인기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종민〈아이뉴스24 기자〉 cinq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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