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저격수, 가시 돋친 독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독설가’다. 인사말도 간담이 서늘하게 하곤 한다. 지난 2월 초 국회의원 식당에서의 일이다. 빨간 점퍼를 입은 홍 의원을 보고 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가 “왠 빨갱이 행색이야”라고 인사를 건네자 그는 거침없이 “내가 국정원장이 되면 당신은 구속 1호야”라며 받아넘겼다.
‘저격수’라는 별명은 의미 없이 붙은 것은 아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비판하는 일조차 서슴지 않아서 붙은 별명이다. 검사시절 슬롯머신 사건수사 과정에서 검찰조직의 폐부를 샅샅이 드러냈다. ‘배신자’라는 오명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정치입문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던 그는 1999년 의원직을 사퇴했다. 한 방송에서 ‘홍준표 사퇴 이후’라는 대담프로를 마련했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저격수’가 사라진 뒤 정국을 전망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그가 얼마나 집요하게 공세를 취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물론 DJ만이 공격 목표는 아니었다.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로는 김대중 후보(민주당)를 이길 수 없다”고 직설적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그런 그가 다시 한나라당을 향해 쓴소리를 하고 나섰다. 지난 4월 18일엔 “한나라당과 한국 보수세력 전체가 자기혁신을 하지 않으면 올 대선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일갈했다.
그는 사실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그는 당시로서 비명문인 대구 영남고등학교를 나왔다. 동급생보다 몇 년 늦게 고대 법대를 나와 사시에 합격, ‘한국의 피에트로’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는 “재직 중 검사로서 간직해야 할 비밀이 없다”고 술회했다. ‘지금 만나는 사람과 일에 최선을 다했다’(아리스토텔레스)는 얘기인 셈이다. 그런 솔직함과 순수함은 때론 배신으로 돌아왔다. 최병렬 전 대표로부터의 홀대, 지난 5·31지방선거 후보경선과정에서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냉대 등도 그 한 예다.
대선을 앞두고 줄서기와 줄세우기가 횡행하는 가운데 자기 고집을 부리면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오히려 당당해 보이는 이유는 그의 인생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김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