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준의 우열’ 소비자 인식으로 판매비중 큰 차이

현대 베르나 디젤
휘발유 값이 연일 치솟아 자가 운전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여러 매스컴과 안내 책자 등을 통해 연비를 높이는 주행요령, 관리비법 등이 소개되는 것도 휘발유 값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휘발유 값이 오르면서 새삼 디젤 승용차(이하 디젤 차)가 주목받고 있다. 휘발유 값의 85%까지 근접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휘발유보다 싼 가격 덕에 새로 차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디젤 차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연비와 에너지 효율이 가솔린 차보다 높아 연료비 면에서만 따진다면 실제 비용은 훨씬 줄어든다.
하지만 생각보다 디젤 차의 인기는 그리 폭발적이지 않다. 소비자들이 관심은 있지만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제일 큰 원인은 ‘디젤 차는 시끄럽고 매연이 많다’는 소비자들의 인식에 있다.
‘초기 비용 부담’도 소비자들이 디젤 차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차, 수입차를 막론하고 국내에서 판매되는 대다수 디젤 차는 동종의 가솔린 차보다 수십~수백만 원 비싸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디젤 차에 대해 크게 이득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대·기아자동차의 황관식 홍보과장은 “디젤 엔진이 가솔린 엔진보다 설계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디젤 차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국산차 초기비용 부담도 이유
실제로 휘발유 값이 치솟는다고 해도 국내 디젤 차의 판매량은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다. 국내 디젤 차 모델은 모두 9개. 이중 대표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기아차의 프라이드와 현대차의 베르나만 동종의 가솔린 모델의 15%를 웃도는 판매비율을 보일 뿐 나머지는 모두 5% 미만에 그치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황관식 과장은 “휘발유 가격 못지않게 디젤 가격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여서 소비자들이 디젤 차의 장점이 별로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수입차는 국내차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디젤 차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 법적으로 디젤 승용차가 허용된 2005년 판매비율이 4.1%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10.7%, 그리고 올해 4월까지 15.2%로 수입 디젤 차의 판매비율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박은석 과장은 “디젤 차가 질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라며 “유럽의 유명 자동차회사들의 디젤 차가 많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한다.
같은 디젤 차인데 왜 국내차와 수입차의 판매 양상이 대조적일까.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기술 수준’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유럽 자동차회사의 디젤 엔진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것”이라며 “친환경적인 면에서도 유럽 자동차회사들의 디젤 엔진이 지구온난화에도 덜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CO2 배출량이 가솔린 엔진보다 30% 정도 적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유럽의 디젤 차가 힘과 기술, 친환경 등을 겸비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덧붙인다.
김필수 교수는 또 “수입 디젤 차에서는 ‘초기 비용 부담’이 판매량의 발목을 잡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수입차 자체가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많게는 수백만 원 정도 비싸다는 점을 수입차 고객들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업체 기술개발 서둘러야

기아 디젤 프라이드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국내차와 수입차 사이에 ‘기술 수준의 차이’가 있고, 이 때문에 판매량 추이가 대비된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판매되는 수입차가 디젤 차 위주라는 점을 지적한다. 조 위원은 “소비자들이 연비와 에너지 효율 때문에 디젤 차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디젤 차를 들여오니까 디젤 차를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력 브랜드와 전략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가솔린 차보다 디젤 차의 매력이 더욱 두드러지고 디젤 차의 판매량도 증가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조철 연구위원은 “에너지 가격이 앞으로 계속 오르고 장거리 주행자가 많아질수록 디젤 차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조 위원은 그 이유로 “연료비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도 가솔린 차에 비해 디젤 차가 높아 실제로는 디젤 차가 싼 편”이라고 말한다.
김필수 교수는 “지금의 디젤 차만 봐도 첨단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디젤 엔진 기술은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만 김 교수는 “디젤 세단보다는 소형 SUV가 훨씬 매력적이어서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김 교수는 또한 “디젤 차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부정적 시각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내 업체의 디젤 엔진 기술 개발도 시급하다. 조철 위원은 “가솔린 엔진은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지만 디젤 엔진 기술은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국산화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마이비 시승기 | 자동변속기에서 느끼는 ‘손맛’ ![]() 메르세데스-벤츠의 국내 공식 판매 모델 중 가장 작은 차인 ‘마이비’를 대하는 느낌은 남달랐다. 고급 세단의 대명사 메르세데스-벤츠의 엠블럼이 국내 소형 SUV 크기만한 차에 달려 있다는 것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호기심을 부추겼다. 주로 세단을 탄 사람이라면 마이비의 시트가 높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뒤로 갈수록 시트가 높은 ‘엘리베이티드 시트’를 적용한 까닭에 높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대신 운전석에서 확보할 수 있는 시야가 넓다. 편평한 시트에 익숙한 운전자에게 마이비의 사이드 미러는 다소 어색함을 준다. 차체의 뒤가 높기 때문에 사이드 미러로 확보할 수 있는 시야가 답답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출발하기 위해 변속기를 ‘D’로 놓으려면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보통 일직선으로 되어 있는 것과 달리 변속기의 구간이 매우 구불구불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측에 따르면 심한 굴곡을 준 이유가 예기치 못한 상황이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태를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뜻밖에도 심한 굴곡은 수동 변속기의 ‘손맛’을 선사한다. 전진·후진·주차할 때 변속기에서 ‘손맛’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운전자나 그냥 부드러운 느낌을 더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기어의 굴곡이 어쩌면 싫을지도 모르겠다. 마이비는 직렬 4기통 2035cc 엔진에 차체와 배기량에 비해 과하지 않나 싶을 만큼 7단 자동변속기을 달았다. ‘벤츠=명품’이라는 말에 걸맞게 마이비의 출발은 신속하고 부드러웠다. 특히 오르막길을 오를 때가 인상 깊었는데 마치 평지를 달리는 것처럼 걸림돌이 없었다. 직렬 4기통 2035cc 엔진은 출발, 저속주행, 가속력, 고속주행, 오르막길 주행 등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최고속도는 시속 190㎞이며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시간)은 약 10초다. 차체가 조금 높은 만큼 체감속도는 실제보다 빠르다. 주행 중 차체가 좌우로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 들 때가 간혹 있는 것은 단점이다. 마이비의 가장 큰 매력은 때에 따라 실내 공간을 맘껏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접이식으로 되어 있는 뒷좌석 시트는 3 대 1, 혹은 3 대 2로 분할 할 수 있으며 동반석 시트도 앞으로 접어 적재공간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 여기에 ℓ당 12.8㎞를 달릴 수 있는 1등급 연비도 장점이다. |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