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사로 가장한 노인 가정집 방문 “유방암 검진해주겠다”며 성추행

성추행 혐의로 수감된 필립 위니코프.
지난 4월 미국 플로리다주에 거주하는 할아버지가 의사로 가장해 집집을 돌아다니며 무료로 유방암 검진을 하다가 여성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의 피해 여성들이 영어를 잘 모르고 의료 혜택이 열악한 곳에서 갓 이민온 자들이라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영어 서툰 이민자들 골라 범행
검정색 왕진 가방을 든 필립 위니코프는 로더데일 레이크 지역의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자신을 노스마이애미 병원에서 나온 의사라고 소개했다. 76세인 그는 실상 자동차 판매업소의 셔틀버스 운전사이며 들고 다니던 의료가방은 간호사인 그의 아내 것임이 경찰 조사로 밝혀졌다. 브라워드카운티 경찰대변인 휴 그래프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아마 사상 최초의 별난 범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얀 머리에 두꺼운 안경을 쓴 위니코프는 범행 당시 줄무니 폴로 셔츠와 바지 차림으로 점잖은 말투를 구사하며 쓰레기를 버리려고 집을 나온 30대 여성에게 접근했다. 친절한 인상에 호감을 느낀 이 여성은 같이 있던 남자친구에게 영어 통역을 부탁했고 아무런 의심없이 위니코프를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거실에 앉은 위니코프는 청진기를 꺼내 이 여성의 가슴을 검진했고 유방을 손으로 만지면서 피해자의 남자친구에게 그녀를 위한 ‘유방암 자가 진단법’을 자상하게 보여줬다고 한다. 그런 뒤 강도 높은 정밀검사를 위해서 단 둘이 침실로 가자고 제안했고 옷을 모두 벗으라고 말한 뒤 그녀의 국부를 검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것을 수상하게 여긴 피해 여성은 “스톱, 당신 의사가 아니잖아요”라고 위니코프를 밀쳐냈고 그녀의 남자친구를 시켜 당장 경찰에 신고했다. 결국 위니코프는 한 블록 떨어진 인근지역의 다른 30대 여성 집에서 똑같은 수법으로 성추행을 하고 있다가 긴 꼬리가 잡혔다.
사건 당시 정황을 여자친구를 대신해 경찰에게 설명하던 피해자의 남자친구는 자신들은 아이티공화국 출신이며 미국에 온 지 겨우 7개월 정도여서 이 곳의 의료서비스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늙은 할아버지가 이런 파렴치한 짓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라며 분개했다.
위니코프의 범행동기가 자신의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문제의 피해자 중 한 명은 “낯선 사람에게는 절대 문을 열지 말 것”을 충고하며 “그로 인해 고통받는 피해자를 위한 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성폭행의 피해자인 이들의 신원을 정확히 밝히지 않는 경찰은 어떤 동기로 피해자가 됐든 성범죄가 지니는 흉악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또 경찰 수사관들은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를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위니코프의 가족들은 이 사건과 관련 침묵을 지키고 있다. 위니코프는 1만2000달러의 보석금이 걸린 채 브라워드 카운티 감옥에 현재 수감중이다.
<유진(미국 오리건주)/조민경 통신원 mcg99@hotmail.com>