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샤댐 완공 ‘治水平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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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수력발전 프로젝트로 환경재앙 위험성 늘고 고향 잃은 이주민 대거 발생

예부터 치수(治水)사업은 제왕의 국가운영능력을 판단하는 주요한 기준이었다. 중국 신화에서 가장 태평성대한 시대였던 요순시대에 이어 하(夏)왕조를 연 우(禹)임금은 물길을 터서 치수사업을 완성한 것으로 이름이 높다. 농업 위주의 동아시아에서 치수는 곡식의 생산량 및 나라의 기반인 농민들의 생활 안정과 직결됐기 때문이었다.

치수사업에 민감한 중국에는 2만2000여 개의 댐이 있다. 그러나 오는 20일 완공을 앞둔 싼샤댐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를 통틀어 가장 경이적인 치수사업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첫 삽을 뜬 지 13년 만에, 예정보다 9개월 빨리 완공되는 싼샤댐은 모든 면에서 세계 최대규모다. 높이만 185m, 제방 길이만 2309m다. 최대 저수량은 390억t으로 1일 발전량은 1800만㎾에 달한다.

싼샤(三峽)는 본래 양쯔강 중상류의 이창(宜昌) 근처에 있는 세 협곡, 취탕샤(瞿塘峽), 우샤(巫峽), 시링샤(西陵峽)를 이른다. 예부터 장강삼협으로 불리며 뛰어난 절경 때문에 두보와 이백, 소식 등 중국의 문인들이 시를 지어 예찬했던 곳이다. 위·촉·오 삼국이 각축전을 벌이던 적벽대전의 배경이며 현재는 10원짜리 중국 인민폐에도 묘사돼 있다.

양쯔강 정화능력 감소 우려

싼샤에 댐을 건설하자는 논의는 홍수범람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피해를 줄이기 위해 시작됐다. 20세기만 해도 1931년과 35년 54년에 일어난 홍수로 총 22만 명이 사망했다. 20세기 초 쑨원을 비롯해 저우언라이와 덩샤오핑에 의해 논의되던 댐 건설계획은 정치 불안정과 자금력 부족으로 흐지부지되다가 1992년 덩샤오핑의 독려에 힘입어 드디어 건설계획이 승인돼 93년 12월 착공됐다.

중국정부는 댐건설을 통해 홍수통제뿐 아니라 부족한 에너지를 수력발전으로 보충하고 상하이(上海)에서 충칭(重慶)에 이르는 물길을 따라 수운(水運)을 활성화시켜 낙후된 서부지역을 발전시키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싼샤댐은 서부대개발 프로젝트 중 서부에서 생산한 전기를 동부에 전송한다는 이른바 ‘서전동송(西電東送)’ 프로그램의 하나다. 싼샤댐의 1일 발전량은 1820만㎾로 우리나라 소양강댐의 14배에 달한다.

그러나 싼샤댐의 이면에는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지난달 댐 완공을 앞두고 중국정부는 댐건설로 10년 주기로 일어나는 홍수가 앞으로는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이로 인한 환경재앙의 파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중반부터 물이 저장되면서 이 지역에는 안개가 끼는 날이 많아졌다.

또 중국 학자들은 연간 10억t 가량의 오염물질이 인공호로 유입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싼샤댐의 인공호의 수질에 관한 연구로 지난달 말 중국 정부가 수여하는 환경보호상을 수상한 인민해방군 제3병원 환경위생연구소의 슈 웨이춘 교수는 인공호수에서 유기오염물질 총 101종을 발견했다. 그는 “호수에 물이 저장되기 시작하면 양쯔강의 유량이 줄어들어 강의 정화능력이 감소되는 결과가 올 것”이라며 “수질오염으로 310만여 명이 거주하는 인공호 주변지역이 ‘생태 및 공공보건 위험 지역’이 된다”고 중국 ‘비즈니스 타임스’에 밝혔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2003년 담수화가 시작되면서 인공호와 접한 각 현에 수질개선을 위한 발전소 건설을 위해 40억 위안(5억 달러)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슈 교수는 “현재까지 인공호에 유입된 오염된 물의 20%만 수질개선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댐 완공으로 인한 양쯔강 중하류의 유속 저하도 지적된다. 유속이 저하되면 퇴적물이 쌓여서 수운을 통한 물자교류가 힘들어지고 하천바닥이 높아져서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양쯔강 유역 거주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싼샤댐으로 인한 환경재앙의 피해자다. 서해에 유입되는 양쯔강의 담수량이 10% 가량 줄어들면 염분농도가 증가해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며 중국의 공업화로 인한 오염물질까지 급증해 서해가 사해(死海)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수몰로 발생하는 이주민 문제도 크다. 중국정부는 지난 8일 올해 안에 수몰예정지구에 거주하는 8만 명을 이주시킨다고 발표했다. 싼샤댐 건설로 총 130만 명이 고향을 등지게 됐다. 중국 정부는 97년 싼샤댐 바로 옆에 산을 깎아 신도시를 만들고 수몰민 정착촌을 건설했지만 사람들이 이주를 거부하는데다 보상금 문제도 원만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에너지에 고픈 개발주의자들은 양쯔강 상류에 댐 12개를 더 지을 계획이다. 이로 인해 양쯔강 상류 윈난성에 있는 후타오샤(虎跳峽)가 위기에 처했다. 16㎞에 달하는 후타오샤는 고봉준령 사이로 굽이치는 뛰어난 풍광으로 유명해 많은 여행객들이 찾고 있다. 식물자원 또한 풍부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도 있다.

수려한 자연풍관 수몰 위기

책 ‘중국의 수자원 위기’의 저자, 환경컨설턴트 마 준은 후타오샤댐 건설계획에 대해 “물 한 방울도 놓치지 않고 모두 저장한다면 중국의 어떤 댐보다, 세계의 어느 댐보다도 수력발전량이 많을 것”이라고 가치를 평하고는 있으나 민주적인 의사수렴 과정 없이 중앙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의해 후타오샤와 같은 아름다운 절경이 사라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달 초 로이터통신과 영국 ‘타임스’ 등은 중국의 개발논리로 협곡 주변에 거주하는 소수민족들이 고유의 문화와 생계를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수세기 동안 협곡 주변의 경사지에 농토를 일궈온 나시족 10만여 명은 댐건설로 고향을 떠나 티베트 자치구로 이주해야 한다. 그러나 척박한 티베트의 기후와 높은 고도에서는 이들이 경작해온 옥수수가 자라지 않으며 감자와 보리 등의 친숙하지 않은 작물을 키워야 한다. 거주공간이 달라지고 기후와 주식이 달라진다는 것은 생활양식 전반의 변화를 의미한다.

문화의 고립도 문제다. 후타오샤에 사는 리아오라는 농부는 “우리가 북쪽으로 이주해야되면, 다른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과 얼마나 어울릴 수 있을까요? 그들은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이방인일 뿐이라고요”라고 타임스에 호소했다.

싼샤댐은 완공됐다. 중국 정부의 ‘세계 최대의 치수사업’이 ‘성군의 업적’에 준하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환경보호와 이주민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국제부/윤민용 기자 vist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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