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이 심각할 필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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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英 젊은 세대 ‘사회운동 엄숙함’ 떨치고 재미있고 발랄한 모습으로

영국 젊은이들 사이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친화적인 ‘그린 웨딩’ 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 젊은이들 사이에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환경 친화적인 ‘그린 웨딩’ 이 확산되고 있다.

요즘 미국이나 영국 젊은이들에게 ‘환경운동’은 즐거운 놀이이며 실험이다. 2000년대 환경운동은 1970년대 베트남 반전 운동, 1980년대 남아공 인종 차별 철폐운동, 1990년대 에이즈 퇴치 운동의 계보를 잇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진지한 ‘사회운동’이다. 그러나 운동 방식은 매우 다르다.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대신 컴퓨터를 켜고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를 사용한다. 환경 관련 웹 신문을 만들고 환경 관련 책을 출판한다. “하지 말라”고 잔소리하는 대신 현실을 풍자하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재미있게, 발랄하게 미국의 유명 인디 록 밴드 구스터(Guster)의 콘서트홀에 들어선 관중들은 CD 홍보물 대신 환경 책자를 받는 일이 흔하다. 구스터는 지난 몇 년간 팬들에게 환경에 대해 얘기해왔다. 콘서트를 하기 전에는 바이오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버스로 팬들을 초대한다. 그리고 옥수수나 감자로 만든 유기농 음식을 그릇에 담아 대접한다.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아담 가드너는 “우리는 잔소리꾼이 되기보다 팬들에게 유용한 ‘삶의 지혜’를 전달하길 원한다”며 “만일 팬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다른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로 유명세를 탄 한국계 미국인 대니 서(29)는 환경보호 관련 내용을 담은 책 ‘심플리 가든’의 저자이자 친환경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변신했다. 대학시절 워싱턴에서 ‘환경 로비스트’로 일했지만 가볍게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생활 환경(Eco-living)’ 분야로 시선을 돌린 것이다. 그는 “옷감이나 책 포장지 등에 관심을 갖는 것이 우스워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대단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에게 인류와 지구를 위해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아무리 얘기하더라도 그 때문에 친환경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결국 환경운동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마케팅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전도사 역할을 하는 영국의 인디 록 그룹 ‘구스터’.

환경전도사 역할을 하는 영국의 인디 록 그룹 ‘구스터’.

미국 옥시전미디어의 전 이사 케틀러는 생활 환경을 추구하는 온라인 잡지 ‘라임’(Lime.com)을 만들어 성공했다. 그는 ‘환경 혁명’에 대한 짧은 비디오물, 유기농 음식의 발굴, 환경친화적인 인사들에 대한 짧은 뉴스 등을 게재해 많은 젊은이들을 잡지 가입자로 만들었다. 칩 질러(36)가 만든 환경 뉴스 사이트 ‘그리스트’(Grist.org) 역시 비슷한 콘셉트로 성공했다. 젊은이들이 사이트에 환경과 관련한 위트 넘치는 글을 올리면서 크게 인기를 얻었고 현재 가입자가 80만 명 정도다. 그리스트의 유명세를 증명한 사건은 GM의 자동차 ‘셰비 타호’ 광고 캠페인이었다. 지난해 초 GM이 사용자들에게 새 자동차 ‘셰비’의 광고를 만들고 웹사이트(chevrolet.com/tahoe)에 올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 무렵 그리스트 사이트에 GM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자동차를 만든다고 비난하는 “모든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문구가 들어간 광고 한편이 올라왔다. 기름 때문에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들이 죽어가는데 당신의 자동차 탱크에 기름을 가득 채워야겠냐는 냉소적 의미를 담은 문구였다.

그 광고를 본 수백 명의 네티즌은 셰비 웹사이트에 들어가 이 같은 문구가 담긴 광고를 제작해 올렸다. 곧 셰비의 웹사이트는 이 광고로 가득 찼다. 창업자 칩 질러는 “역사적으로 미국 환경주의자 이미지는 ‘설교하는 잔소리꾼’ 또는 ‘독선적인 인물’이었다”면서 “우리는 사람들이 환경문제에 대해 질려버린 틈새에서 ‘유머’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에게 ‘환경론자들은 당신의 삶을 꾸짖는 것이 아니며 환경을 생각하는 것이 당신의 생활방식을 반드시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그린 웨딩(green wedding)’이 유행이다. 재활용 웨딩드레스, 자전거를 타고 오는 하객, 마당에서 키운 꽃, 동네에서 만든 음식으로 차린 뷔페 상차림 등이 등장하는 결혼식이다.

“환경운동 중!” 젊은이들이 환경문제를 가볍게 접근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시적 유행’으로 치부하는 시선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운동이 가벼움을 기초로 하여 탄생한 것은 아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18~34세 미국 젊은이들의 44%가 환경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35~54세 중·장년층의 경우 38%가 이같이 답했으며 55세 이상의 노년층에서는 33%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18~34세 사이의 젊은이들은 환경 변화에 따른 ‘지구의 공격’을 피부로 느낀 첫 세대다. 2006년 미국 동북부에서 유례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냈고 2005년 여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덮치는 모습을 보았으며 2004년 말에는 서남아시아의 지진해일(쓰나미) 재앙을 목격했다.

환경 인테리어 디자이너 대니 서.

환경 인테리어 디자이너 대니 서.

젊은이들의 환경 운동이 전통적 능동성을 갖지 않았다는 비난도 있지만 그렇지도 않다. 미국 환경운동단체 시에라클럽의 학생 모임인 ‘시에라학생연합’은 현재 전국 300여 개 캠퍼스에서 활동 중이다. 학생들은 대학에서 에너지 절약이나 대체 에너지 등을 이용해 온실 가스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립대학 2학년 학생 로렌 스튜어트는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캠퍼스가 완전히 쓸려나간 것을 본 뒤에 학교에서 처음으로 환경 단체를 설립했다. 대학 당국은 그녀의 제안에 따라 오는 8월까지 캠퍼스 안에 자동차를 위한 공간을 대폭 줄이고 대신 자전거 도로를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기금 모금 활동에 들어간 젊은이도 있다. 2004년 윌리엄스 칼리지를 졸업한 마크 오를로스키는 케임브리지에 ‘지속가능한 기부 연구소(Sustainable Endowments Institute)’를 설립했다. 그는 지난 1월 ‘칼리지 지속가능 리포트’를 내놓았다. 리포트는 환경 빌딩 건축, 재활용, 유기동 음식 사용 등을 기준으로 대학들이 어떻게 환경 친화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지를 나타낸 것으로 가장 친환경적인 100개 대학을 선정했다. 이 연구소는 기업들에게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수행하도록 촉구하는 투자자가 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에라학생연합 대표 제이레드 두발(23)은 “많은 기성세대들이 그들이 벌였던 ‘반전운동’과 같은 방식의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우리 세대가 냉정하고 개인주의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그것은 우리 세대를 오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젊은이들은 재활용, 유기농 음식, 지구의 날 등 환경과 밀접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예일 대학교의 삼림환경연구학교 학장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는 “우리는 바야흐로 젊은이들이 기후나 다른 환경 문제에 적극 참여하는 변화하는 조류 한가운데 서 있다”며 “젊은이들이 주도하는 환경운동이 정치에서 핵심 의제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제부┃김정선 기자 kjs043@kyunghyang.o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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