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후이성 ‘재기’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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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대표지역 ‘과거 명성’ 회복 추진… 외국인 투자 적극 유치 경제개발 박차

[월드리포트]중국 안후이성 ‘재기’ 꿈꾼다

5월 18일 오전 9시. 중국 중부 안후이성 성도인 허페이 국제전람센터. 2007년 ‘국제 휘상(徽商) 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5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중국의 대표적인 토종 브랜드인 체리자동차를 비롯해 50여 개 전시장에서 안후이성에서 만든 각종 제품을 선보였다. ‘휘상’은 명나라와 청나라 때 안후이성을 근거로 중국 전역을 상대로 하던 상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주로 소금, 차, 목재, 전당포 등 장사를 하면서도 유학의 전통을 이어받은 상인으로 유명했다. 청나라 말기 소금장사로 일어서 중국 최고의 부자로 꼽혔던 호설암이 바로 휘상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명산으로 알려진 황산 기슭 후이저우(휘주)에 근거지를 두고 있어 휘상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들은 중국 전역은 물론 외국과의 무역에도 앞장섰다. 그러나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들어서면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해 산업자본이 되지 못한 채 영락하고 말았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태어난 곳

안후이성이 올해 세 번째 휘상대회를 연 까닭은 낙후한 경제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외국 투자 유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거 찬란한 조상들의 이름을 빌려 재기를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안후이성은 우리에게는 비교적 낯선 곳이다. 한국 기업이 안후이성에 투자한 금액은 166건, 3억3900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세계자연유산이며 중국을 대표하는 황산이 있는 곳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태어난 곳이 바로 황산 아래 안후이성 지시현이다.

기자가 이번에 안후이성을 찾은 것은 중국 외교부가 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취재 프로그램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5월 14일 황산에 도착해서 18일 허페이를 떠나는 일정이었다. 안후이성은 면적이 북한보다 큰 13만9600㎢, 인구는 남북한을 합친 것보다 조금 적은 6593만 명이다. 양쯔강이 400㎞ 지나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상하이, 서쪽으로는 후베이성 우한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동부 연안지방과 내륙지방의 중간에 있다. 그러나 1인당 소득이 2005년 말 1000달러를 넘어섰을 정도로 경제적으로는 힘들다. 총 400만 명이 안후이성 이외 대도시로 나가 공사판 근로자로 일하거나 가정부를 하고 있다.
안후이성은 그러나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부 굴기(중부 6개성이 일어선다)’의 지원에 힘입어 앞으로 경제개발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_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인공태양 장치. 아래_ 중국 안후이성 우후에 있는 체리자동차 공장. 대우 마티즈 짝퉁인 QQ가 생산라인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위_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있는 인공태양 장치. 아래_ 중국 안후이성 우후에 있는 체리자동차 공장. 대우 마티즈 짝퉁인 QQ가 생산라인에서 쏟아져나오고 있다.

안후이성의 자산은 풍부한 과학기술인력. 중국에서 유일한 중국과학기술대학을 비롯해 총 91개 대학과 연구소, 70만 명의 대학원생, 114만 명의 과학종사 연구인력 등 인적자원이 풍부하다.

17일 오후 2시 30분에 찾아간 허페이의 중국어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아이플라이테크(iFLYTEK)는 중국 과기대가 운영하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중국어 교육 소프트웨어 시장의 82%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어 발음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완벽하게 구축해 기계로 나오는 음성이 자연인의 목소리에 맞먹을 정도로 음질이 좋다. 바이창 부사장 주재로 회사 건물 2층에서 시연회가 있었다. 신화통신 홈페이지에 나온 일부 문장을 옮겨와 소프트웨어를 가동시키면서 ‘남자 목소리’를 지명하자, 남성의 유창한 중국어 문장이 마이크로 흘러나왔다. 여자 목소리든, 아니면 광둥 방언이든 지명하는 대로 중국어 문장이 음성으로 바뀌는 것이다. 성조(중국어는 1성부터 4성까지 4가지 성조가 있다)에 따라 정확한 발음을 했는지도 스스로 챙길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발음이나 읽기, 듣기에서는 적어도 중국어 선생님이 필요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나왔다.

아이플라이테크는 이미 서울의 공자학원과 고려대와 소프트웨어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바이창 부사장은 “광둥 방언에 능한 도널드 창 홍콩특구 행정수반이 중국어 교육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표준말을 배우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즈마 물리연구소 ‘천혜의 요새’

허페이 서북쪽 호수로 둘러쌓인 섬에는 중국 과학원 플라즈마 물리연구소 등 5개의 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었다. 17일 오후 3시 30분에 찾아간 연구소는 섬 안에 유치원과 병원 등 모든 시설이 갖춰 있어, 외부 인사는 다리를 통하지 않고는 들어갈 수 없는 ‘천혜의 요새’였다.

플라즈마 물리연구소는 1994년부터 미래 대체에너지의 하나인 인공태양을 개발하고 있다. 핵융합 장치의 방전을 통해 플라즈마를 일정기간 생산해내면 이것이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이 인공태양의 발전 원리다. 우쑹타오 부소장은 중국 인공태양의 가장 큰 장점으로 원가가 싸게 먹힌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동안 인공태양 개발에 들인 돈은 우리돈으로 300억 원에 불과하다. 우리가 대덕연구단지에 개발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10분의 1 가격이다. 물론 우리 인공태양이 훨씬 성능이 뛰어난 것이기는 하지만, 중국의 값싸고 유능한 과학기술인력은 중국을 지탱하는 저력이다.

