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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레전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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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한 몸매, 부족함이 없는 편의장치

[CAR]혼다 레전드 시승기

‘레전드’라고 하면 예전 대우자동차에서 생산한 ‘아카디아’를 떠올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대우자동차가 초기 ‘레전드’를 들여와 조립생산한 자동차가 바로 ‘아카디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 선보인 ‘레전드’는 4세대 모델로 과거 ‘아카디아’와는 어느 한구석 닮은 곳을 찾기 힘들다. 사실 이름만 그대로 이어받았을 뿐 전혀 다른 차라고 보아야 한다.

‘레전드’는 295마력 V6 VTEC 엔진(3500㏄)을 장착한 명실상부한 프리미엄 세단이지만 스포티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세단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각’을 잡아주는 게 보통인데 전체적으로 미끈하게 잘 빠진 모델을 연상시킨다. 앞에서 보면 날렵한 야수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인상이다. 배기량에 비해 차체가 조금 작아 보이는 데 디자인 때문으로 생각된다.
기사를 마감하고 ‘레전드’에 오른 시각은 대략 밤 12시 즈음. 길이 들지 않은 차를 처음으로, 그것도 한밤중에 모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일단 시동을 걸었다. ‘어코드’에서 이미 경험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혼다의 소음처리 기술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가벼운 시동은 주변의 정적을 전혀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정숙성면에서는 어디 내놓아도 비교대상이 없을 듯하다.

‘레전드’의 계기판은 밤 운전의 맛을 돋운다. 푸르스름한 간접조명이 운전자의 기분까지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마포를 가로질러 강변북로에 오르려다 공덕동 근처에서 샛길로 빠져 서강대교를 향했다. 도심의 대로보다 신호등이 많아 제동력을 시험하기에는 샛길이 편하다. 크게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브레이크를 밟아보기도 하고 치고 나가다가 갑자기 멈춰서는 급제동까지 다양하게 시험했다. 급제동을 해도 크게 쏠리지 않고 예상하는 위치에 부드럽게 멈춰서는 브레이크 성능이 믿음직했다.

서강대교 옆에서 강변북로에 오른 뒤에는 본격적으로 가속에 도전했다. 자동변속기에 수동기능을 가미해 추월할 때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다. 원하는 구간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깊게 밟아주면 웬만한 추월은 손쉽게 끝났다. 계기판의 속도를 수시로 확인하며 감속을 해야 할 정도로 힘이 넘쳤다. 엔진의 힘의 전체 바퀴에 고르게 전달되는 4륜구동 시스템 덕이다.

‘레전드’의 4륜구동 시스템은 코너링에서 제값을 한다. 앞과 뒤로 나누어 힘을 배분하는 일반적인 방식에서 한단계 더 발전한 ‘SH-AWD(Super Handling All-Wheel-Drive)’가 상황에 따라 뒷바퀴 좌우에 적절하게 힘을 배분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돕는다. 자동차가 왼쪽으로 급커브하는 상황이라면 오른쪽으로 쏠리는 차체를 감안해 오른쪽 뒷바퀴에 가장 많은 구동력을 배분하는 식이다. 그렇지만 약점도 있다. ‘SH-AWD’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횡단보도나 차선 표시를 바퀴가 타고 넘는 느낌까지 민감하게 전달된다.

‘레전드’는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종 편의장치도 수준급으로 갖췄다. 센터페시아에 위치한 LCD 모니터는 후진기어를 넣으면 자동으로 후방 카메라 화면으로 전환돼 주차 도우미로 변신한다. GPS 신호를 받아 어느 쪽에 햇볕이 많이 드는지 파악해서 에어컨 냉기를 더 보내주는 ‘센스’는 작은 감동마저 느끼게 한다.

<유병탁 기자 lum3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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