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의미 &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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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의미

직관으로 이해하고 감성으로 느껴라

허버트 리드 지음, 임산 옮김, 에코리브르, 1만6500원.

허버트 리드 지음, 임산 옮김, 에코리브르, 1만6500원.

영국의 미술비평가이자 시인인 허버트 리드가 80여 년 전 쓴 ‘예술의 의미’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물음에 답하는 책이다. 리드가 내놓은 답은 ‘예술은 인간 본성의 발현’이라는 것이다.

이 답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떠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추상예술을 비롯한 갖가지 예술이 등장하던 20세기 초, 그 어리둥절한 시대에 쉬운 답이 아니었다. 순수예술 옹호자인 리드는 예술을 설명하거나 사상으로 해석하려는 행동을 못마땅해 했다. 그에 따르면 예술은 직관으로 이해해야 하고 감성으로 느낌으로써 일종의 마음의 해방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사상이 난무하고 이런저런 잣대로 예술을 재단하는 당시 상황을 그는 마음 아파했을지 모른다. 리드의 심정은 어쩌면 게오르그 루카치가 명저 ‘소설의 이론’ 첫머리에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갈 수가 있고 또 가야만 하는 길의 지도를 읽을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고 토로한 심정과 비슷할지 모른다.

결과적으로 예술에 대한 리드의 정의는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명료한 것이 됐다. 위대한 예술작품이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주고 그 가치가 빛나듯이 리드의 예술론 또한 시대를 초월해 가치를 빛낸다. 예술론을 공부하자면 허버트 리드의 ‘예술의 의미’를 꼭 거쳐야 한다. 굳이 전문적으로 파고들고자 하는 생각이 없더라도 이 책은 읽기에 어려움이 없어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리드는 예술과 미를 구분할 것을 주문한다. 리드는 예술을 감상할 때 많은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예술과 미를 동일시하는 데 기인한다고 본다. “예술이 반드시 미는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바꿔 말하면 ‘아름답다고 해서 모두 예술은 아니라’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은 물론 인간의 감성에 호소한다. 그러나 리드의 가르침을 따른다면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예술과 감상성(感傷性)이다. 예술과 감상성은 둘 다 억제되어 있는 우리의 감정을 해방시킨다. 그러나 예술과 감상성은 다음과 같이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감상성은 해방이면서 일종의 느슨함이요, 정서의 이완이다. 반면 예술은 해방이면서 동시에 긴장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감정의 절제이고 훌륭한 형식을 키우는 정서이다.” 예술과 감성의 차이를 명쾌하게 정의한 리드의 이 말은 그의 통찰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대변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형식과 내용을 가볍게 다룬 것은 아니다. 오히려 리드는 예술에서 형식과 내용을 굉장히 중요시했고 여러 요소의 유기적인 결합, 즉 통일성을 예술작품의 필수조건으로 꼽았다. 형식과 내용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 감상성에 어울리는 것이 될 것이다. 형식과 내용, 통일성이 멋지게 조화해야만 진정 아름다운 예술이 될 것이다.

리드는 이와 같은 예술론에 입각해 석기시대 암벽화, 부시맨의 암면채화 등 원시예술부터 20세기 초의 예술까지 설명한다. 대부분 회화, 조각, 건축, 공예와 같은 조형예술에 치중하고 있어 음악과 문학을 포괄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작품해석, 작가론, 예술의 의미와 가치 등이 망라돼 있어 ‘예술론’이라는 카테고리에 묶이는 데는 무난하다. 1950년 발표된 곰브리치의 기념비적 저작인 ‘서양미술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간략하게나마 서양미술사를 정리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1985년 문예출판사를 통해 소개된 적이 있으나 저작권 문제로 절판되었다가 이번에 저작권 협의를 마치고 재출간된 것이다. 번역자도 바뀌었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

브랜드 히트 제조기의 노하우

손혜원 지음, 해냄, 3만원.

손혜원 지음, 해냄, 3만원.

참眞이슬露, 처음처럼, 종가집김치, TROMM, 미녀는석류를좋아해, 엑스캔버스, 레종, 순창고추장….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알고 있는 브랜드이다. 웬만한 사람이 다 안다는 것은 ‘히트 브랜드’를 의미한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 히트 브랜드가 모두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이자 홍익대 산업미술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브랜드 네이밍과 디자인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고 평가받는 손 대표가 ‘브랜드와 디자인의 힘’을 펴내 자신의 노하우를 몽땅 전수한다. 이 책에는 지난 30여 년간 손 대표의 노력이 집약돼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단순히 어떤 것이든 좋다며 소주를 사거나 TV를 사거나 담배를 사지 않는다. 소주 가운데서도 브랜드를 고르고 TV를 살 때도 브랜드를 고려하며 담배를 살 때도 담뱃가게 주인에게 브랜드를 먼저 말한다. 그만큼 브랜드의 가치와 상품성이 중요해지고 높아졌다.

히트 브랜드 제조기인 손 대표는 이 책에서 하나의 브랜드를 창조해낼 때까지 겪었던 과정을 친절하게 말해준다. 어쩌면 하나의 브랜드가 탄생하기까지의 뒷얘기도 숨김없이 털어놓는다.

젊은 소설가 김중혁은 단편 ‘무용지물박물관’에서 “예술은 집에 가서 하고 회사에서는 디자인을 해라”고 했다. 디자인은 과연 예술인가 기술인가.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러나 손 대표는 서슴없이 ‘기술’에 무게를 둔다. 디자인은 대중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고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제일 가는 디자인이고 예술적인 이미지를 풍길지라도 그 디자인은 “박물관에나 걸어야 한다”.

훌륭한 디자인에는 사람의 눈길을 끌고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는 흡입력이 있다. 그렇지만 훌륭한 디자인과 브랜드는 아무렇게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손 대표는 소비자의 욕구와 시장의 판세를 읽는 마케팅 전략, 치밀한 전술과 커뮤니케이션이 결합된 디자인과 브랜드가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손 대표는 브랜드의 본질을 찾아내는 방법에서 시작해 제품을 고급화하고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방법까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의 교과서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자신이 겪은 과정을 일일이 들려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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