허페이공대 자동차공학과의 경우 중국 전역의 자동차 공장은 물론 다국적 자동차기업의 초급 간부로 졸업생들이 활약하고 있다. 안후이성에서 체리자동차와 JAC 등 자동차 공업이 발달한 것도 이 같은 기초인력의 공급이 있어 가능했다.

안후이성이 자랑하는 토종 브랜드 체리 자동차 전시장에 한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후이성이 자랑하는 토종 브랜드 체리 자동차 전시장에 한 모델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안후이성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체리자동차를 16일 오후 2시에 방문했다. 체리자동차는 창사 10년 만에 처음으로 외신기자에게 공장 일부를 공개했다. 체리자동차 본사는 허페이에서 자동차로 남쪽으로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우후라는 곳에 있었다. 우후는 시내 중심에 징후라는 호수가 하루 종일 분수를 뿜고 있을 정도로 깨끗한 도시였다. 사람들의 표정도 밝았다. 체리자동차가 호조를 보이면서 지역 경제가 일어선 때문이다. 체리자동차는 지난 3월 4만4500대를 판매해 월간 기준으로 중국 내 판매실적 1위를 차지했다.

마티즈 짝퉁인 체리자동차 생산

체리자동차는 대우 마티즈의 짝퉁인 QQ를 만드는 곳으로 우리와는 인연이 있다. QQ3은 배기량 800㏄짜리로 판매가격이 3만 위안(360만 원)에 불과하다. 2003년 첫 생산 이후 지난해 말까지 30만 대를 팔았다.

황산을 내려오면 첫 번째 보이는 마을이 바로 지시현이다. 지시현에서 우후까지 이어지는 200㎞ 도로 옆에는 벼농사와 차농사, 담배 농사가 한창이었다. 왕진산 안후이성 성장은 후진타오 주석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대해 “후 주석은 안후이성 출신이지만 동시에 중국 인민 전체의 지도자”라며 핵심을 비켜갔다. 후진타오 주석은 초급 간부 시절 부친의 장례식 당시 고향을 다녀간 이후 단 한 번도 고향을 찾은 적이 없다. 고향을 너무 챙기는 것은 당의 간부로서는 금기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후이성 사람들은 후 주석이 자기 고향 사람이라는 것에 대해 은근히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안후이성의 한 관계자는 “후진타오 주석이 우리 고향 사람이라는 것이 나쁠 것은 없지 않느냐”며 “후 주석이 언젠가는 고향을 찾아올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후이성의 자랑 세계문화유산 ‘황산’

중국 안후이성 황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광명정. 기상대 관측소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하다.

중국 안후이성 황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광명정. 기상대 관측소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어수선하다.

안후이성 남쪽, 장시성 경계에는 1990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황산이 있다. 해발 1864m로 가장 높은 봉우리인 연화봉을 비롯해 천도봉, 광명정 등 3개의 봉우리가 해발 1800m를 넘는다. 15일 오전 황산에 올랐다. 황산에는 우리나라 관광객이 예상보다 많았다. 경남의 한 농협에서 단체로 온 관광객 50여 명은 기자 일행을 만나자 예상 외로 당황해했다. “국내는 제2의 IMF 외환위기라고 하는데, 외화 낭비한다고 욕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들은 상하이에 도착해 황산을 둘러보고 항저우, 쑤저우를 둘러보는 4박 5일 코스를 70만 원에 왔다고 했다.

황산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인 광명정은 해발 1860m. 이곳에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1980년대에 지은 기상대 관측소가 낡아 다시 짓는 것이다. 쉬지웨이 황산관리위원회 부주임은 “기존 건물을 다시 지을 때도 고도를 낮추고 면적을 줄이는 등 환경친화적인 건축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하게 지은 산 정상의 호텔 일부를 철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업주들의 완강한 반대로 지지부진한 것이 고민이다. 황산은 생태계 보호를 위해 2005년부터 아예 실외에서는 담배를 피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지난 25년 동안 황산에서는 단 한 차례도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황산의 입장료는 202위안(약 2만4000원), 케이블카 이용료는 80위안이다. 한 사람이 황산에 들어오면 그것만 해도 282위안의 수입이 떨어지는 것이다. 지난해 황산에 오른 우리나라 사람은 5만 명. 전체 외국인 관람객(18만 명)의 30% 가까운 수치다. 황산에 오른 사람은 총 181만 명이었다. 기자가 황산을 찾은 것은 2004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황산시(황산을 가려는 관광객들은 일단 황산시에서 하룻밤을 묵고 이튿날 황산으로 떠나는 것이 보통이다)에는 조선족이 하는 한국 음식점도 여러 개 눈에 띄었다. 관광지여서 감자탕 한 그릇에 70위안으로 베이징과 다를 바 없이 비쌌다. 호텔방에도 SK텔레콤의 한국 국제전화 안내판이 있을 정도로 황산은 우리와 가깝게 느껴졌다.

지도나 각종 기념품을 파는 행상들은 아예 한국돈 1000원을 받고 있었다. 후난성의 장자제와 마찬가지로 황산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고 있었다. 황산에는 우리말을 하는 조선족 가이드만 200명이 넘는다. 쉬지웨이 부주임은 “황산에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하고 더 많은 한국 관광객들이 경치가 빼어나기로 소문난 황산을 찾아주기를 기대했다. 황산시는 서울에 사무소를 개설해 한국 관광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황산은 한국과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1주일에 4번 왕복 총 8번, 중국 동방항공이 2번 왕복, 총 4번 한국과 황산 사이를 오가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행기가 1번 올 때마다 150명 정도가 온다고 전했다. 기자가 지난 5월 14일 황산 툰시 공항에 도착했을 때 공항에서 한국말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황산·우후·허페이(중국 안후이성)|홍인표 특파원 iph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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