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SUV 중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는 현대차의 싼타페.
지난 7월 한 달 동안 국내 자동차업계의 실적이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KAMA)가 8월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업계의 7월 실적은 생산, 내수, 수출에서 모두 전년 동월 대비 크게 감소했다. 특히 생산은 18만8000대를 기록해 2003년 7월 이후 2년11개월 만에 가장 저조했다.
장마와 여름 휴가철을 맞는 7월은 보통 ‘비수기’로 통하지만 올해에는 현대, 기아, GM대우 등의 부분파업으로 인한 출고 지연,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유류비 상승 지속 등이 겹치면서 내수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한국자동차공업협회는 분석했다. 그러나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심리 위축과 유류비 상승 지속이 그다지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파업으로 인해 출고가 지연된 경우는 현대차의 신형 아반떼가 가장 대표적이다. 2006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선보인 직후 생산·판매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던 신형 아반떼는 그러나 생산라인 재배치 문제에 따른 노사간 협상이 지연되면서 생산·판매가 늦어졌다. 노사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뒤늦게 생산·판매에 들어가긴 했지만 이미 불만이 쌓인 고객들의 계약 취소가 잇따르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실적 부진에 대해 현대차측은 “각 모델의 인기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 파업 때문에 생산을 못해 발생한 결과”라며 “현재 계약된 대수가 많고 하반기에는 별도의 마케팅 계획도 있어 실적을 곧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와 비교해 실적이 감소했다. 비록 뉴오피러스가 현대차의 에쿠스와 쌍용차의 체어맨을 제치고 2개월 연속 대형차 판매 1위를 달성하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차종의 판매가 부진했다.
반면 GM대우와 르노삼성은 오히려 실적이 증가했다. 특히 GM대우는 군산·창원공장이 부분파업을 했지만 전년 동월 대비 생산(22.8%), 내수(37.3%), 수출(17.7%)이 모두 증가해 국내의 5개 자동차업체 중 가장 두드러진 실적을 보였다. GM대우는 7월 한 달 동안 총 13만6554대(수출 12만5011대, 내수 1만1543대)를 판매해 회사 출범 이후 월별 최다 판매를 기록했으며 월별 실적에서 현대차를 누르고 사상 첫 1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GM대우의 쾌거는 이른바 ‘신차효과’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초(1월 18일) 선보인 토스카의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7월 1일 공개된 윈스톰은 7월 한 달간 2916대가 판매돼 3250대가 판매된 현대차의 싼타페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런 결과에 대해 GM대우 측은 “윈스톰의 인기도 큰 몫을 차지했지만 현대차의 파업이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액티언스포츠와 뉴체어맨을 발표했던 쌍용차는 생산과 내수에서 모두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특히 수출에서는 무려 마이너스 72.3%를 기록했다.
폭스바겐, 재규어, 포드 등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볼 때, 비록 현대차의 파업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국내 자동차업체의 실적 부진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KAMA의 구희철 과장은 “당초 계획했던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하반기에는 자동차업체들의 마케팅강화 등으로 실적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형도 기자 lhd@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