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체험학습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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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상담가는 시행착오를 줄여주는 미래설계 동반자

피서지에서도 값싸고 알차게 자녀교육을 할 수 있다.

피서지에서도 값싸고 알차게 자녀교육을 할 수 있다.

가까이 지내는 가족들이 함께 강화도 근처 섬으로 여름휴가를 갔다. 외포리에서 배로 1시간 걸리는 볼음도인데, 중학교에 학생과 선생이 각각 세 명씩인 정말 외롭고 고요한 섬이다. 2박3일 여행에 회비는 뱃삯을 포함해 한 사람당 3만 원이다. 여름휴가비로 20만 원을 정해 두었는데, 다섯 식구니까 15만 원이 들어 예산을 넘지 않았다. 강화 본섬보다 갯벌 경사가 완만하고, 모래사장이 넓어 좋았다. 또 물도 맑아 아이들이 헤엄치며 놀기 좋았다. 우리나라가 세계에 내 놓을 만한 볼거리 가운데 첫째는 갯벌 아닐까. 천연기념물 저어새를 비롯한 희귀 새들도 사는 곳이 바로 이 갯벌이다.

더 많이 들고, 효과 없이 새는 돈 강화군에서 세면장과 화장실을 만들어 놓았는데, 관리가 조금 부실한 게 흠이었다.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는 물 나오는 자동세척기 6개 모두 고장이었다. 건전지가 모두 방전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드라이버를 빌려 자동세척기함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건전지 방식이 아니라 전기방식이었다. 퓨즈 상태를 보니 모두 정상이다. 그런데 우연히 하나는 작동이 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이렇게 규칙성이 없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다.

서비스센터 전화번호가 있기에 전화를 해보았는데, 서울로 가져오라며 센서가 망가졌으면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같이 간 친구가 한마디 한다. “이렇게 관리가 어려운 곳은 차라리 수동식 세척기를 설치하는 게 좋은데….” 군 예산을 들여 하다 보니 실정에 맞게 설계하지 않고 무조건 최신품으로 해서 그런 거 아니겠냐는 뜻이다. 돈은 더 많이 들이고, 효과는 없고. 우리가 가정재무상담에서 말하는 ‘새는 돈’이 바로 이런 것이다.

“이모, 우리 반에서 트럭 타본 사람은 나뿐이다!” 부두에서 야영장까지 오면서 트럭을 탔는데, 서울에서 온 초등학교 2학년짜리 조카가 이모에게 자랑스럽게 한 말이다. 다음날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넓게 펼쳐진 갯벌에 나가, 트랙터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이 꼬마들에게는 얼마나 신기한 일이었을까. 갯벌에 차가 다니니 말이다. 서울 가서 친구에게 해줄 말이 정말 많겠다.

물이 들어왔을 때 여자아이들은 헤엄치기를 했다. 어른들은 얕은 곳에서 모시조개를 잡고 있는데, 일행에서 떨어진 한 남자아이가 옆에서 자꾸 물장난을 친다. “정무야, 모시조개 잡아봤니?” 호기심을 자극한 뒤 단춧구멍만한 구멍 두 개가 가까이 붙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손가락을 이렇게 넣어봐.” 손가락을 2~3㎝쯤 가만히 쑤시면 거기에 밤톨 만하고 까만 모시조개가 걸린다. 잡는 방법을 아니까 녀석은 신이 나서 스스로 모시조개 구멍을 찾아 나섰다.

아빠, 사인은 왜 배워? 중학교 1학년인 둘째는 과학고에서 하는 캠프에 다녀오느라 둘째 날 도착했다. “아빠, 사인이 뭐야?” 텐트 앞에 앉아 있는데 불쑥 질문을 던진다. ‘음, 녀석이 ‘g’가 묵음인 걸 잘 모르는군.’ 또박또박 스펠링을 불러주는데, 그게 아니란다. 수학에 나오는 사인(sin)을 말하는 거다. 과학고 캠프에서 문제를 다르게 풀긴 했는데, 그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실력을 되살리며 직각삼각형을 그려 열심히 설명해 줬다.

“근데, 이런 거 왜 배워?” 뜻하지 않은 질문에 당황했다. 순간 텐트 앞 저쪽에 높이 솟은 소나무가 보였다. “소나무 높이에 올라가서 재려면 힘들잖아~. 여기서부터 소나무 밑까지 길이를 재고, 소나무 끝을 올려다 본 각도를 알면 아까 말한 탄젠트(tan)를 이용해서 높이를 알 수 있지.” 녀석은 의문이 풀렸다는 듯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그림자를 이용해서 알 수도 있는데….”

