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모가디슈에 에티오피아 병력 진입… 이슬람 대 기독교 문명충돌로 비화 조짐

과도정부 병사가 이슬람군벌의 요충지였던 부르하카바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뿔’ 소말리아가 ‘문명의 충돌’로 시름하고 있다.
소말리아의 이슬람 반군 ‘이슬람법정연대(UIC)’와 과도정부의 대립이 이웃 에티오피아의 개입으로 이슬람 대(對) 기독교 전쟁이자 동아프리카 전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정부(TFG)를 지지하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성탄절인 지난달 25일 수도 모가디슈 국제공항 등에 폭격을 가하며 전쟁 개시를 알렸다. 에티오피아 미그 전투기는 이날 UIC 장악 지역인 모가디슈 국제공항과 모가디슈에서 북쪽으로 100㎞ 떨어진 발레도글 공항을 폭격했다.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 총리는 UIC와의 전쟁에 돌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과도정부와 에티오피아군은 UIC의 최후보루인 모가디슈를 점령하기 위해 빠르게 진격, UIC 전사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28일 소말리아 과도정부와 에티오피아군이 수도 모가디슈에 진입, UIC가 퇴각하기에 이르렀다.
흔들리는 뿔 소말리아는 1991년 바레정권이 군사쿠데타로 축출된 이후 15년 간 제대로 된 정부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수많은 군벌이 각 영역을 통치했다. 2004년 유엔의 지원으로 바이도아를 거점으로 설립된 과도정부는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태. 남부를 장악하고 있는 UIC를 통제할 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이 틈을 타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등장한 군벌 연합체가 UIC다. 최근 몇 년 간 수도 모가디슈에서 세력을 확장한 11개 이슬람 군벌들이 모였다. 이들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의한 통치를 목표로 한다. 올해 초 모가디슈의 가장 큰 군벌과의 연대로 급속하게 힘을 얻었다. 지난 6월 미국의 지원을 받는 대테러연맹을 몰아내고 수도 모가디슈를 완전히 장악하며 득세했다. 현재는 남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복면을 쓰고 무장한 소말리아 여인이 모가디슈에서 보초를 서고 있다.
엄격한 치안활동으로 UIC는 시민들의 지지도 얻고 있다. UIC는 마약 거래와 살인 등 범죄행위를 율법에 따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때문에 차량을 세우고 금품을 빼앗는 강도가 현저히 줄었다. 치안이 안정되자 물가도 다소 내렸다. 그러나 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일자리가 없어 대부분 해외의 친척들이 보내주는 돈에 의존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버려진 폐가나 나뭇가지, 마분지 등으로 엮은 오두막에서 살고 있다.
UIC가 자금과 무기를 어디에서 지원받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유엔은 에티오피아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에리트리아가 병력과 무기를 UIC에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다른 부유한 이슬람 국가들을 지목하고 있다. UIC는 부인하고 있지만 미국은 UIC가 알카에다와 연계돼 있다고 믿고 있다. 이란, 시리아,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연계도 의심된다. 확산되는 총성 에티오피아가 과도정부를 지원하며 소말리아에 개입한 데에는 영토와 종교가 뒤섞인 복합적인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이 이슬람신자인 소말리아와 달리 에티오피아는 오랜 기독교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꾸준히 늘어난 이슬람신도가 소말리아의 영향에 자극받지 않을까 에티오피아 정부는 우려하고 있다. UIC가 영토를 확장하며 거대 이슬람국가인 ‘대 소말리아’를 목표로 하는 움직임은 경계 대상이다.
UIC와 알카에다의 연계 등 테러리스트들과의 연관성도 에티오피아 정부가 걱정하는 부분이다. UIC 최고지도자 셰이크 하산 다히르 오웨이스는 9·11테러 이후 미국이 발표한 테러용의자 명단에 오른 인물이다. 때문에 미국 정부가 에티오피아 정부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오랜 라이벌인 에리트리아가 UIC를 지원하고 있어 에티오피아로서는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에서 가장 많은 병력(10만 명)을 보유한 에티오피아는 과도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8000여 명의 병사를 소말리아에 투입했다.
UIC를 지지하는 이슬람 전사들도 이와 비슷한 숫자가 소말리아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에리트리아군 2000여 명을 비롯, 예멘·이집트·시리아·리비아 등에서 온 병사들이다. UIC는 범이슬람계의 단합과 지하드(聖戰)를 촉구해왔다. 지난달 23일에는 성명을 통해 “미국이 지원하는 기독교 국가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를 침공했다”며 이슬람 전사들의 지하드 참여를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이슬람 부자국가들의 재정 지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티오피아가 공항을 폭격한 것도 이같은 이슬람 세력의 지원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한 가족이 세간을 싣고 교전을 피해 바이도아에서 모가디슈로 피난을 가고 있다.
AP는 “이번 전쟁은 10여 개국이 개입하고 있는 국제전”이라며 “소말리아에서 이슬람 세력과 미국 등 서구와의 대리전이 벌어진 것”이라고 전했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2003년 이라크 전쟁에 이어 이슬람과 서구 세력이 맞붙은 제3의 전선이 동아프리카에 형성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소용돌이 속으로 전문가들은 화력이 우세한 에티오피아가 UIC를 제압할 것으로 보았다. 예상대로 에티오피아는 공격 4일 만에 UIC의 근거지인 모가디슈를 점령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처럼 반군을 완전히 진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일부 주민들은 기독교권인 에티오피아 군인이 모가디슈에 진입한 데 대해 항전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UIC가 이들을 규합, 소규모 게릴라전으로 끈질기게 저항할 수도 있는 것. UIC는 주요 전투에서의 패배에도 불구, 게릴라전 등을 통해 장기간에 걸친 투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유엔은 평화유지군을 소말리아에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달 초 미국의 주도로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지원해 아프리카연합(AU)과 동부 아프리카 지역 국제기구인 동아프리카정부간개발기구(IGAD)에 의한 평화유지군 파병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결의는 정부 보호와 재건 등 평화유지 임무와 함께 기존의 대(對) 소말리아 무기금수 조처 일부 내용을 완화시켰다. 또 소말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는 평화유지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실제로 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이며 배치된다 하더라도 최소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때문에 UIC의 게릴라전이 이어질 경우 이 나라가 또 다시 이라크에서와 같은 장기 상황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부/박지희 기자 violet@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