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조선 탄생
‘북조선식 사회주의’ 건설 과정

북조선 민주주의 민족통일전선 청사 앞 기념촬영. 1열 왼쪽 세번째부터 김책, 김일성, 김달현, 허정숙, 이강국.
국제사회에서(엄밀히 말하면 미국의 주도하에) ‘악의 축’으로 낙인찍힌 북한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한 나라인가. 김일성 정권은 엄혹했던 군사독재시절 우리가 배운 대로 김일성 개인의 야욕과 구소련의 정책이 합세해 숙청과 폭력으로 탄생한 독재정권인가. 전 세계는 물론이고 같은 민족이라고 말하는 우리조차 북한의 형성과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지난 군사독재정권의 감시와 통제의 영향이 크다.
냉전이 허물어진 이 시대, 북한 연구는 무척 자유로워졌다. 비록 북한을 직접 방문하는 일이 수월치는 않지만 관련 자료를 구하고 인공기를 들여다보며 당당히 북한을 연구할 수는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미국 컬럼비아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찰스 암스트롱의 ‘북조선 탄생’은 1945년부터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기까지 5년간 북한의 변화를 총체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5년간 북한에서 일어난 변화를 ‘북조선 혁명’으로 정의한 저자는 이 책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주장을 한다. 구소련의 영향이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구소련의 이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조선의 제반 여건에 맞게 바꿨다는 것, 즉 ‘조선의 소비에트화’가 아니라 ‘소비에트의 조선화’라는 것이다.

찰스 암스트롱 지음, 김열철, 이정우 옮김, 서해문집, 2만2000원
유교 전통과 민족주의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도 북한 사회주의의 특징이다. 이 점이 북한 사회주의와 여타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차이점이다. 북한 인민들에게 남아 있는 유교적 관점, 북한의 주체사상 등이 이와 관련된다. 저자가 북한의 사회주의자들을 진정한 사회주의자가 아닌 ‘급진 민족주의자’라고 하는 것이나 ‘민족이 혁명의 본질적인 주체로서 노동계급을 대체했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가지 특징을 요약 정리하자면 북한 사회주의는 토착성, 내부적 역동성이 매우 강한 ‘북조선식 사회주의’다. 이런 까닭에 북한은 위기와 비상상황에서도 국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이 책은 우리가 모르고 있던, 혹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북한의 탄생과정을 면밀하게 보여준다. 지금껏 접근이 용이하지 않던 분야까지 ‘북조선 혁명’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렇지만 저자가 북한의 정권과 사회주의의 탄생과정, 그것의 의미가 그렇다는 것일 뿐 그것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북한의 정권이 “위험하며 비난받을 만한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
김춘추 외교의 승부사
통일신라 주역의 국제 처세술

박순교 지음, 푸른역사, 1만5000원
최근 우리 고대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KBS, MBC, SBS, 방송 3사가 고대사를 다루는 드라마를 편성했거나 편성할 예정이라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더욱이 이들 드라마의 시청률은 높다.
우리의 관심은 고구려에 쏠려 있다. 방송 3사의 드라마의 초점도 모두 고구려에 맞춰져 있다. 갈수록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중국의 동북공정, 만주땅을 향한 애정과 안타까움,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남북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그러나 고구려, 백제, 신라로 나뉘어 있던 한반도를 통일한 국가는 신라였다. 비록 나당연합으로 이뤄냈다는 사실, 만주땅을 바라보며 포효하는 호랑이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영토를 떼어주었다는 사실 때문에 큰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지만 어쨌든 신라는 여러 국가로 분리돼 있던 한반도를 최초로 통일한 국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신라의 무열왕 김춘추가 있다.
‘김춘추 외교의 승부사’의 저자 박순교 연구원(정신문화연구원)은 현재 신라와 김춘추를 외면하고 고구려와 고구려의 영웅(주몽, 연개소문, 광개토대왕)에 편중돼 있는 관심을 섭섭해하며 김춘추를 이야기한다. 박사학위 역시 김춘추에 대한 내용(‘김춘추의 집권과정 연구’)인 저자는 이 책에서 김춘추와 일반인이 잘 모르는 김춘추의 주변인물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일단 풍부한 사료를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사료만으로 부족한 부분은 저자의 상상력에서 비롯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턱대고 새로운 인물을 창조하거나 있지도 않은 사건을 꾸며내지는 않았다. 사료에 잠깐 언급된 것을 당시 정황을 기반으로 해 재구성해낸 것이다. 최근 트렌드로 말하면 일종의 ‘팩션’인 셈이다.
저자가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김춘추의 외교력이다. 백제의 거센 공격을 받고 신라가 휘청거리는 위기상황에서 김춘추는 고구려와 당을 상대로 멋진 외교력을 뽐냈다. 김춘추의 외교력은 결국 ‘통일신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 소외받고 있는 김춘추의 활약상을 재미있게 보여준 이 책은 이런저런 문제를 둘러싸고 국제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외교력에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