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없어서 못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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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달러 고가폰 출시 초부터 매진사례… 멀티미디어 특화기능에 소비자 열광

[IT월드]‘아이폰’ 없어서 못 판다

지난 6월 29일 새벽 3시 30분. 존 스트릿 필라델피아 시장이 AT&T 매장에 도착했다. 그는 곧장 매장 앞에 길게 늘어진 행렬에 끼었다. 그가 필라델피아 시장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사람들은 깜짝 놀라 웅성거렸다. 스트릿 사장은 보좌관들에게 자리를 지키라고 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그는 오후에 다시 나타나 매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 후 아이폰 구매에 성공했다. 스트릿 사장은 100여 명의 군중에 쌓여 “(아이폰은)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 모양만큼 성능도 좋기만 하다면…”이라고 말하며 집으로 향했다.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이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흔들고 있다. 아이폰은 지난 6월 2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164개 애플 및 AT&T 매장에서 동시 출시됐다. 아이폰은 불과 사흘 만에 52만 대가 팔려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아이폰은 500달러의 고가인데도 북미에서 품귀 현상이다.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 종전의 메이저 휴대전화 업체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컴퓨터 회사가 휴대전화를 잘 만들까”라는 세간의 우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164개 매장 재고 바닥

애플은 29일 오후 6시 미국 내 164개 매장에서 동시에 아이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은 1인당 2대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애플은 오후 6시부터 판매하기 위해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일시적으로 매장을 닫았다. 준비작업을 위해서였다. 애플의 온라인 스토어 역시 매장 판매와 동시에 판매를 시작했다. 애플은 소비자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164개의 애플 스토어의 ‘아이폰’ 재고를 애플 본사 사이트 (www.apple.com/retail)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지하고 있다.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아온 만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애플의 아이폰 판매 현장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했다. 며칠 동안 줄을 서며 기다린 끝에 남보다 먼저 아이폰을 구매한 사람들의 환호하는 모습과 인터뷰한 장면이 외신을 타고 한국에까지 전해졌다. 뉴욕에 있는 두 개의 애플 매장에는 600여 명 이상이 몰려들 정도였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을 창업했던 스티브 위즈니악도 아이폰의 대기 행렬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스티브 위즈니악은 29일 오전 4시 실리콘밸리의 애플 스토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산타클라라에 있는 밸리페어 몰에 서 있는 고객들의 질서 유지 작업을 도왔다.

29일부터 사흘 동안 아이폰은 무려 52만5000대가 팔려나갔다. 구매자의 95% 이상이 8GB의 제품을 구매했으며, 50%는 다른 이동통신사를 사용하다가 AT&T로 옮겨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164개 애플 스토어가 보유하고 있는 ‘아이폰’ 재고는 거의 동이 난 상태다. 당분간 아이폰을 원활하게 구매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애플의 온라인 스토어 역시 배송까지 2~4주 정도가 걸려 구매자들은 이베이 등의 온라인 경매 사이트로 몰리고 있다.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AT&T 역시 아이폰의 위력에 놀라고 있다.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2년간 AT&T에 가입해야 하는 계약 조건이 있지만 대부분 소비자는 별 거부감 없이 아이폰을 구매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은 애플 특유의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특화된 멀티미디어 기능 때문이다. 아이폰에는 통화 기능을 비롯해 이메일, 웹 브라우징, 음악, 동영상 재생 기능 등이 있다. 하지만 이 정도 기능은 현재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모두 구현하고 있다.

아이폰이 다른 휴대전화와 차별화된 것은 바로 제조업체인 애플의 소프트웨어를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아이폰의 음악, 동영상 기능은 통신 사업자가 운영하는 뮤직 스토어 대신 애플의 아이튠스와 바로 연결된다. 웹 브라우저 역시 애플의 사파리 버전을 사용한다. 또 휴대전화로는 큰 편인 3.5인치 화면을 사용해 좀 더 수월하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확대 기폭제 전망

구글의 유튜브에 있는 1만 개가량의 비디오 영상을 아이폰으로 볼 수 있게 한 점 역시 특징이다. 물론 유튜브 동영상은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이용자들도 월 15달러만 지불하고 브이캐스트 서비스에 가입하면 바로 접속할 수 있다. 하지만 브이캐스트 이용자들이 접속할 수 있는 유튜브 동영상은 한 달에 100클립으로 제한한다. 이런 점들이 버라이즌 와이어리스, 스프린트 넥스텔 등 미국 내 다른 통신사업자들의 기본 사업 원칙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실제로 버라이즌 와이어리스가 제공하는 브루 휴대전화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만 내려받을 수 있다.

당초 아이폰이 휴대전화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던 휴대전화 제조업체들도 아이폰의 초반 돌풍에 긴장하고 있다. 당초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애플이 노트북이나 MP3 플레이어는 잘 만들 수 있어도 통신 기술 기반이 필요한 휴대전화 부문에서는 고전할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아이폰의 멀티미디어 기능은 이미 기존의 스마트폰에서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플은 모든 기능을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만들어 소비자들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기능’에만 초점을 맞추던 기존의 휴대전화 업체들은 애플의 이러한 전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애플은 이번에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그 동안 서비스 사업자가 헤게모니를 잡았던 이동통신 시장의 원칙을 상당 부분 파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폰 후폭풍’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이통시장에 패러다임 변화를 몰고 올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애플 아이폰의 선전은 스마트폰 시장 확대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래에셋 증권의 조성은 연구원은 “스마트폰은 2008년에서 2009년 사이 전체 휴대전화 시장의 20% 이상인 2억5000만 대와 4억 대 규모로 급증할 것”이라며 “이번 아이폰의 등장은 이러한 급속한 성장의 변동요인(Swing factor)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아이폰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네티즌들은 아이폰 사진과 TV 광고를 자신들의 블로그에 실어 나르고 있다. 아이폰은 2008년에 아시아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지만 국내 출시는 불투명하다. 아이폰은 GSM 방식이어서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CDMA나 WCDMA와 다르기 때문이다. 설사 기술방식이 같다 하더라도 제조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아이폰의 비즈니스모델을 국내 이동통신사가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는 않다.

강희종〈아이뉴스24 기자〉 hjka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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