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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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천 대표는 의원 빼가기에만 관심”

[직격인터뷰]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이 민주당과의 통합 협상에 난항을 겪으면서 점점 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난 2월 14일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정세균號’가 범여권 대통합의 전권을 위임받은 시한이 6월 14일로 끝나기 때문이다. 만약 남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면 정 의장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당의장 취임 100일째 되는 5월 24일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정 의장의 고민을 들어봤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발언을 둘러싸고 해석이 제각각인데,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발언의 의도는.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의 국정철학, 정책들이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까 잘 승계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려면 민주개혁진영이 제대로 성과를 내야 하는데, 그 방법론이 대통합으로 가야 하는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이 ‘국민을 바라보고 하라’는 것이나 노 대통령이 ‘대세를 존중하라’고 한 것은 민주개혁진영이 대동단결하라는 의미다.”

- 정 의장은 민주당 박상천 대표의 ‘소통합’ 논의와 관련해 내년 총선용이라고 비난했는데.

“지난번에 광주에 가서 5·18 민심을 보니까 대통합을 주문하고 있었다. 박상천 대표는 대통합은 하지 않고 우선 50명 정도의 당을 만들고, 나중에 대선이 임박해서 후보단일화 또는 후보연합을 하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후보단일화는 성사 가능성이 대통합 가능성보다 낮고 후보단일화가 안 되면 한나라당에 정권을 바치는 꼴이 된다. 이런 저의는 특정 지역에서 총선 준비나 잘 하자라는 의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 박상천 대표가 50명 정도의 당으로 출발하자고 한 의미는.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빼가겠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의원 13명, 김한길 대표의 중도개혁신당 의원이 20명이 있는데, 박 대표의 목표는 이것을 통합해 중도당을 만드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유도해서 몸집을 키우겠다는 뜻이다.”

- 박상천 대표가 끝까지 대통합에 반대한다면 박 대표를 배제하고 민주당 내 다른 통합파 의원들과 협상을 진행할 것인가.

“(박 대표를) 제외할 생각은 없고 (다른 의원들과 통합협상을) 결행할 생각은 있다. 박 대표가 민주당 대표니까 같이했으면 하는데, 박 대표가 거부하고 있는 상태니까,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고, 박 대표의 변화를 기다리면서 다른 그룹과 대화를 할 생각이다.”

- 유시민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을 마치고 열린우리당으로 돌아왔다. 유시민 의원 이 통합 협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에 만났는데 책을 쓰겠다고 얘기했다. 대통합이 당의 전당대회 결의사항인 만큼 (열린우리당 의원) 어느 누구도 전대 결의사항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 유시민 의원이 대선 후보로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은데.

“유시민 의원이 대선에 관심이 있으면 지금 움직여야 하는데, 현재 움직이지 않고 있다. 내 감으로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

- 최근 ‘참여정부평가포럼’이 전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친노세력의 정치세력화를 기정사실화하는데.

“(참평포럼의) 원래 취지는 괜찮은 것 같다. 참여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부분도 있고, 이런 부분을 바로 잡고 국정내용을 국민들께 알리겠다는 취지는 좋다. 다만 취지를 벗어나면 안 된다. 정치 집단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 정 의장이 대통합의 전권을 위임받은 시한이 6월 14일로 끝난다. 열린우리당의 향후 진로와 대통합 구상은.

“우선 당을 정치적으로 해체한다는 것은 현실적인 얘기가 아니다. 당은 법적으로만 해체되는 것이다. 위임받은 기간 내에 전당대회 결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하면 사퇴를 포함한 정치적인 책임을 질 수 있다. 이것이 당의장 임기하고 연결된 것은 아니다. 당의 책임 있는 국회의원, 당협 위원장 등과 당의 장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중요하다.”

- 이른바 ‘제3지대 통합론’ 관점에서 시민사회진영과 통합에 대한 가시적 성과는.

“미리 밝힐 수는 없다. 현재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은 후보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핑과 당 대 당 통합 등 대통합 추진을 병행하고 있다.”

- 정동영·김근태 두 전 의장은 열린우리당 탈당을 시사하는 발언을 계속해 왔다. 이들과 끝까지 행동을 같이 해야 하나.

“탈당한들 방법이 없다. 지금은 탈당이 목적이 아니다. 대통합신당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당을 나간다고 뾰족한 수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통합신당을 만들어야만 비전도 있고 가능성이 있다.”

- 정 의장은 김부겸 의원으로 하여금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접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등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개별적인 통합 논의를 묵시적으로 인정해왔다. 이유는.

“그것은 이미 지난해에 열린우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후보를 결정하기로 했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당 내 후보에 어떤 프리미엄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담을 싸놓고 있으면 의원들은 담장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러면 오픈프라이머리 자체가 안 된다. 자유롭게 활동하게 했다. 심지어 통합대상의 당과 논의해도 관계없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거론할 것으로 보이는데.

“협상해놓고 마음대로 하려면 협상을 무엇 때문에 했나. 재협상은 안 된다. 잘 버텨야 한다.”

- 창간 15주년을 맞은 ‘뉴스메이커’에 한마디 한다면.

“‘뉴스메이커’는 정론을 펼치고 언론의 기본적 사명을 다하는 데 선봉에 선 매체다. 애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뉴스메이커’가 우리 민족의 번영과 함께 더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한다.”

<글·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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