아이들 교육에서도 그렇고 어른들의 재무설계에서도 ‘왜’라는 질문은 중요하다. 포도에셋 교육자문위원인 황치혁 원장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을 왜 배워야 하는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무상담사들도 가장 신경을 쓰는 대목이 바로 이 지점이다. “부부가 생각하는 앞으로 돈 쓸 일은 언제, 어떤 것들이죠?” 언제 얼마만큼의 돈이 필요한지, 또 그걸 부부가 함께 상의해서 뜻을 같이 한 건지가 중요하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자발적 동기를 잘 들으며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재무상담사들도 고객의 동기나 뜻을 잘 들으며 점검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부모 중 상당수가 자녀들이 뚜렷이 뭘 하고 싶다는 게 없어서 걱정이라고 호소한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신의 뜻을 세워나가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 탓이 크다. ‘꽃들에게 희망을’에 나오는 애벌레들처럼, 왜 가야 하는지도 모른 채 계속 높은 곳으로만 달려온 탓이다.

재무상담사는 스스로 깨닫게 하는 도우미 이런 현상은 가정경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상담을 받는 대다수 고객은 늘 수입과 재산이 적어 하고픈 것을 충분히 못한다고만 생각하지, 자신이 정말 무엇을 바라는지를 충분히 확신하고 있지 않다. 그래서 유능한 재무상담사는 금융해법을 설명하기보다 먼저 고객이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말하게 함으로써 자신의 재무목표를 찾아나가게 한다.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이진희 선생은 고객수기에서 이렇게 고백한다. ‘상담 진행과정에 남편과 통장을 통합하여 관리하게 되었으며, 미래에 대해 상의하는 시간을 처음으로 가졌다.’ 물론 재무상담사 없이도 부부가 함께 미래를 상의할 수 있지만, 재무상담사란 매개자가 있을 때 좀 더 자연스럽게 잘 되지 않을까. 아이에게도 부모나 교사가 그런 매개자 구실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자각과정을 거쳐 아이나 고객은 스스로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실천할 힘을 얻는다. 위 고객은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 가족이 저축할 수 있을까 고민이었지만, 상담 후에는 뭔가 희망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점이 고객과 재무상담사간의 믿음이다. 아이와 부모(교사) 관계도 마찬가지다. ‘믿으면 이해된다.’는 종교논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이해보다 앞서야 할 것은 믿음이다. 재무상담사, 부모, 교사가 ‘나’를 위해 있다는 믿음 말이다. 믿음은 좋아함과 통하고 존경으로 연결된다.

20년 전 영등포 방직공장에 취직하려던 한 여성노동자 얘기가 떠오른다. 면접관이 물었다.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지?” 딱히 존경하는 인물이 없던 그녀는 입을 떼지 못했다. 답답했던지 면접관이 다시 물었다. “에디슨이나 링컨 같은 존경하는 사람 없어?” 형식적인 질문이었을 텐데 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 “저는 울 아빠를 제일 존경합니다.” 에디슨이나 링컨은 자기와 관련도 없는데, 아빠는 자기를 먹여주고 키워주고 함께 살지 않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면접에서 떨어졌다.

좋아하는 사람, 믿는 사람, 존경하는 사람 좋아하고, 믿고, 존경하는 사람의 말은 쉽게 이해가 되고 오래 여운을 남긴다. 어릴 적 수레에서 이삿짐을 내릴 때 바깥쪽 것을 먼저 옮기지 않고 안쪽 큰 짐을 먼저 내리는 아버지의 행동이 의아했다. “큰 짐을 먼저 갖다놓아야 짐정리가 빨리 되는 거야.” 믿는 아버지가 하신 말을 ‘왜’라는 문제의식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에 그 교훈은 내게 오래도록 남아 있다.

하루에 두 번 어김없이 밀물이 닥친다는 엄연한 자연법칙을 몸으로 느낀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야영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외포리에 도착해서 자장면을 먹은 다음 하나를 더 보여주었다. 남은 회비를 수재민 돕기 성금으로 보내기로 했다. 어린 시절 진정 배워야 할 것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자연법칙과 절도 있는 생활습관 아닐까.

이광구<포도에셋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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