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화가 달러보다 더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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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 크게 늘어 작년 유통액 달러 추월… 세계 각국 보유 비중도 점차 증가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공원에 세워진 유로화 상징 조형물.

독일 프랑크푸르트 괴테공원에 세워진 유로화 상징 조형물.

유로화의 부상이 눈부시다. 유통되기 시작한 지 5년 된 유로화가 지난해 말 통용화폐 기준으로 달러화를 따라 잡았다. 유로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통화량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각국 중앙은행에선 유로화 비중을 점차 늘리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유로화가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유로화의 부상이 달러의 약세에 의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대세다.

달러 유통액 넘어선 유로화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12월 28일 유로화가 지폐 유통액 기준으로 미국 달러화를 앞질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당시 미 달러 환율을 기준으로 시중은행이 보유해 유통 중인 유로화는 지폐를 기준으로 약 8000억 달러(6100억 유로)가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미국 달러는 이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산했다. 10월 말 시중에 유통 중인 달러화 지폐는 7590억 달러로 유로화보다 약간 많았지만 이후 달러가치가 유로당 1.3달러를 돌파하면서 유로화 유통액이 미 달러를 앞지르게 됐다는 것이다. ‘달러가치 유로당 1.3달러 돌파’는 1유로를 가지기 위해 1.3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2년 유로화가 국제 무대에 등장했을 때 유로화와 달러의 가치가 1 대 1이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유로화는 괄목할 성장을 한 것이다. 유통액 기준으로도 당시 유로의 유통액은 2000억 유로로 미 달러화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유로화에 대한 자부심도 높아졌다. 유럽중앙은행(ECB) 안티 헤이노넨 화폐국장은 “유로화가 통용된 이후 성장하다 안정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5년 내내 성장했다”며 “현재 유로화는 빠르게 국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클로드 트리세 ECB 총재 역시 “유로존 지역은 단일통화 도입 이후 경제성장과 고용창출 등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유로화의 세력확대 유로화의 세력권 확대도 눈부시다. 유럽연합(EU) 27개국 가운데 유로화를 공식화폐로 사용하는 나라는 지난 1월 1일부터 유로화 사용을 시작한 슬로베니아를 포함, 13개국이다. 그러나 최근 유로화 사용 범위는 EU의 국경을 넘어서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미국을 웃도는 유로권의 경제성장이 유로화 유통의 확대를 불렀다. 몬테네그로, 바티칸시티, 산마리노, 안도라, 모나코 등 유럽 내 소국들이 이미 ECB의 허가 없이 유로화를 공식화폐로 사용하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연합(AEU)은 지난해 11월 외환보유액 가운데 2%인 유로 비중을 10%로 5배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들의 ‘유로 선호’는 유행이 되고 있을 정도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해 12월 10일 발표한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달러 보유 비중은 1·4분기 67%에서 2·4분기 65%로 줄었다. 18개월 전만 해도 이들의 달러화 비중은 70%를 웃돌았다. 대신 유로화 비중은 20%에서 22%로 높아졌다.

유로화 가치가 높아지면서 정치적 이유로 미국과 반목하는 나라들도 유로화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지난해 12월 자국 보유 외환을 달러화에서 유로화로 바꾸고, 석유 판매대금 등 모든 외환거래를 유로화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핵개발 중단 압력 및 경제제재를 가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적대적인 베네수엘라도 최근 달러화와 금의 비중을 95%에서 80%로 낮추고 대신 유로화 비중을 5%에서 1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헤이노넨 화폐국장은 “유로화 유통액 중 최대 20%가량이 EU 이외의 지역에서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드리포트]유로화가 달러보다 더 좋아!

유로화 장밋빛 미래 올해 ‘유로화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EU 지역의 경제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EU의 대표적 싱크탱크 유럽정책센터는 보고서에서 “2007년 EU 경제는 최근 7년 사이 가장 낮은 실업률과 생산성 증가, 낮은 인플레이션 등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EU 집행위원회도 올해 유로존 가입국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평균 2.1%로 집계했다. 반면 미국 경제는 올 한해 주택부문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ING은행 톰 레빈슨 환율분석가는 “2007년 중에 달러가치는 유로당 1.38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달러보다 유로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면 유로화 유통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산유국들이 유로화 결제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국 중앙은행들 역시 달러 자산을 확대하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다.

게다가 미국이 2007년 상반기에 연방기금 금리를 내리고 EU가 금리를 올릴 경우 양국 간 금리격차가 줄기 때문에 국제자본은 미국에서 이탈해 EU 지역으로 더욱 많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최근 EU에 가입한 불가리아, 루마니아가 곧 유로화를 도입할 예정인 데다 영국·덴마크·스웨덴 등 EU 회원국이면서 유로화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들도 유로화의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유로화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

유로머니

유로머니

유로화 기축통화 될까 유로화가 달러를 제치고 기축통화 자리를 꿰차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성급한 판단이라는 게 전문가들을 공통된 견해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주요 통화 비중은 달러가 약 50%, 유로화가 약 25%로 달러가 절대적으로 우세한 상황이다. 유로화의 부상이 달러의 약세에서 기인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유로화가 독자적인 통화로서 역할을 했다기보다 달러의 가치에 따라 부상했고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에 따라 영향을 받아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EU의 경제성장을 낙관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회의론도 있다. 노동시장 개방을 둘러싼 회원국 간 갈등, 급속한 외연확대에 따른 피로감 등이 경제성장에 끼칠 악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유로화 ‘몸집 불리기’에 장애물도 산재해 있다. EU 회원국이면서 유로화 대신 파운드를 고집한 영국이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경제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들어 유로존 신규 가입국 사이에서 자국 고유화폐를 유지하자는 견해도 속속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동유럽 국가들 사이에 유로존 가입에 대한 회의론도 점차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인사이트 이코노미스트 니겔 콜트는 “유로는 갈수록 더 중요한 화폐가 되겠지만 유로가 달러보다 더 중요하게 될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제부/김정선 기자 kjs0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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