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로 제조 온실가스 배출 감소 장점 vs 원료 재배지 늘리려 생태계 파괴 우려

미 코네티켓주의 옥수수 농장에서 아이들이 길을 찾아 걷고 있다.
에탄올 붐이 일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 우려와 석유 고갈에 따른 에너지 안보로 ‘대체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에탄올은 가능성 있는 대안에너지로 떠오르고 있다.
에탄올이 각광받는 가운데 각국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유럽연합(EU)은 최근 에탄올 등 재생가능 에너지 비중을 20% 수준으로 올리는 계획에 합의했고, 미국과 브라질은 바이오 연료를 위한 에너지협력기구 창설을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에탄올이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에탄올, 꿈의 대안 바이오 연료로 사용되는 에탄올은 옥수수, 사탕수수 등 곡물로부터 얻어낸 전분으로 만든다. 제조 과정은 술을 빚는 것과 비슷하다. 곡물을 압축시켜 주스를 짜낸 후 ‘아밀라제’라는 효소를 이용해 전분을 당으로 분해, 발효시키면 에탄올로 변한다. 이를 증류하면 휘발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쓸 수 있다.
에탄올은 과거에 제조 비용이 높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유가가 급등하고 기술개발로 바이오에탄올 제조 비용이 낮아지면서 대체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한 에탄올공장에서 직원이 원료인 옥수수로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 1, 2위의 에탄올 생산국인 미국과 브라질은 공동협력을 합의하는 등 에탄올 확보 경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3월 9일 상파울루시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에탄올 대량생산 및 세계자원화, ‘국제바이오에너지포럼’ 창설을 위해 협력할 것을 합의했다.
국제바이오에너지포럼은 ‘에탄올 산업의 OPEC(석유수출국기구)’ 격의 단체. 브라질과 미국의 주도로 EU,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창설에 합의했다. 포럼에서는 바이오 연료의 규격화와 투자를 논의한다.
두 나라가 포럼 창설에 앞장서는 목적은 에탄올을 석유처럼 세계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시장을 선점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연간 에탄올 생산량은 미국이 185억ℓ, 브라질이 178억ℓ 수준으로 세계 에탄올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량에서는 브라질이 세계 1위로, 미국에 대한 수출량만 연간 35억ℓ에 달한다. 브라질은 오는 2010년까지 연간 240억ℓ로 늘릴 계획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월 국정연설에서 2017년까지 휘발유 소비를 20% 줄이고, 바이오 연료 공급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주유소에서 직원이 자동차에 에탄올 연료를 넣고 있다.
EU도 바이오 연료 확대에 발벗고 나섰다. EU는 3월 9일 2020년까지 수송 부문에서 바이오 연료 사용 비율을 최소 1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영국은 ‘재생가능수송연료의무화계획(RTFO)’에 따라 2011년까지 차량 연료의 5% 이상을 바이오 연료로 바꾼다는 방침을 세웠다. 프랑스, 스페인 등은 세제 혜택 및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바이오 연료 보급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3월 5일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인 페트로브라스는 일본국제협력은행과 바이오 연료에 대한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최근 몇 년 간 일본은 브라질산 에탄올의 장기간 수입에 대해 논의 중이다. 현재 브라질 에탄올 수출량의 약 7%가 일본으로 향하고 있다.
엇갈리는 전망 에탄올이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지만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분분하다.
에탄올 지지자들은 옥수수, 밀, 사탕수수, 사탕무 등 작물로 만들어 석유처럼 고갈 걱정이 없으며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고 강조한다. 에탄올은 화석연료에 비해 온실가스와 대기 유독 성분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또 원료가 되는 작물을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생산할 수 있어 에너지시장의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이다.
브라질 경제학자인 플리니오 마리오 나스타르티 박사는 “에탄올은 긍정적인 면에서 우리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에탄올의 밝은 미래는 브라질을 선진국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에탄올이 석유를 대체할 ‘꿈의 에너지’로 포장되는 것이 환상일 뿐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고 전했다.
에탄올산업은 친환경 에너지로 보이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대기와 수질오염에 영향을 준다. 브라질의 경우 농지 확보를 위해 아마존 삼림이 파괴되고 초원의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브라질은 삼림 벌채로 인해 세계 네 번째의 이산화탄소 배출국으로 꼽히고 있다.
세계야생생물기금(WWF)을 비롯한 여러 환경단체는 에탄올 생산용 사탕수수 재배지가 늘어 아마존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며 “바이오연료붐이 오히려 환경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을 방문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왼쪽)이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만나 기자회견 후 포옹하고 있다.
브라질 환경운동가인 파비오 펠드먼 전 의원은 “브라질이 에탄올 개발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펠드먼 의원은 모든 유류 공급품에 에탄올을 23% 이상 섞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장본인이다. 생산 과정이 그리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도에서 에탄올 생산을 위해 사탕수수 재배를 늘리며 물 사용도 급격히 증가, 지하수가 고갈될지 모른다고 전했다. 재배 과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비료의 생산에 화석연료가 사용되며, 비료가 토양을 오염시키는 문제도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브라질보다 미국의 에탄올산업에 있다. 미국이 에탄올 원료로 사탕수수 대신 옥수수를 사용, 식량 부족 현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대의 연료탱크를 채울 수 있는 에탄올을 만들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을 곡물이 들어간다. 지난해 미국이 바이오 연료를 만들기 위해 소비하는 옥수수 양은 전체 수출량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 배고픔에 허덕이는 100개국 국민을 도울 수 있는 양이다.
미국의 환경단체 지구정책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자동차를 굴리려는 운전자 8억 명과 굶어죽지 않으려는 20억 명의 옥수수 확보 경쟁이 이미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부/박지희 기자 viole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