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경호실장’으로 불리는 유시민 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의 향후 행보를 둘러싼 갖가지 의문에 대해 “책이나 쓰겠다”는 얘기로 답변했다. 그는 글쟁이다. 1980년대 초 ‘서울대 학원프락치사건’(유 의원이 시민을 경찰 프락치로 오해해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의 ‘항소이유서’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항소이유서’의 마지막 문장에 “슬픔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네그라소프의 시를 인용한 그 글은 자신의 삶의 궤적을 예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1000자 인물비평]돌아온 ‘왕의 남자’ 다음 행보는](https://img.khan.co.kr/newsmaker/727/1000.jpg)
그의 한 고교동문은 “친구들과 아주 잘 어울리는 사교적이면서 똑똑한 친구”라고 회상하면서 “서울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유시민 의원 때문에 신설고인 대구 심인고가 대구에서 일약 명문고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 들어간 뒤 누나인 소설가 유시춘의 영향을 받으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동문인 한 인사도 “유 의원이 대학 1학년 때 사회의식이 투철한 학생으로 보이지 않았다”면서 “사회과학서점인 ‘광장서점’ 주인인 이해찬 전 총리(사회학과 선배)를 가까이 하면서 그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1979년 10·26사건 직후 학도호국단 철폐운동을 위한 서울대 중앙위의장으로 선출되면서 유 의원은 심재철 의원(한나라당·초대 총학생회장)과 서울대 학생운동권의 쌍벽을 이뤘다.
그의 세계관과 사회관은 역시 그의 저서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1988년에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출판했다. 서양 역사와 우리 역사의 차이를 조리 있게 비교한 저서다. 또한 그 무렵 병영생활을 그린 최초의 소설(?) ‘달무리’를 썼다. 폐쇄적이고 비민주적 군대문화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고 있다.
2002년에는 ‘노무현은 왜 조선일보와 싸우는가’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유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그냥 좋아한다. 그게 나를 움직였다”고 책을 쓴 이유를 밝혔다. 그는 한 토론회에서 “1992년부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보지 않았다”면서 “책을 쓰기 위해 한 달여 동안 조선일보를 봤는데 정신건강에 너무 안 좋았지만 돈을 벌기 위해 참았다”고 말했다. 호불호와 시비를 분명히 가리는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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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전히 사람을 좋아한다. 장관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고교동문회에 빠짐 없이 나간다. 하지만 동문들이 그의 참석을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한 동문은 “유 의원이 나오면 제발 ‘정치 얘기 말아라’ ‘조용히 해라’라고 말문을 막는다”고 전하면서 “동문회 분위기 망친다는 게 그 이유”라며 웃었다. 유시민 의원. 그의 냉철한 두뇌와 뛰어난 필력을 통해 그의 말문을 막는 친구들에게 감동을 주는 책을 하나 내면 어떨까.
<김경은 기자 jjj@kyungha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