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는 ‘아프리카의 화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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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정부와 이슬람군벌 대립 상황에 ‘외세 개입’으로 국제전 암운

중동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그 남쪽 동부아프리카에서도 국제분쟁의 암운이 짙어지고 있다. 이슬람군벌이 사실상 패권을 장악해 소말리아의 오랜 내전에 종지부를 찍는가 했더니 인접국 에티오피아가 군사적으로 개입해 분쟁이 국제적인 규모로 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말리아 사태는 이슬람 원리주의 군벌과 유엔으로부터 법통을 이어받은 과도정부를 한 축으로, 여기에 에티오피아가 과도정부에 힘을 보탠 구도로 전개되게 됐다. 소말리아와 에티오피아는 이슬람과 기독교로 서로 종교가 달라 종교분쟁 성격도 갖고 있다.

에티오피아 개입 에티오피아 군병력이 7월 20일 소말리아에 진입했다고 BBC방송 등 외신이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군병력은 이날 100여 대 군트럭 등에 분승해 소말리아 국경 너머로 진입, 압둘라히 유수프 대통령이 이끄는 소말리아 과도정부가 주재하는 바이도아에 도착했다.

유수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에티오피아 정부는 자국 군대가 소말리아에 진입했다는 보도를 부인했으나 BBC방송은 자사 기자가 바이도아에서 에티오피아 군복을 입은 병력을 직접 목격했다고 전했다. AP통신도 목격자들을 인용해 에티오피아 부대가 미소를 지으며 수도 모가디슈에서 북서쪽으로 240㎞ 떨어진 바이도아에 진입했으며 유수프 대통령 저택 인근에 임시기지를 설치했다고 보도했다. 에티오피아 병력은 이어 유수프 대통령 저택에 이르는 도로에서 주민들을 소개시켰다고 AP는 덧붙였다. 진입한 에티오피아 병력의 정확한 규모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2000~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가디슈를 장악한 이슬람군벌은 19일 바이도아에서 불과 60㎞ 떨어진 부르하카나에 민병대를 배치했다. 유엔에 의해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과도정부는 깜짝 놀라 야간 통행금지 조치와 함께 비상경계태세에 돌입했다.

이같은 상황이 전개되자 에티오피아 공보부 장관 베르한 하일루는 군병력 투입에 앞서 “소말리아 과도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이어 실제로 병력을 진주시켰다. 이슬람군벌측은 에티오피아 군병력 진입에 대해 ‘성전(聖戰)’을 맹세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에티오피아 병력 진입은 7월 22일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과도정부와 이슬람군벌 간의 평화협상을 앞두고 발생한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에티오피아는 1978년 소말리아와 국경분쟁을 겪은 데 이어 93년과 96년에도 소말리아에 신정(神政)통치를 구현하려는 이슬람세력에 맞서 병력을 파견한 바 있다.

에티오피아 왜 개입했나 지난 15년 동안 지속된 소말리아 내전은 이슬람군벌이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함으로써 어떤 형태로든 대단원을 향해 치닫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좋은 방식이든 나쁜 방식이든 이런 내부적인 결말은 에티오피라는 외부변수가 끼어들면서 또 다시 유보됐다. 소말리아를 둘러싼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

분석가들은 에티오피아가 소말리아 국경을 넘어선 이유로 우선 유엔으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고 있는 유수프 대통령이 이끄는 과도정부를 지원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내세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유수프 과도정부는 2004년 하반기에 유엔과 아프리카연합(AU)의 중재하에 에티오피아의 지원을 받아 출범했다. 태생적으로 에티오피아가 후견인이다. 과도정부는 이슬람군벌의 신정(神政)통치주의와 선을 긋고 있다. 이로 인해 종교법인 샤리아법에 기반을 둔 정부를 설립하려는 이슬람군벌과 냉랭한 관계를 유지했다.

특히 6월 22일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과도정부와 이슬람군벌 대표단이 협상을 갖고 상호 실체 인정과 적대행위 중단 및 향후 협상 재개 등에 합의했으나 이슬람측은 곧바로 과도정부 장악 지역을 포함한 소말리아 전국을 지배하겠다고 선언, 과도정부를 자극했다.

과도정부는 수도 모가디슈에서 북서쪽으로 240㎞ 떨어진 바이도아만을 겨우 영향력 아래 두고 있다. 과도정부는 이슬람군벌이 지난 2월부터 다른 부족 중심 군벌 세력과 교전을 벌여 모가디슈를 완전히 차지한 데 이어 세력권을 넓히자 대응책으로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의 파병을 요청했다.

이번에 에티오피아 병력이 전격 진입한 것은 이슬람군벌이 과도정부마저 제압하면 소말리아 내에 급진 이슬람세력이 패권을 차지할 것을 우려해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솔직하게는 인접국에 강력한 정권이 들어서는 것보다는 분열돼 있는 것이 내심 더 낫기 때문이다.

순망치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에티오피아는 1978년 소말리아로부터 침입을 당한 경험이 있다. 소말리아계 주민이 다수 살고 있는 에티오피아 오가덴 지역을 통합하겠다며 소말리아군이 침공한 것. 당시 소말리아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에티오피아는 소말리아 정국상황을 면밀히 관찰해왔으며 필요하면 군사적으로도 개입했다.

양국간 이질적인 종교도 지정학적 요인 못지않은 변수다. 기독교의 한 분파인 에티오피아정파가 전체 국민의 50%를 차지하는 에티오피아에 비해 소말리아는 거의 전 국민이 이슬람교도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극한 대치양상으로 발전할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양국간에 영토·종교가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에티오피아군 병력 진주는 양국 국민에게 상반된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우선 에티오피아 입장에서는 선린우호 및 자위권 발동이란 명분을 갖는다. 자위권은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을 침공하면서 내세운 이유과 비슷하다.

소말리아 국민으로서는 명분이 어떻든 외세 개입이기 때문에 에티오피아 개입이 불쾌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정서적으로는 에티오피아 오가덴을 탈환해야 한다고 믿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에티오피아 군대가 소말리아에 들어와 있는 상황이어서 ‘반에티오피아’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슬람군벌로서는 ‘성전(聖戰)’을 선포하며 강력 반발할 수 있는 배경과 명분을 모두 갖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소말리아 사태는 앞으로 점점 더 꼬이게 됐다. 당장 22일로 예정된 과도정부와 이슬람군벌 간 협상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록 유엔으로부터 합법성을 인정받고 있기는 하지만 과도정부의 입지는 더욱 약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자위 능력을 갖추지 못한 과도정부가 외세를 끌어들여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모습이 시간이 갈수록 정통성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슬람군벌을 중심으로 한 소말리아 병력과 에티오피아 부대가 향후 전투를 벌이면 내전은 국제전으로 확산된다. 소말리아 국민의 고통이 깊어지는 것은 물론이며 동부 아프리카의 지역 안정도 흔들리게 된다.

<국제부/안치용 기자 ahn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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