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환경 메가이슈는 경부운하 문제”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김재구 기자>
참여정부의 실패를 시민사회를 핵으로 하는 진보개혁세력의 위기로 치환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도매금으로 내치는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환경운동 진영으로선 더욱 그렇다. 10년 넘게 끌어온 새만금 간척사업 문제부터 방폐장 부지 결정, 천성산·북한산 관통도로까지 지난날의 ‘우군’인 노 대통령은 기대를 배신하고 ‘개발세력’의 손을 들어줬다.
2007년 대선 전망도 녹록지 않다. 몇 년 전부터 한 유력 대선후보는 ‘한반도 관통 대운하’를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안병옥 사무총장이 윤준하·최재천 이화여대 교수,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 등 공동대표와 함께 환경운동연합(환경연합)의 새 사령탑을 맡은 것은 지난 3월 초다. 안 총장은 “때로는 삽을 들고 선두에서 ‘참호’를 파나가는 것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진지를 더 튼튼히 만들어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환경운동에 뛰어든 ‘386세대의 대표선수’라는 평가(‘자연의 친구들’·신동호 지음)를 받았던 그가 ‘진지전’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 밖에서 보기에 환경운동 출신 인사들이 여럿 정·관계로 들어갔지만, 정작 환경운동의 주류는 참여정부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문제와 관련, 참여정부의 공과에 대해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본다면 아무래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환경의식 부족을 탓할 수도 있겠지만, 참여정부가 내걸었던 정책 중 핵심이 국토의 균형발전론이다. 돈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불가피하게 지역개발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우리는 ‘난개발’로 규정하는데, 국토를 개발의 ‘광풍’으로 몰아넣는 방아쇠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개발이 지역의 발전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땅값을 올리고 다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았는가. 물론 대화채널 자체를 환경운동 스스로 막는 것은 피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구의 날(4월 22일)’ 행사에 대해 말해보자. 지금의 환경운동이 투쟁성이 거세된, 말하자면 관에 포섭된 형태로 나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환경운동 내부만 본다면 그 동안 환경운동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무엇이 부족했나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평가한다면 일반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원했던 것에 대해 답을 주는 게 부족했다고 본다. 자연을 대변하는 변호사라는 역할은 부각돼 있는데, 시민들과 같이 호흡하고 원하는 것에 대해 반응하는 체계는 없었다고 본다. 지구의 날 프로그램이 소프트하기 때문에 환경단체가 관변단체와 비슷해지는 게 아니냐는 것은 전체를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환경연합이 200여 사업을 벌인다면, 그중 4분의 1가량이 습지나 자전거 등 시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것이었다.”
- 과거 환경연합이 벌였던 사업을 평가해보자. 국책사업에 대립각을 세웠던 몇몇 운동은 끝까지 책임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만약 내가 환경연합에서 일하지 않았고, 한 시민으로서 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과연 지금과 생각이 같을까 자문한 적이 있다. 천성산이나 새만금살리기 삼보일배의 예를 들어보자. 그 운동들이 우리 사회가 미처 깨닫지 못한 부분에 대한 인식을 던져줬고, 존경받고 주목받을 가치는 있지만 어떻게 보면 가장 높은 수준의 긴장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중장기 전략에서 성공 여부는 재론의 여지가 있다. 환경단체가 역량을 집중하는 부분에서 시민과 커뮤니케이션을 못한 것도 있었다고 본다.”
- ‘시민운동의 위기’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환경운동의 입장은 어떤가.
“환경운동은 본래 다른 시민운동보다는 태생적으로 여건이 좋은 운동이다. 왜냐하면 여성이나 노동문제는 사회 내 인간 관계에 기초한 운동이지만, 환경운동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설정, 다시 말해 폭이 다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바탕이 돼 파괴의 속도를 늦춰야 다른 운동도 가능하다. 환경운동을 해왔던 사람들이 그렇다고 잘했던 것은 아니다. 그간 스타활동가를 중심으로 운동이 진행되어왔던 것이 사실인데, 이들의 역할이 운동의 최전선에서 후방으로 변하면서 다른 방식을 모색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 올해 대선에서 환경연합은 어떤 활동을 벌일 계획인가.
“기본적으로 차기정부가 해야 할 환경분야 과제를 내놓을 생각이다. 이 과제를 갖고 여야 후보들에게 실현할 의지가 있는지 물어볼 생각이며, 또 그들이 내놓은 환경 관련 정책들을 검증할 계획이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려서, 선거 이후에도 당선된 후보가 하겠다고 한 것을 실제로 했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 2002년도 대선후보 정책검증과 크게 다른 게 없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큰 변수가 있다. 아직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경부운하 문제다. 논쟁의 큰 여정이 있다면 지금은 거의 초반이다.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결과에 따라서는 환경운동이 가장 중요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메가 이슈라고 생각한다.”
- 이명박 후보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친환경 후보’라는 이미지도 있는 것 같다.
“청계천 복원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버스 중앙차로제는 긍정적으로 본다. 버스차선제의 경우 시민단체가 오랫동안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아무도 귀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다. 이 후보가 토목업자 출신이라는 기본 한계가 있지만,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자신이 갖고 있는 정치적 활로와 연결시키는 데는 탁월한 감각이 있다고 본다. 그런 감각뿐 아니라 현실화시킬 수 있는 힘, 추진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갖출 덕목이 그런 추진력인가라는 부분에서는 생각이 다르다. 친환경 이미지라고 했는데, 그것보단 개발 이미지라고 보는 게 맞는 게 아닌가.”
- 결국 대선결과와 같은 정치변수가 환경운동의 전망에서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나.
“물론 가변적인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습지보전 문제와 관련, 람사총회가 내년에 한국에서 열린다. 새만금이나 시화호 문제, 그리고 남해안과 서해안의 대형 간척사업 문제를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려나갈 것이다. 또 기후변화와 관련해서 시민들이 ‘저건 환경단체가 해주는 일’ 식으로 생각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낼 것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