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신의 수난사 & 현대문학상 수상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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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수난사

혼자 사는 것은 사회적 책임

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권지현 옮김, 이마고, 2만5000원

장 클로드 볼로뉴 지음, 권지현 옮김, 이마고, 2만5000원

오늘날 남녀 구분할 것 없이 독신으로 살고 있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다. 결혼을 안 하는 것이든, 못 하는 것이든, 독신은 개인적인 생각이나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에서 초래한 현상이라는 게 ‘독신의 수난사’의 저자 장 클로드 볼로뉴의 주장이다.

‘결혼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독신자는 자유로운 삶과 넉넉한 생활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굳이 결혼해서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구애받으며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결혼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안정된 직장이 없어서, 학벌이 변변치 못해서 등과 같은 이유를 내세운다.

볼로뉴에 따르면 비록 개인적인 이유는 다르지만 이 두 가지 경우 모두 사회의 책임이 크다.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팽배해 있는 오늘날 사회는 사람들로 하여금 점점 결혼을 기피하게 만든다. 돈, 직장, 학벌을 중요시하는 오늘날 사회는 뭐 하나라도 부족한 사람이라면 결혼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한다.

인류가 이어져오는 동안 단 한 시대라도 독신이 존재하지 않은 때는 없었다. 저자는 고대부터 지금까지 독신의 형태를 조명하는 동시에 독신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검토한다.

역사적으로 독신과 독신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다. 그런데 모두 부정적인 시각이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그리고 부정적인 시각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가혹하게 쏟아졌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오늘날에도 독신과 독신자에 대해서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은 존재하며 독신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따갑다. ‘노총각 히스테리’라는 말은 잘 안 써도 ‘노처녀 히스테리’라는 말은 얼마나 자주 쓰는가. 역사적으로 독신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우리 사회는 출산율의 저하를 사회의 책임이 아니라 독신자들의 책임으로 전가한 적도 있다. ‘소수공제자 추가공제 제도’ 폐지 방침이 그렇다. 세인들의 입에 ‘독신세’라는 이름으로 오르내리던 이 방침은 출산율 저하를 초래하는 독신자들에게 더 이상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 방침은 ‘돈이 없어 결혼 못하는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더 내란 말이냐’는 비난을 받자 꼬리를 내렸다. 이 책에서 재미있는 것은 ‘독신세’가 이미 고대 로마시대에 있었다는 대목이다.

예수의 등장은 다른 많은 부분에서처럼 ‘독신의 역사’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예수의 등장으로 독신은 순결을 의미하게 됐고 성직자들의 중요한 소명이 되었다. 신부나 수녀처럼 성직자들은 종교적인 사명을 위해 독신으로 살아야 했으며 그 전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8세기 말부터 독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이전 시대와 확연히 달라졌다. 프랑스혁명은 인간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어놓았다.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는 가족의 붕괴를 초래했으며 사람들은 가족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다. 1798년 발간된 맬서스의 ‘인구론’은 결혼제한정책까지 불러 일으켰다.

20세기는 독신의 역사에서 더욱 의미 있는 시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많아졌고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이 매우 커졌다. 이따금 독신자, 특히 독신 여성을 삐딱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과거처럼 대놓고 걱정하거나 수군대지는 않는다.

저자가 독신의 수난사를 정리한 까닭은 이제라도 독신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독신은 결혼을 위한 대기상태가 아니라 하나의 당당한 생활방식이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



현대문학상 수상집

우리시대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

수상소설집 9500원/ 수상시집 7500원

수상소설집 9500원/ 수상시집 7500원

문단도 연말이 되면 꽤 바빠진다.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 공모와 심사가 있고 몇몇 출판사는 나름대로 마련한 문학상 심사를 통해 선정한 작품을 묶어 ‘수상작품집’이란 이름으로 출간한다.

‘수상작품집’은 오래 전부터 심심찮게 그 상업성을 지적받았고 ‘수상작품집’을 출간하는 출판사는 비판받았다. 비판의 요지는 출판사가 ‘문학상’이라는 ‘권위’와 ‘신뢰’를 입혀 책을 더 많이 팔아먹으려는 심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독자 입장에서는 ‘수상작품집’만큼 매력적인 책도 드물다. 아무리 문학을 좋아하는 독자일지라도 1년 동안 문예지들에 발표되는 수많은 작품을 찾아 읽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가들의 작품집을 일일이 읽기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상작품집’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어쨌거나 ‘수상작품집’은 문단에서 이름깨나 있는 심사위원들이 심사한, 각 작가가 1년 간 발표한 작품 중 가장 먼저 내세울 수 있는, 알짜배기 작품만 모아놓은 것 아닌가. 설사 상업성의 혐의가 짙다고 해도 그렇게라도 문학이 팔린다면 좋은 일 아닐까.

어느덧 52회를 맞이한 현대문학상 수상작과 후보작들이 수상작품집으로 한데 묶여 출간됐다. 소설은 이승우의 ‘전기수 이야기’가, 시는 최정례의 ‘그녀의 입술은 따스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이 수상작이다.

국문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전기수’를 알겠지만 일반인에게는 참 생소한 ‘직업’이다. ‘전기수’란 쉽게 말해 이야기꾼을 지칭하는데, 옛날 활자가 보편화되지 않고 문맹률이 지극히 높았던 시절,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이었다. 판소리로 치면 창자, 무성영화로 치면 변사쯤 된다. 오늘날 구연동화를 하는 사람도 이에 빗댈 수 있다.

‘전기수 이야기’는 서술 자체가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사람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업을 벌인 아내의 청에 못 이겨 얼결에 ‘화자(話者)’ 신분이 된 ‘나’는 ‘말하는 것’과 ‘듣는 것’ 사이를 오가며 진리를 캐내려 한다.

수상작가에 비해 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린 작가들은 대개 ‘우리 시대 젊은 작가’로 묶일 수 있다. 김경욱의 ‘천년여왕’, 김중혁의 ‘유리방패’, 박민규의 ‘누런 강 배 한 척’에서는 참신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 이동하, 박완서 등 역대수상작가의 최근작을 볼 수 있는 것도 즐거움이다.

비록 소설에 비해 인기는 덜하지만 보석 같은 시작품이 가득한 수상시집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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