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 첨병에 선 ‘충성심’
![[1000자 인물비평]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https://img.khan.co.kr/newsmaker/728/1000.jpg)
양정철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그는 지난 5월 31일 “나는 (언론말살의) 간신이 아니라 (언론개혁의) 사육신”이라는 요지로 말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하는 사람을 통칭,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 간신”이라고 비판한 데 대한 대꾸였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심(盧心·노무현 대통령의 마음)에 가장 밝은 사람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고 노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강한 사람은 양정철 비서관”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주도하는 기자실 통·폐합은 ‘노무현 대통령의 뒤틀린 언론관에서 비롯됐다”는 언론의 비판에 충성심 강한 양정철 비서관이 참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종종 언론개혁과 ‘언론 자유창달과 선진화’에 대한 투철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 비판할 때도 언론을 싸잡아 비난하는 ‘기교’를 발휘했을 정도였다. 그는 2005년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사학법 개정반대 장외투쟁에 대해 “박근혜 대표가 가출했다”라고 비판하면서 “조선·동아일보는 왜 (가출을) 말리지 않느냐”고 비판할 정도였다.
그는 사실 노 대통령의 언론관과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언론개혁에 목소리를 높이던 기자협회보 기자시절에 굳어진 것처럼 보인다. 우신고 1년 선배인 고진화 의원(한나라당)은 “양 비서관이 기자협회보 기자시절에 몇 차례 만났다”고 전제하고 “그 당시에도 언론개혁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언론현장에서 언론개혁을 외쳤던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캠프 언저리에서 언론보좌역을 맡은 게 인연이 되어 공무원으로 승승장구했다. 양 비서관의 이력에서 언론개혁이 그의 소명의식으로 체질화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가 개혁적 성향을 갖게 된 데는 그의 스승 김진경씨의 역할이 컸다. 재야단체에서 시인으로 꽤 이름이 높은 김진경씨는 한때 우신고 국어교사를 했다. 양 비서관은 김진경씨에 대해 “우리 사회와 조국에 눈을 뜨게 해줬다”면서 “인생항로를 바뀌게 한 은사”라고 감사를 표시한 일이 있다. 김진경씨도 양 비서관보다 조금 뒤에 청와대에 입성, 교육문화비서관을 지냈다. 이 때문에 스승과 제자가 동시에 청와대 비서관을 맡는 보기드문 일이 벌어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고진화 의원도 한 사석에서 “김 선생님이 없었다면 오늘의 내가 없다”면서 “고교재학 시절에 많은 학생들이 김진경 선생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물러난 김진경씨는 전화통화에서 “지난 일을 얘기해서 뭐 하느냐”고 말을 아끼면서도 “양 비서관은 학창시절엔 매우 적극적인 학생이었고 청와대 시절에 진지한 자세로 업무에 임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가정을 전제로 한 의문은 무의미하다. 하지만 양 비서관이 언론의 자유와 개혁을 외치던 언론기자협회보 기자였다면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어떤 논조의 글을 썼을지가 궁금한 것은 왜일까.
<김경은 기자 jjj@kyungha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