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

언제 누가 왜 ‘말씀’을 기록했나

윌리엄 슈니더윈드 지음, 박정연 옮김, 1만6500원

윌리엄 슈니더윈드 지음, 박정연 옮김, 1만6500원

성경은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비록 성경은 기독교 경전이지만 하나의 역사서로, 흥미로운 이야기책으로, 처세서로, 수많은 문학적 표현을 담고 있는 책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이런 까닭에 비단 기독교인뿐 아니라 일반인도 성경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이며 일부 지식인은 성경을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기도 한다.

알다시피 성경은 구약과 신약으로 나뉘어 있다. 구약은 주로 예수 그리스도 탄생 이전 이스라엘 민족의 삶과 이사야, 예레미야 등 선지자·예언자들의 말을 담고 있다.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그의 행적, 기독교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그런데 성경은 어떻게 책이 되었을까. 누가 기록했으며 그것들이 어떻게 하나로 묶여 오늘날 ‘성경’이 되었을까. 성경학을 연구하는 윌리엄 슈니더윈드 미 UCLA 교수는 고고학적인 증거, 역사와 언어학, 고대 이스라엘의 사회상 등을 토대로 이 의문을 풀어낸다.

성경은 ‘작자미상’이 허다하다. 신약은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가 기록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마저도 확실치는 않다. 더 큰 문제는 구약인데, 구약은 누가, 언제, 어떻게 기록했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슈니더윈드 역시 여러 연구를 종합해 추측해낼 뿐 섣불리 단정하지는 못한다.

저자의 주장 중 가장 핵심적인 대목은 성경의 기록시기다. 저자는 성경이 기원전 5세기~기원전 2세기에 기록되었다는 지금까지의 학설을 반박하면서 성경의 대부분이 기원전 7~8세기에 기록됐다고 주장한다. 널리 알려져 있는 학설보다 200~300년 앞서 기록되었다는 얘기다.

수많은 자료를 뒤적여본 끝에 기원전 7~8세기 유다왕국에서는 경제나 행정에서 글이 일상적으로 사용됐고 병사들을 포함해 서민까지 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한 저자는 당시 도시와 지방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종교개혁을 단행했는데 구술되던 성경의 기록화가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당시 유대인의 언어가 아랍어로 자리잡은 것도 성경의 기록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때 성경의 모든 것이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에스라기, 느헤미야기, 역대기, 신명기 등을 비롯해 주요 부분이 씌었다. 더 완벽한 틀을 갖춘 때는 침체된 유대문학이 다시 꽃피던 시대인 기원전 2세기였다. 이 시기에 다른 부분이 기록되어 ‘구약성경’을 이루게 된 것이다.

성경의 각 권 작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니더윈드 역시 작자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한다. 다만 이사야, 예레미야 같은 예언자들이 자신의 책을 썼으며 이후 성전의 제사장들이 중심이 되어 기록, 편집됐다고 말한다.

이 책이 단순히 ‘성경은 어떻게 기록되었는가’라는 물음에만 답한다면 흥미로울지언정 그다지 큰 의미를 갖지는 못할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성경의 기록화와 인류의 문명사적 전환을 결부시킨다는 점이다. 구술되던 성경이 기록된 것은 인류가 구술문화에서 문자문화로 이행하는 시기와 맞닿아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성경이 기록됨으로써 종교·문화적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구술되던 시기에는 선지자와 예언자들의 역할이 지대했던 반면 문자화된 이후에는 더 이상의 예언은 사족에 불과했다. 기록된 ‘말씀’의 의미와 그것을 가르칠 선생, 즉 랍비의 역할이 커진 것이다.
비록 이 책은 성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인류사를 함께 공부하는 데 손색이 없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요람 속의 과학자

아이의 행동엔 이유가 있다

앨리슨 고프닉 외 지음, 곽금주 옮김, 소소, 1만8000원

앨리슨 고프닉 외 지음, 곽금주 옮김, 소소, 1만8000원

여러 실험과 관찰을 통해 아기가 본능에 충실할 뿐이라는 주장이 잘못된 것임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아기도 쾌락과 통증을 느끼고 사물을 분별할 줄 안다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아기는 또한 의문을 품고 끊임없이 배우며 깨달아간다. 그런데 그 배우는 과정과 방법이 과학자와 같다면?

‘요람 속의 과학자’는 아기가 과학자가 하는 것과 같이 생각하고 학습한다는 것을 증명해내는 흥미로운 책이다. 3명의 공동저자는 모두 ‘인지과학’을 개척한 과학자다. 이들은 인간의 학습동기를 본능으로 간주한다. 이들은 아기의 시선, 몸짓, 목소리 등을 연구하고 분석해 아기도 예측하고 설명을 구하고 결론을 이끌어내며 때론 실험도 수행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기가 손으로 만져보고 입에 넣어보는 행동이 모두 실험이라 할 수 있다.
'
이들이 얻어낸 결과 중 재미있는 것 하나는 갓난아기는 원색으로 되어 있는 화사하고 부드러운 장난감보다는 모서리와 줄무늬에 더 관심을 갖고 집중한다는 것이다. 밝기, 재질, 색깔 등에서 뚜렷한 대조를 보이는 물체, 부분, 무늬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아기가 어른의 행동을 따라 한다는 것, 그 모방을 통해 자신이 속한 집단(가족, 공동체, 문화권 등)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배운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저자는 어른도 자기도 모르게 아기를 따라 한다고 말한다. 그 예로 아기의 입에 먹을 것을 떠넣어줄 때 엄마도 입을 벌린다는 것을 든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 엄마가 먹을 것을 넣어주기 위해 ‘아~’ 하고 벌리는 입은 입을 다물고 있는 아기가 그것을 보고 따라 하도록 유도하려는 행동이 아닐까. 아기를 보고 어른이 눈을 깜빡거리는 것도 아기의 웃음과 귀여운 표정을 보기 위한 의도가 강하다.

이 책은 그저 별 생각 없이 본능에 의존해 행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아기가 실제로는 놀라울 만큼 대단한 학습능력과 의지를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과학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이 말이다.

BOOK바로가기

주간경향 댓글 정책에 따라
이 기사에서는 댓글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미지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오늘을 생각한다
탄핵 이후 준비해야 할 것들
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