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대표하는 향토기업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의 ‘나눔경영’ 이야기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세정그룹은 다각화된 사업영역을 통해 지역발전과 경제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13개 관계회사와 6000여 명에 이르는 종업원. 향토기업으로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타이틀’이다. 그것도 패션·유통·건설은 물론 IT 및 교육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각화된 사업을 통해 지역을 뛰어넘어 국내 경제 전반에 미약하나마 두루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은 실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표적 남성정장 브랜드 ‘인디안’ 신화창조를 일궈낸 세정그룹(회장 박순호·60)은 1974년 부산에서 문을 연 이래 지금껏 3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지역과 국내 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최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의 이른바 ‘면죄부식 사회기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세정이 펼쳐온 사회공헌활동은 순수하고 꾸준하다. 그동안 세정이 펼쳤던 사회봉사는 어느 특정시기부터 시작되었다기보다 지난 32년간 지속적으로 펼쳐져 왔다. 지난 남아시아 지진해일 이재민 구호를 위해 대한적십자사에 7억4000만 원에 이르는 성금과 성품을 기탁한 것을 비롯해 매월 유니세프와 국제기아대책기구 등에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장애우복지시설과 노인복지시설인 ‘오순절 평화의 마을’도 15년째 후원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나눔의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박순호 회장은 “우리 세정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어려운 이웃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전반적인 복지 증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성숙한 기업의 자세를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며 “언론이나 국민들의 시선을 의식한 기부행위나 사회봉사활동은 이제 근절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객중심 마케팅으로의 대전환에 나선 세정 직원들에게는 단 1초의 시간도 아쉽게 느껴진다.
패션에서 교육까지 6000여 명 종사
세정은 ‘사원 개개인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경영방침 아래 사원들에 대한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한편, 지역 내 대학들과 연계해 산학협동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패션인력을 중심으로 인재양성을 위한 노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세정인력개발원’(경남 양산 소재)과 ‘사이버 연수원’을 개원함으로써 교육인프라 조성에도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리후생을 대폭 확충하고 성과 공유와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는 등 사원들과 경영 성과를 나눔으로써 기업이윤의 분배를 통한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도 힘쓰고 있다. 결국 이러한 사측의 노력과 실천은 지방 향토기업으로서 모범적인 노사화합과 신뢰로 이어지고 있으며, 설립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도 발생하지 않아 다른 중소·대기업들에 귀감이 되고 있다.
세정은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 결과를 생산과 유통에 반영하기 위해 40여억 원 가량을 과감히 투자해 업계 최초로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나섰다. 이를 통해 고객 중심 마케팅 체제로의 대전환이라 불리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경영’ 성과를 달성해냈다.
설립 이후 노사분규 한 차례도 없어
특히 150만 명이 넘는 고객 정보를 세정의 고유 ‘DBMS(Database Marketing System)’에 의해 처리, 고객의 니즈(Needs)를 분석하고 과학적인 전략을 모색하는 데 사용하고 있으며, 1995년에는 물류경쟁력 확보를 위해 50여억 원을 투입, 국내 최초로 첨단 자동화 물류시스템을 구축하는 성과도 이뤄낸 바 있다.
200억 원 가량을 추가로 투자해 제2, 제3 물류센터를 신축하고 올해 경기도 여주지역에 대지면적 2만 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신축하는 등 신속하고 정확한 물류시스템 구축을 통해 고객지향적인 인프라 조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
박 회장이 말하는 ‘인디안 신화’
“도전적으로 뛰어드니 위기가 도망갔어요”
![[영남]‘인디안 신화’는 계속 이어진다](https://img.khan.co.kr/newsmaker/679/nam1-2.jpg)
어려서부터 옷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하는 박순호 회장. 그는 옷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고향인 경남 함안을 떠나 마산을 거쳐 부산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인디안 티셔츠’였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제품을 만들 때 ‘내 혼을 심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박 회장의 경영 마인드는 결국 ‘인디안’을 오늘날 세정의 대표 브랜드로 만들어냈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패션 브랜드의 하나로 우뚝 서게 만들었다.
물론 박 회장에게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큰 위기와 어려움이 수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매순간 정확한 분석과 적절한 대응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갔으며, 시기마다 도전적으로 뛰어든 것이 지금까지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주효했다고 그는 전했다. “생각해보면 위기와 굴곡의 변곡점에서 운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단지 그냥 지나칠 운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로 도전정신을 발휘했던 것이 지금의 나 자신과 세정을 만들어낸 것 같다”
박 회장은 요즘 쉽게 절망하고 정신적으로 나약해진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뿐만 아니라 불굴의 도전정신과 젊은이만의 패기를 갖춰줄 것을 당부했다. 또 기회는 결코 노력하지 않은 자에게는 찾아오지 않으며, 도전적이지 못한 사람은 위기와 절망의 굴레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부산·울산·경남본부/양병하 기자 yb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