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 100년
대표작품 역사적·학문적 고찰
지난해와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은 매우 뜻깊은 전시회를 개최했다. ‘한국미술 100년’이 그것. 지난해에는 1905년부터 1959년까지의 한국미술을 보여준 1부를, 올해에는 1960년부터 현재까지의 한국미술을 전시한 2부를 열었다. 두 차례에 걸친 거대한 규모의 이 전시회는 지난 100년 우리 미술의 변화와 발전상을 속속들이 보여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지난해 있은 ‘한국미술 100년’의 1부를 담은 책이 출간됐다. 지난해 전시회에 가보지 못한 사람, 갔지만 여운이 사라진 사람, 미술관에서 직접 보고 느낀 감동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미술의 발전상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큰 보탬이 될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한국미술 100년’ 1부에 전시된 작품을 수록한 화집이 아니다. 물론 전시된 작품을 수록하는 것을 중심으로 하되 각계의 전문가가 시기별로 우리나라의 역사적 배경과 미술을 고찰했다.
동양화에 국한된 미술이 개화사상과 문호개방에 따른 서양화의 유입으로 서서히 근대화되는 것을 시작으로 1950년대 한국미술의 해외 진출까지 한국미술사를 개괄한다.
광고, 사진, 영화, 건축, 만화까지 총망라해 미술계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전반적인 변화·발전상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문학, 사상, 무용, 음악, 미술론 등 당대 미술과 연관된 다양한 글도 수록했다. 이렇게 한 까닭은 개개의 미술작품이 품고 있는 미술사적 의미와 작가들의 시대적 고민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시기별 대표작가와 작품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써 미시적인 접근 방법도 유연하다. 이쾌대, 김기창, 박수근 등 일반인도 잘 알고 있는 작가와 작품은 물론, 우리나라 최초의 누드화인 김관호의 ‘해질녘’, 이수억, 이응노, 김환기 등 한국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와 작품을 학문적·역사적 해석과 함께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은 한국인의 판화로는 최초로 조선미술전람회에 나왔다는 기록만 전해오던 최지원의 ‘걸인과 꽃’, 변월룡의 ‘김용준의 초상’, 문신의 ‘고기잡이’ 등 그동안 실체를 보지 못했던 미발표작을 다수 수록했다는 점이다.
우리 미술사를 총체적으로 알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이 제격이다. 이 책만큼 우리 미술사를 제대로 정리한 책은 아직 없을 듯하다. ‘한국미술 100년’ 2부를 다룬 책도 출간 예정이어서 기대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
우리 민족 유머에 빠져 보실래요
웃음은 삶에 활력을 준다. 웃음은 업무능률을 높이고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해주며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끈다. 최근에는 웃음의 중요성을 깨달은 기업이나 각종 단체에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웃음을 활용하고 있다.
웃음은 인간만이 누리는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헨릭 시엔키에비치가 역작 ‘쿠오바디스’에서 언급했듯 웃음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해주는 요소이다.
네로가 연 연회에서 ‘뚱보’비텔리우스가 만취한 채 히죽거리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것을 본 네로가 ‘저 뚱보는 왜 저렇게 웃는 거지?’라고 못마땅해 하자 곁에 있던 최측근 신하인 페트로니우스는 ‘웃음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시켜 주거든요. 자신이 돼지가 아니라는 것을 달리 증명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이 ‘백익무해’한 웃음에 우리 민족은 인색하다는 얘기가 있다. 대부분 무뚝뚝하고 상대방이 웃으며 접근해도 퉁명스럽게 대응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회자되는 것과 달리 우리 민족은 사실 웃음에 꽤 후했다는 것이다.
젊은 학자 류정월이 펴낸 책 ‘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는 옛 문헌에 기록된 짤막한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우리 민족이 재치와 유머, 웃음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보여준다. 학문적으로는 해학, 풍자, 골계와 같은 개념으로 풀이되지만 이들을 달리 말하면 모두 ‘웃음’이 된다. 근엄함과 체면, 형식을 매우 중요시했던 양반계층에서도 실은 웃음이 빈번했다. 흥미로운 점은 옛날에도 ‘패러디’가 있었다는 것이다. 패러디는 웃음을 자아내는 유력한 방법이다.
웃음은 당대의 정치·경제·사회적 환경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옛사람들의 웃음을 다룬 이 책은 자연스레 웃음에 깃들어 있는 역사적 배경을 함께 설명한다. 따라서 단순히 옛사람의 웃음 방식과 정서에 그치지 않고 당대의 상황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데까지 나아간다.
시대가 다르니만큼 지금 읽으면 유치하고 ‘이게 왜 우습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부분이 많겠지만 장면 장면을 곰곰이 생각해본다면 거기에 내포돼 있는 맛과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