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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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만의 통합신당은 곤란하다”

[직격인터뷰]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

김근태(KT)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사실상 노무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했다. 김 전 의장이 친노 대결 구도의 중심에 섰다. 열린우리당의 창업주인 두 사람이 갈라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지, KT의 독자행보가 향후 대선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KT계의 대변인으로 통하는 우원식 의원을 5월 9일 노원구지구당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를 들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왜 범여권 후보를 ‘찍어낸다’고 생각하나.

“대통령의 힘은 막강하다. 대선 경선에 나서려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비판, 아니 비난하고 있다. 납득이 안 간다. 범여권 입장에서 보면 자해행위인데…. 그래서 복잡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이 후보를 규정하고 한 쪽으로 몰아 비판해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한 후보들은 운신에 제약을 받고 있다. 더 이상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 범여권 내분의 본질적 원인이 무엇인가.

“노 대통령이 소위 진보 진영에서 내걸 수 있는 아젠다는 다 걸었다. 흔들리지 않게 지속했느냐는 다른 문제다. 제기한 아젠다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반영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이 제기한 아젠다에 대한 김 전 의장의 입장이 노 대통령과 다른 것은 아니다. 초기부터 친노그룹이 주도성을 장악하기 위한 폐쇄성을 강화했던 측면이 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초기 행보는 자기 세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 있었다. 지금도 대권 후보들과 노 대통령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나라당 후보보다 자당의 후보를 더 비판하고 있다.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노 대통령이 자당 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자기 세력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이는 분파주의다.”

- 노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싸움이 아닌가.

“대북송금특검이나, 부산정권 발언(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 대통령 주변에서 나왔다. 의도한 것은 아니더라도 지역주의로 오해를 살 수 있다. 영남신당론은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지 않아 단언하기는 적절치 않다. 하지만 전통적인 중도개혁진영과 다른 그룹을 만들어서 나가려는 것이다. 이제까지 보면 신지역주의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갖고 있다.”

- 자기 후보를 만들겠다는 뜻도 함축된 것으로 볼 수 있나.

“그렇게 보인다. 정치 철학적으로 노 대통령과 김근태·정동영 전 의장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나. 굳이 자기 사람을 대표선수로 내보내려는 것이라면 중도개혁세력에 대해서는 상처를 내는 것이고, 일부 세력만 갖고 다음 정치를 꾀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명숙·이해찬 전 총리도 지금 상황을 매우 고민스러워 하고 있다.”

-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의 재통합으로 가려는 노 대통령의 의도로 볼 수 없는가.

“그렇게 정치공학적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 김 전 의장은 이미 탈당을 시사했는데.

“지난 2월 전당대회 합의정신은 열린우리당의 기득권 포기였다. 대통합 중심이 다른 데서 만들어지면 열린우리당이 기득권을 버리고 그곳으로 간다고 한 것이 그 정신이다. 그런데 친노그룹은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하자고 한다. 결국 통합신당을 가기 위해 새로운 모색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 김근태 전 의장 역시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지지도 제고를 꾀하고 있다.

“비판을 통해 지지도를 제고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김 전 의장은 옳든 그르든 비판을 좋아하지 않는다. 국민도 비전을 바란다. 비판하지 않으면 다 분열하게 생겨서 김 전 의장이 나선 것이다. 정말 위기감에서 노 대통령과 갈라서려는 게 아니라 함께 해야 할 세력임을 강조한 것이다. 간곡히 부탁한다. 친노그룹도 함께 해야 한다.”

- 대통합을 위한 구체적 작업은 진행되고 있나.

“제도권만의 통합신당은 곤란하다. 희망을 만들 수 없다. 되도록 신당의 맹아는 (정치권) 밖에서 나와야 한다. 시민사회세력으론 ‘통합번영미래구상’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많은 세력을 포괄하고 정치세력화를 이뤄내면, 그 뒤에 우리 정치권이 참여해서 신당으로 갈 것이다. 거기서 후보들이 모여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할 것이다. 그것이 지지부진할 때 후보 연석회의를 할 것이다. 대선구도의 혁파 없이 후보의 개인적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 ‘구도’란 무엇인가.

“범여권 통합신당과 후보 연석회의 그 자체가 구도다. 객관적이고 양심적 인사(시민사회단체)들이 제안해서 후보들이 모이고, 거기서 경선 룰을 만드는 것 자체가 구도의 변화다. 연석회의에 참석한 후보들이 실무진을 파견해서 정당을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들의 지지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다. 구도가 바뀌면 30% 정도 되는 진보세력이 모여들 것이다.”

-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정치세력화는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것은 새로운 길이다. 과거 제도권 내 강력한 지도력이 있고 수혈하는 차원의 영입작업은 있었다. 지금은 정치권에 중심이 없다.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는 정치권 외곽에서 통합의 원동력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을 반증하는 것이다.”

- 김 전 의장과 함께 할 사람은 얼마나 되나.

“김 전 의장과 함께 몇 명이 탈당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편을 갈라서 한나라당에 대항하는 구도를 짤 수 없기 때문이다. 구도를 짜는 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

- 대선 직후 총선이 있는데 이 때문에 독자 출마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새 대통령의 힘이 절정일 때 총선이 있다. 대선에 패배한 쪽은 전열을 정비할 시간적 여유도 없을 것이다. 결국 총선은 대선과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대선에 각개약진을 하면 (범여권은) 전멸할 것이다. 각자 후보를 내서 대선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대선에서 범여권 후보가) 당선되어도 분열된 상태에서 국회의원 후보들이 총선에 나가기 때문에 그렇다. 대선과 총선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 이낙연 의원도 따로 가자는 데 반대하는 것이다. 이강래·우윤근 의원도 같이 가지 않은 것이다.”

<글·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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