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터쇼 선보인 차종 판매 기대치 낮아… 도로여건 안 맞아 수요층 적기 때문

기아-익시드
지난 4월 15일 폐막한 2007서울모터쇼에서 볼 수 있었던 특징 중 하나는 컨버터블 차량이 많았다는 점이다. 일반 무대는 물론 신차 발표 무대나 턴테이블(조금 높으면서 빙빙 돌아가는 무대)에는 어김없이 컨버터블 모델이 서 있었다. 콘셉트카에서도 컨버터블 모델을 찾아볼 수 있었다.
카브리올레라고도 하는 컨버터블은 차의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차량을 말한다. 지붕 소재가 천이면 소프트톱, 차체와 같이 철제면 하드톱으로 구분한다.
소프트톱과 하드톱은 서로 장단점이 있다. 소프트톱은 천 소재이기 때문에 차량의 무게가 가볍다. 따라서 주행하는 데도 속도감을 훨씬 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지붕이 찢어질 우려가 있고 수명이 짧으며 지붕을 여닫을 때 수동식이 많다.
현대ㆍ기아 구체적 생산계획 없어
지붕이 철제인 하드톱은 차량의 무게가 세단과 같기 때문에 스포츠카의 기분을 한껏 느끼기에는 소프트톱보다 못하다. 대신 지붕의 수명이 길며 여닫는 방법이 대개 자동식이다. 여기에 지붕을 닫았을 때는 세단이나 마찬가지 모습이어서 스포츠카와 세단의 맛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최근에는 하드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2007서울모터쇼에서 선보인 컨버터블 차량은 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대략 20종 정도다. 서울모터쇼에서 등장한 모델이 곧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거나 출시 예정인 차다.

GM대우-G2X
GM대우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G2X 로드스터’를 선보였다. 사실 이 차는 지난해 부산모터쇼에서 공개한 바 있다. 당시에는 출시 자체가 불분명했다. 기아자동차는 컨버터블 ‘익시드’를 선보였다. 익시드는 콘셉트카여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국내 완성차업체의 컨버터블이 빈약한 반면 수입차 업체의 컨버터블은 무척 다양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로드스터 SLK시리즈, 볼보의 C70, 포드의 머스탱, 푸조의 307CC와 207CC, 재규어의 XKR, 폭스바겐의 이오스와 뉴비틀 카브리올레 등이다.
실제로 컨버터블에 대한 국내 업체의 관심은 대단히 미약하다. 현대자동차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며 기아자동차가 선보인 익시드도 콘셉트카일 뿐 구체적으로 생산단계에 들어갈 생각은 아직 없다고 회사 측은 말한다.
국내 업체 중 컨버터블에 관심을 두는 업체는 G2X의 하반기 출시를 앞둔 GM대우가 유일하다. 그러나 GM대우는 G2X의 판매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고 있지 않은 눈치다. GM대우 측은 “솔직히 많이 판매되면 더욱 좋겠지만 그보다는 회사 이미지 제고 차원이 강하다”고 G2X의 출시 목적을 밝힌다.
국내 업체가 컨버터블에 대해 거의 관심을 갖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수입차 업체는 국내 시장에 공격적으로 접근한다. 기존 모델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이오스, 볼보의 C70, 재규어의 XKR 등 최근 국내 시장에 새로 소개되는 모델도 많다.
수입차 업체의 대부분 관계자는 “더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고 라인업을 구축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깊이 들여다보면 이미지 제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것은 자사의 모델이 다양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이는 회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볼보-C70(위), 폭스바겐-이오스
컨버터블은 회사의 최고 기술력을 집약하고 일반 차량보다 디자인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컨버터블은 회사 전체 이미지와 다른 모델의 이미지를 동반 상승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비록 판매가 부진하더라도 수입차 업체들이 컨버터블을 잇따라 들여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입자동차협회 박은석 과장은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컨버터블의 점유율만 보면 3~4%로 일정하다”며 “주력은 아니지만 빠질 수 없는 것이 컨버터블”이라고 말한다.
국내 업체가 컨버터블을 외면하고 있는 이유로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회사는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우리나라 여건상 컨버터블이 맞지 않다”는 것을 든다. “회사 입장에서는 수요층이 얇아 대량 생산·판매가 어려우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우리나라 도로 여건상 컨버터블의 매력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다수 스포츠카를 표방하는 컨버터블은 엔진을 비롯해 자사의 최고 기술을 녹여내야 한다. 그런 만큼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컨버터블을 원하는 소비자는 주로 젊은층이다. 컨버터블을 탈 만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젊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회사 입장에서 얇은 수요층을 바라보고 컨버터블을 생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수입업체도 라인업 ‘구색 갖추기용’
컨버터블을 타는 가장 큰 매력인 속도와 최첨단 기술을 만끽하기에 우리나라 도로 여건은 매우 열악하다. 교통체증이 잦고 곳곳에 제한속도를 규정해놓았기 때문이다. 1997년 기아차가 출시한 ‘엘란’이 ‘실패’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또한 평균 시속 20~30㎞인 도심에서 지붕을 열고 주행하는 것은 멋 부리다가 건강을 크게 해치는 일이다. 각종 자동차에서 내뿜는 매연을 고스란히 들이마시는 행위나 다름없는 셈이다.
엘란의 실패는 국내 업체의 컨버터블 생산을 더욱 조심스럽게 하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내수시장이 여의치 않다면 수출로라도 활로를 뚫어야 할 텐데 우리나라 업체가 생산한 컨버터블이 과연 해외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수입차 업체는 왜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도하는 것일까. 수입차 업체가 최근 발표하는 컨버터블은 국내에만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일 뿐 해외에서는 이미 판매되고 있다. 기존에 생산하는 컨버터블을 ‘라인업 구축’이라는 명목으로 들여오는 것에 불과하다. 판매보다는 손쉽게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는 의도가 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가장 잘 팔린다는 컨버터블인 푸조의 ‘206CC’의 판매량은 한 달에 20~30대. 한 달에 3000~4000대 판매돼야 이른 바 ‘베스트셀링 카’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본다면 ‘206CC’의 판매량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물론 수입차 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소비자 입장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비록 수요층이 얇다 해도 컨버터블을 원하는 소비자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는 더 싼 가격에 다양한 모델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니 희소식이다.
<글·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