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비밀의 뚜껑’ 이번엔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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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대법원 ‘살충제 논란’ 일자 성분 공개 명령… 120년 제조비법 베일 벗을지 주목

인도 아마다바드의 한 대학 구내에서 학생들이 살충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코카콜라의 광고판을 끌어내리고 있다.

인도 아마다바드의 한 대학 구내에서 학생들이 살충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코카콜라의 광고판을 끌어내리고 있다.

세계 최고의 청량음료 제조회사인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10억 인구를 가진 거대 시장 인도에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120년간 숨겨왔던 콜라 제조비법을 공개하지 않을 경우 이들은 인도 정부의 명령에 따라 인도 시장에서 더 이상 제품을 팔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인도 대법원이 지난 4일 이들 회사에 4주 안에 콜라에 함유된 성분을 공개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 조치는 인도 환경단체 `‘과학환경센터(CSE)’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인도에서 생산되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제품에 살충제 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CSE는 보고서에서 25개 인도 공장에서 생산된 11개 음료 브랜드의 샘플을 채취해 농약 잔류 성분을 검사한 결과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서 제조한 청량음료의 살충제 잔류량이 인도의 법적 기준을 평균 24배 초과했다고 밝혔다. 수니타 나라인 CSE 국장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판매하는 음료수 11종은 3~5개 농약을 섞은 ‘칵테일’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살충제 보고서 발표 이후 불매운동

보고서는 또 2003년 조사에 비해 펩시콜라의 살충제 성분은 30배 이상 증가했고, 코카콜라는 25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CSE는 이 보고서 결과를 토대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11개 제품에 대해서 판매 중지를 요청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이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이들은 “인도에서 생산되는 모든 음료는 철저히 국제기준을 따르고 있다”고 주장하며 살충제가 들어 있다는 보고서 내용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인도 전역에서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를 비난하는 시위가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불매운동도 전개됐다. 또 대법원의 결정 직후 인도의 주정부들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미 라자스탄주와 펀자브주가 콜라 판매중지를 발표했으며 구자라트주와 중부 메드햐 프라데시 지역에서는 공공학교 수백 군데에서 이들 회사가 만든 콜라와 청량음료를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인도 정치권도 전국에 걸쳐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즉각적인 판매 금지를 요구하고 있어 사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에 대한` ‘살충제 논란’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에도 CSE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인도 현지 생산공장들이 오염된 지하수를 제대로 정수하지 않고 제품을 만드는 바람에 이들 회사의 제품에서 국제기준을 초과하는 살충제가 검출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파문이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살충제가 과연 포함됐는지 여부보다 대법원 명령에 따라 그동안 철저히 베일에 가려졌던 콜라 제조비법이 공개될 수 있을지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히데라바드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동물을 위해 만든 것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며 말에게 콜라를 먹이고 있다.

인도 히데라바드에서 분노한 시민들이 코카콜라와 펩시콜라는 동물을 위해 만든 것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며 말에게 콜라를 먹이고 있다.

지난 5월 탄생 120주년을 맞은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다. 코카콜라는 해마다 발표되는 기업 브랜드 가치 조사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초거대 기업이며 미국을 상징하는 음료로 널리 인식돼 있다. 상표가 가지는 가치만 100조 원에 달하는 코카콜라는 `‘입이 있는 곳은 어디라도 간다’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철저하게 현지에서 생산하고 유통·판매까지 책임지는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세계의 입맛을 길들였다. 전세계 200여 개국에서 팔리는 코카콜라의 양은 하루 10억 병, 초당 소비량은 8000병이다. 그러나 콜라 제조비법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다. 철저히 현지 생산 방침이지만 원액은 항상 본사에서 공급한다.

코카콜라는 1886년 미국 남부 조지아주의 애틀랜타에서 약사인 존 펨버턴 박사가 만들었다. 물에 설탕과 코카 잎, 콜라 콩을 섞어 만들어낸 것이다. 이 달콤하고 톡 쏘는 액체는 1886년 5월 8일에 일반에 처음 판매되기 시작했다. 애틀랜타의 제이콥스 약국이 코카콜라를 처음 판매한 점포로 기록돼 있다.

코카콜라는 처음에는 뇌 기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는 음료로 알려졌다. 코카콜라에 함유된 카페인이 각성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머리를 맑게 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인기를 얻었다. 초기에 만들어진 코카콜라에는 마약 성분인 코카인이 소량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1920년대 코카 잎을 가공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코카인 성분을 완벽히 제거할 수 있게 돼 이후 제조된 콜라에는 코카인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비법 유출 막으려 특허출원도 회피

‘7X’로 불리는 코카콜라의 제조비법은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지금까지 비밀이다. 제조법을 적은 문서가 애틀랜타에 있는 코카콜라 본사의 금고에 저장돼 있고 이 문서를 열람하려면 이사회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 제조비법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특허 출원도 하지 않고 있다. 제조법을 아는 사람은 회사 내에서도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극소수이며 이들은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제조 공식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코카콜라의 맛은 120년 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한때 코카콜라가 새로운 세대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맛을 약간 변형시킨‘뉴 코크’를 내놓은 적이 있었다. 1984년에 나온 이 신상품은 기존 코카콜라의 맛에 길든 세계 애호가들로부터 외면받았고 결국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한 `‘뉴 코크’는 사라졌다. 그리고 예전 제조법 그대로 만든 콜라가 `‘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재등장했다. 이 때문에 ‘코카콜라’는 제조회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전 세계인의 공공재산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코카콜라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측은 이번 사태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2003년 살충제 파동 때 판매량이 11%나 급감한 경험이 있어 이번에도 그 이상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이 순순히 제조비법을 공개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인도 청량음료 시장의 85%를 점유하고 있는 이들이 판매에 타격을 입겠지만 엄격하게 지켜온 제조비밀을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만약 공장 주변의 농경지에서 사용한 농약이 지하수를 오염시켜 제품에 포함된 것으로 밝혀질 경우 인도 정부의 압력과 매출 감소를 무릅쓰면서도 공개하지 않은 제조비법에 대한 신비감은 더욱 커질 수도 있다.

<유신모/국제부 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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